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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목 함께해온 걸음, 멈춰선 두 발 민족의 역사를 담담히 전하는 우리 문화유산
글쓴이 문화재방송.한국 등록일 [2021.07.26]

함께해온 걸음, 멈춰선 두 발 민족의 역사를 담담히 전하는 우리 문화유산 남녘과 북녘에는 쌍둥이처럼 닮은, 유사한 문화재들이있다. 이는 한민족, 같은 역사를 공유하고 있는 우리의 모습을 그대로 투영하고 있는 듯 하다. 문화는 교통로를 따라 발전하고 계승된다. 우리의 문화는 과거 선조들의 교통로를 바탕으로 후손들이 새로운 길을 만들어가며 계승, 발전시키고 있다. 지금은 민족문화유산의 계승·발전을 위한 남과 북의 교통로가 막혀 있지만, 언젠가 한민족의 역사가 담담히 다시 흐르길 우리의 문화유산들은 묵묵히 기다리고 있다. 01.구례 화엄사 사사자 삼층석탑 ⓒ문화재청 02.금강산 금장암 사자탑 ⓒ국립문화재연구소

사사자 석탑 금강산에서 그 맥을 잇다

국보 구례 화엄사 사사자 삼층석탑과 북한의 국보문화유물 금강산 금장암 사자탑은 쌍둥이 문화재다. 두 석탑은 화강암으로 만든 삼층석탑으로 방형 지대석과 하층 기단 위 네모서리에 돌사자를 한 마리씩 배치하였고, 중앙에 비로자나불을 모셔놓았다. 남한에 사자상을 갖춘 석탑은 구례 화엄사 사사자 삼층석탑을 시작으로 제천 사자빈신사지 사사자구층석탑(보물)과 홍천 괘석리 사사자 삼층석탑(보물), 함안주리사지 사자석탑(경상남도 유형문화재) 등이 있다.


금장암 사자탑은 강원도 금강군 내강리 금장골 금장암터에 있는 고려 초기 이형석탑이다. 높이는 3.87m 정도이며, 네모서리에 배치된 돌사자는 화엄사 사사자 삼층석탑 돌사자보다 정교하지는 않지만, 늠름한 체구와 힘차게 버티고 앉아 있는 모습에 당당함과 위엄이 흐른다. 중앙에 있는 부처님은 지권인을 결하고 두건을 쓰고 있는데, 제천 사자빈신사지 사사자 석탑과 유사한 양식이다. 그리고 석탑은 전체적으로 규모가 작고, 상층기단 갑석이 얇은 점과 치석 수법 등으로 보아 고려 초기에 제작된 것으로 보인다. 이처럼 사자상을 갖춘 석탑은 구례 화엄사 사사자 삼층석탑을 시작으로 제천 사자빈신사지 사사자 석탑, 금강산 금장암 사자탑, 홍천 괘석리 사사자 삼층석탑, 함안 주리사지 사자석탑 등으로 계속 그 맥이 이어진다.


한편 화엄사 사사자 삼층석탑과 금장암 사자탑 앞에는 일반 석탑과 다르게 공양자상 석등이 있다. 이 석등에서 주목할 것은 일반형 간주석 혹은 고복형 간주석등 대신 공양자상을 배치했다는 것이다. 화엄사 사사자 삼층석탑 앞 석등 공양자상은 오른쪽 무릎을 꿇고 왼쪽 무릎을 세워 앉아 있고, 왼손으로 찻잔을 들고 찻잔 위에 여의주를 받쳐 공양을 올리는 모습을 취하고 있다. 머리 위에는 팔각 옥개석 형태 석재와 앙련 상대석, 전후좌우 4면에 화창이 뚫린 팔각 화사석, 팔각 옥개석을 얹어 놓았다. 이 석탑은 화엄사를 창건한 연기조사의 효심을 기리기 위해 만들어졌다는 이야기가 전하고 있어, 석탑 앞 공양자상을 연기조사로 보기도 한다.


금장암 사사자 석탑 앞 석등은 최근 사진에서 화사석만 보이지만 이전 자료 사진에서는 공양자상이 확인되고 있어 화엄사 사사자 삼층석탑 앞 석등과 유사한 형태인 것으로 보인다. 단지 공양자상이 손에 든 지물이 다르다는 점뿐이고, 그 외에 오른쪽 무릎을 꿇고 왼쪽 무릎을 세워 앉는 우슬착지 공양법이나 머리 위에 얹고 있는 상대석과 화사석, 옥개석은 거의 유사하다. 현재 금장암 사자탑 앞 석등의 화사석 이외에 다른 석재가 주변에 흩어져 있는 것인지 아니면 결실된 것인지는 알 수 없지만 희소성을 지닌 석등이기 때문에 잘 보전되었으면 하는 바람이다.


