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포커스뉴스) 일주일 사이 수차례 경북 지역을 강타한 강진과 여진으로 한반도가 더이상 지진 안전지대가 아니라는 인식이 전국적으로 퍼지고 있다. 갑작스러운 지진의 습격은 우리에게 자연재해에 대한 경각심을 일깨워주는 계기가 됐다. 최근 잇따른 지진으로 달라진 모습들을 정리했다.
Box 1. 익숙해진 지진 발생 시 행동 요령
지난 19일 경주지역에서 발생한 규모 4.5 지진으로 지진에 대한 불안감이 늘어가고 있는 가운데 20일 오전 대전선암초등학교에서 학생들이 지진대피 요령을 교육받고 있다. 2016.09.20 김기태 기자 presskt@focus.kr
지난 12일 오후 규모 5.8의 강진이 경북 경주를 강타한 뒤 국민안전처와 기상청 홈페이지에 게시된 지진 대피 요령이 언론을 통해 보도되면서 지진에 대비하는 움직임이 일었다. 지진 대피 요령이 온라인과 SNS를 통해 빠르게 확산하면서 누구나 쉽게 찾아볼 수 있는 표지가 됐다. 지진 진앙지인 경북 지역 학교에서도 지진 대피 요령에 대한 교육이 시행됐다.
일각에서 이웃나라 일본과 같이 체계적인 지진 대비 교육이 필요하다는 주장이 제기되고 있으나 수백 년을 지진과 싸워온 일본과 이제 막 지진의 위험성을 인식한 우리나라를 비교하는 건 아직 시기상조라는 주장도 제기되고 있다.
Box 2. 만약을 대비한 준비, '비상 배낭'
SNS에 올라온 한 누리꾼의 비상 배낭. <사진출처=온라인 커뮤니티>
지난 12일과 19일 일주일 사이 경북 경주를 뒤흔든 지진에 적잖이 놀라 비상 배낭을 꾸린 누리꾼들의 사진이 온라인과 SNS를 타고 전파되자 전국적으로 비상 배낭이 화제를 모았다. SNS에 올라온 한 누리꾼의 비상 배낭 준비 사진에는 물과 물티슈, 참치 통조림, 칫솔, 치약, 손전등, 속옷, 겉옷, 현금 등이 있어 만약의 사태를 대비한 만만의 준비가 엿보인다.
Box 3. 국민안전처에 대한 불신 증가
기상청이 19일 오후 8시 33분께 경주시 남남서쪽 11km 떨어진 지점에서 규모 4.5의 지진이 발생했다고 밝혔다. 사진은 접속이 원활하지 못한 국민안전처 홈페이지. <사진출처=SNS 캡처>
국민안전처 홈페이지는 여진과 강진이 경주를 강타한 12일과 19일 모두 지진과 동시에 접속 불가 상태가 됐고, 국민안전처의 긴급재난문자도 지진 발생 후 8~10분이 지나서야 경주 외 지역으로 발송돼 국민안전처에 대한 시민들의 불신이 높아져 가고 있다.
이에 일부 누리꾼은 20일 트위터에 "국민안전처 홈페이지가 먹통이 되면 '아 지진 났구나!'라고 판단하면 됩니다"(@gclef899**), "국민안전처 홈페이지가 다운된 것을 보고 지진임을 인식"(@sb_rec***) 등의 트윗을 남겨 잇따른 국민안전처의 늑장 대응을 비난했다. 지진이 발생할 때마다 시스템이 마비되는 일이 반복되면 국민안전처에 대한 시민들의 불만은 사그라들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Box 4. 버스 소리에도 '깜짝', 경북 주민들을 불안케 하는 '여진 포비아'
지난 19일 경주지역에서 발생한 규모 4.5 지진으로 지진에 대한 불안감이 늘어가고 있는 가운데 20일 오전 대전선암초등학교에서 학생들이 지진대피 요령을 교육받고 있다. 2016.09.20 김기태 기자 presskt@focus.kr
경주시 동천동에 사는 윤창금(52)씨는 20일 "지난 12일 지진이 났을 때 멀리에서 쿵쿵하는 소리가 들렸다"면서 "이제는 버스가 '부릉'하는 소리만 들어도 '혹시 지진 아니야' 하면서 깜짝깜짝 놀란다"고 불안감을 호소했다.
지난 12일 경북 경주에 규모 5.8 강진이 발생한 지 일주일 만인 19일 또다시 규모 4.5 지진이 일어나면서 경북 주민들은 '여진포비아(phobia·공포증)에 시달리고 있다. 전문가들은 경북 지역 주민들이 '지진 멀미'를 느낄 수 있다고 경고했다. '지진 멀미'는 지진이 일어나지 않았는데도 어지럼증을 느끼는 것을 뜻한다.
Box 5. 피해 문화재에 대한 관심 증가
경상북도 경주시 전경. <사진제공=경주시청 홈페이지>
강진이 발생한 경주는 우리나라 국보 31호인 첨성대를 비롯해 불국사, 석굴암 등이 보존돼 있는 '천년 고도(古都)'의 땅이다. 경주가 갖는 역사적 상징성은 경주 역사 유적 지구가 유네스코 세계유산에 등재(2000년)되는 데에도 일조했다. 그런 유서 깊은 도시에 강진이 덮쳤다.
문화재청은 경북 경주 지진으로 인한 문화재 피해상황이 60건(국가지정 36건, 시도지정 및 문화재자료 24건)에 이른다고 18일 밝혔다. 지난 12일 강진 여파로 매년 북쪽으로 1㎜씩 기울던 첨성대가 20㎜나 기운 건 둘째 치더라도 불국사의 대웅전 지붕 일부가 파손되는 등 현재까지 알려진 60건의 문화재 피해 사실은 문화재 보존·관리에 대한 대중의 관심을 불러일으키는 데 충분했다.
첨성대의 해체 보수를 주장하는 일부 여론이 형성되고 있지만 원형 훼손을 우려하는 해체 보수 반대 주장도 제기되고 있다. <사진출처=위키미디어 커먼스>
아직까지 큰 피해가 발생한 건 아니지만 첨성대의 해체 보수를 주장하는 일부 여론이 형성되고 있기도 하다. 하지만 해체 보수 필요성에 의문을 가짐과 동시에 원형 훼손을 우려하는 반대 주장도 제기되고 있어 좀 더 지켜볼 필요가 있다.
이집트 파라오 람세스 2세(BC 1301년∼BC 1235년)가 재위 시절 왕비 네페르타리를 위해 지은 아부심벨 신전. 성공적인 이전 사례로 꼽힌다. <사진출처=위키미디어 커먼스>
문화재 해체 보수에 대한 성공 사례로 뽑히는 이집트 '아부심벨 신전 이전'은 지난 1959년 이집트 정부가 나일강 남쪽 유역에 아스완에 댐을 짓기로 하면서 람세스 2세(BC 1301년~BC 1235년)의 유적인 아부심벨 신전이 수몰 위기에 처하자 유네스코가 나서 침수 피해가 없는 지역으로의 완전 이전을 제안하며 1967년 이뤄졌다. 원형 그대로 약 70m 높이, 원래 위치보다 약 210m 멀리 이전한 덕분에 신전은 옛 모습을 그대로 보존한 채 전 세계에서 모여드는 관광객들을 맞이하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