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립중앙도서관은 9일부터 4개월간 국립중앙도서관 본관 전시실 1층에서 '조선의 독서 열풍과 만나다 : 세책(貰冊)과 방각본(坊刻本)' 기획 전시를 연다고 8일 밝혔다.
조선 후기의 독서 열풍을 한눈에 확인할 수 있는 이번 전시회에선 '구운몽' 등 일반 독자에게 판매할 목적으로 민간에서 간행한 이른바 방각본 소설 59종을 전시하고, 당시 저잣거리에서 돈을 받고 책을 빌려주던 '세책점'의 모습을 재현할 예정이다. 국립중앙도서관 김효경 학예연구사는 "18~19세기 조선은 농업 기술이 발달하고 상품 거래가 활발해지면서 상업 도시들이 생겨났다"며 "경제적으로 여유로워진 사람들은 돈을 주고 재미있는 이야기책을 사서 읽거나 빌려볼 수 있게 됐다"고 말했다.
돈을 받고 책을 빌려주던 세책점을 재현한 모습. /국립중앙도서관
전시회에선 관판본 위주이던 출판의 주도권이 민간으로 넘어가는 과정을 보여주고, 돈을 받고 책을 읽어주던 '전기수(傳奇叟)', 방각본 발행업자와 세책점 주인 등 출판과 관련된 새로운 직업이 생성되는 과정도 확인할 수 있다. 세책점에서 책을 빌린 사람들이 책 여백에 그린 낙서가 고스란히 남아 있는 '남졍팔난긔' 등 다양한 한글 고소설이 전시된다. 당대 베 스트셀러였던 방각본 '춘향전'의 경우 내용을 줄여 하룻밤 사이에 읽을 수 있게 만드느라 서울·전주·안성 등 발간된 지역에 따라 내용에 차이가 나는 것도 확인할 수 있다. 임원선 국립중앙도서관장은 "독서 열기에 있어선 결코 현대에 뒤지지 않았던 조선 후기의 생활상을 통해 인터넷과 스마트폰의 시대에 책 읽기를 새롭게 조명하는 기회가 됐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