03.제천 사자 빈신사지 사사자 석탑 ⓒ불교문화재연구소 04.홍천 괘석리 사사자 삼층석탑 ⓒ문화재청

남과 북에 하나의 등불을 밝히다

장안사와 표훈사가 산기슭의 아늑한 계곡에 터를 잡은 것과 달리 정양사(북한 강원도 회양군 내금강면 금강산)는 산중턱에 있다. 그래서 개골(금강산)의 봉우리들을 한눈에 볼 수 있는 위치이며, 하늘 아래 제일이라는 천일대와 방광대 역시 정양사 부근의 최고 전망대로 꼽힌다. 이런 아름다운 자연 속에 위치한 정양사에는 9~10세기로 추정되는 삼층석탑과 석불좌상 그리고 육각 석등이 남아 있다. 그리고 석불이 모셔진 평면 육각인 약사전과 반야전이 복원되어 있다.


여기서 주목되는 것은 정양사 삼층석탑 앞에 놓인 석등과 약사전 건물, 그 내부에 모신 석불 대좌 모두 평면 육각인 특이한 구조라는 것이다. 육각 석등은 높이 2.95m 정도이고, 복련 하대석과 긴 간주석, 앙련 상대석, 화창이 뚫린 화사석, 옥개석으로 구성되어 있다. 특히 간주석은 일반형 석등 간주석과 다르게 아래, 중앙, 위에 도톰하게 띠를 두른 죽절문 형태이다. 옥개석은 추녀를 길게 빼지 않고 화사석 너비에 맞췄다. 전체적으로 통일신라시대에 제작된 평면 팔각인 석등과는 다른 조형성을 보이고 있다.


이 석등과 유사한 형태를 남쪽에서도 볼 수 있는데, 바로 강원도 화천군 하남면 계성리사지에 있는 계성리 석등(보물)이다. 높이는 2.3m 정도이다. 이 석등은 고복형 석등이며, 간주석이 고복형인 석등은 통일신라시대에 제작된 실상사 석등과 담양 개선사지 석등에서 보인다. 따라서 계성리 석등은 앞 시대 석등의 양식이 변화되면서 고려시대에 새로운 조형을 가지고 탄생한 석등이라고 할 수 있고, 정양사 육각 석등의 간주석도 계성리 석등이 형식화되면서 나타난 형태로 볼 수 있다.


한편 2019년 화천 계성리사지 발굴조사를 통해 평면 육각형 건물지가 확인되었다. 이는 정양사 약사전에서도 보이고 있는데, 처음으로 확인되었다. 또한 고려 전기 최사위 묘지명에는 최사위가 계성사와 정양사 창건에 관여한 행적이 기록되어 있어 두 사찰 간의 영향 관계를 짐작할 수 있다. 이는 추후 남북 관계가 개선되어 남북교류 차원에서 학술연구가 진행된다면 더욱 의미 있는 일이 될 것이라고 생각한다.


05.화천 계성리 석등 ⓒ불교문화재연구소 06.정양사 육각 석등 ⓒ국립문화재연구소

고려시대 유행한 사각 석등 금강산 묘길상 앞에도 있다

거대함으로 사람을 압도하는 금강산 묘길상 앞엔 석등 1기가 있다. 이 석등은 높이 3.7m 규모의 사각형이다. 하대석은 방형이며, 3단으로 구성되어 있다. 간주석은 가장 하단에 주두 형태를 한 받침석을 뒤집어 놓고, 네 면에 모죽임을 하였다. 화사석은 네 모서리에 원형 기둥을 세워 조성하였고, 하단에는 받침대를 두었다. 옥개석은 일정한 두께를 지니며 낙수면은 비교적 완만하다. 이와 유사한 석등은 논산 관촉사 석등과 국립중앙박물관에 전시된 개성 현화사 석등이 있다.


이 같은 사각석등은 고려 초기에 등장하는 새로운 양식으로 주목되지만 관촉사와 현화사 석등의 경우 통일신라시대 양식을 부분적으로 계승하면서 화사석에서 변화를 보여주고 있는 반면에 이 묘길상 앞 석등은 전체적으로 사각형 석등의 양식을 완성하고 있다. 그뿐만 아니라 앞서 건립된 두 석등의 간주석은 고복형을 변형시켜 조성했지만, 묘길상 앞 석등에 이르러서는 완전히 방형에 가까운 평면을 조성하였다. 여기서 고복형 간주석은 앞서 살펴본 정양사 육각 석등과 화천 계성리 석등에서도 보이고 있다. 이처럼 우리나라의 문화재는 시기, 장소 등을 떠나 서로 영향을 주고 받으며 이어져 온 것을 알 수 있다.


07.화천 계성리사지 중심 사역 발굴 현장 모습 ⓒ문화재청 08.금강산 묘길상 앞 석등 ⓒ국립문화재연구소 09.논산 관촉사 석등 ⓒ문화재청


글. 이현수(불교문화재연구소 유적연구실 팀장)


출처:월간 문화재사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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