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는 오랫동안 일본과 한국의 문화가 무엇이 다른지 궁금해 했습니다. 그러던 차에 3개월 정도 도쿄에 머무르게 되었는데 짧은 기간이지만 어렴풋이 무엇이 다른지 느낌이 왔습니다. 그 내용을 짧게 정리해 볼까 합니다. 먼저 밝힙니다. 이 내용은 온전히 저 개인적인 생각입니다. 참고자료 같은 것은 없습니다. 그동안 들었고 본 내용을 중심으로 썼으므로 여러분들의 생각과 다를 수도 있음을 먼저 밝혀둡니다.
글을 쓰려고 고민하던 순간 페이스북에 이런 내용이 올라왔습니다. '심슨 가족' '더 오피스' 수석 작가 대니얼 전의 글쓰기 10계명 [출처: 중앙일보] [매거진M]
1 글쓰기는 공예다.
"공예는 예술과 달라요. 아름다움을 추구하지만, 과정 역시 중요합니다. 목수가 목공을 익히듯 부지런히 훈련해야 해요. 아마추어 작가는 영감이 오길 기다리지만 직업 작가에게 그건 사치죠. 내일이 마감이라면 당장 영감을 캐내야 해요. 최고의 작가와 예술가들의 업적 뒤엔 그들만의 규칙이 숨어 있는 경우가 많죠. 매일 쓰는 게 습관이 되면 점점 더 많은 걸 쓸 수 있게 됩니다."
저는 금속공예를 전공해서인지 이 글이 참 와 닿았습니다. 지난 회 조영남 씨 사건을 다루면서도 썼지만 작가는 하루아침에 완성되지 않습니다. 자신의 노력이 습관이 되어 진행될 때 자연스럽게 무언가 의미 있는 작업이 나온다고 생각합니다(참고로 저는 저 자신과 저의 팀이 해온 작업들을 작품이라고 표현해 본 적이 한번도 없습니다. 계속 진행 중이기 때문에 작업이라고 생각합니다. 작품이라 표현함은 죽은 뒤 가능한 것 같습니다).
여기서 공예라는 표현에 눈이 번쩍했습니다. 한국과 일본의 문화 차이는 공예정신의 유무 차이에 있다고 생각합니다. 전에 신문기사 중에 이런 글을 본 적이 있습니다. 임진왜란 때 일본이 조선 도공을 많이 납치해가서 전쟁이 끝난 후 조선 사절들이 가서 귀국이 가능하도록 협상을 마친 뒤 돌아가자고 했답니다. 그때 거의 안 돌아 갔다고 합니다. 일본에서는 장인을 진정한 전문가로 인정하고 존중하고 평민보다는 높은 계층으로 대우해 줬기 때문이랍니다. 한국은 지금도 쟁이라 취급하지요. 저는 이것이 가장 근본적인 차이라고 생각됩니다.
한겨레 기사입니다. 사라져버릴지 모를 성수동의 장인들
"열 손가락 지문이 닳을 때까지"
"27만원짜리 구두 한 켤레 공임비는 1만2천원"
"'수제화 장인' 팔아먹고 돈 안 주는 기업들" 글 내용 중 큰 제목들만 옮겨왔습니다.
사진으로 비교해 보겠습니다. 기사에 나오는 성수동 구두 장인의 작업공간입니다.
그리고 제가 도쿄 동네를 지나가다 찍은 사진입니다. 핸드백 등 가죽제품을 만드는 그저 한 동네에 있는 가죽제품 가게입니다. 일부러 가격도 찍었습니다. 8만6400엔, 86만5000원 정도이지요. 왠만한 명품 가격입니다. 가게를 보니 꽤 오래된 듯합니다. 팔린다는 얘기지요.
이것이 한국과 일본의 차이입니다. 실제 작업 공간도 보입니다. 피렌체에 가면 일본 장인들이 꽤 있습니다. 자신의 이름을 걸고 이탈리아에서 가죽공예를 배우고 자신만의 숍에서 판매하고 있었습니다. 구두 가게였는데 한 켤레에 300만원 정도이고 맞춤만 가능하고 2달 정도 걸린다고 했던 것으로 기억됩니다.
자존감이 있습니다. 한국 장인들은 자존감이 없을까요? 없애버린 것입니다. 수백 년의 역사 동안 기득권 중심의 구조가 조영남 같은 사기 작가를 만들고 진정한 장인들은 매몰시킨 것입니다.
'조선과 그 예술'이란 책이 있습니다. 조선의 민화, 공예 등에 대해 일제강점기에 나온 책입니다. 누가 썼을까요. '야나기 무네요시'입니다(미술사와 공예연구 및 민예연구가로 활약, 특히 일제강점기 광화문 철거가 논의되었을 때 적극 반대하는 등 한국의 민속예술에 대한 깊은 관심을 나타내었다. 1924년 조선미술관을 설립했고, 이조도자기전람회와 이조 미술전람회를 열기도 했다. 네이버 지식백과).
제가 알기로는 공예 전공 학생들이 지금도 이 책을 많이 본다고 합니다. 이 내용을 정리하면서 벌써 두 가지가 실망스럽습니다. 제가 공부할 당시에 교재로 이만한 책이 없었습니다. 한국인이 쓴 책은 없었죠. 지금도 없는 것 같습니다. 그리고 누구나 찾는 포털 백과사전에 이조, 이조시대라는 표현을 씁니다. 일제강점기 때 조선을 낮춰 부르기 위해 이씨조선이라는 뜻으로 쓴 표현을 아직도 포털 백과사전에서 쓰고 있습니다.
제가 일일이 설명 하지 않아도 이 정도 사례만으로도 양국의 문화 차이가 얼마나 있는지 느끼실거라 생각됩니다. 일본은 전통과 노력을 존중합니다.
단일 규모로는 전 세계에서 가장 큰 광고회사가 일본의 덴쓰(Dentsu)입니다. 그 큰 회사의 이름 덴쓰는 전통(傳統)이라는 뜻입니다.
요즘 인터넷 뉴스에서 본 기사입니다. "공방서 쫓겨난 '인간문화재'…'100년 역사' 철거 위기"
저는 말이 안 나옵니다. 일본을 미화하자는 것이 아닙니다. 제 생각에 일본에서 이런 일은 한국보다는 적지 않을까 싶습니다. 역사와 전통을 무시하고 기만하는 곳에 어떻게 미래가 있을까요? 저는 사회학자도 아니고 전문지식도 없지만 우리의 생활에 한국 사회의 정치와 그 기득권 세력 영향력이 크다고 생각합니다. 물론 일본도 정치는 후진적이라고 합니다.
가장 기본적인 인간에 대한 예의와 존중은 지켜져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지켜지기 위해서는 이제 다 함께 분노하며 자신의 자존감을 지켜가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성숙된 사회가 되려면 모두의 노력이 절실한 때입니다.
[오영식 토탈임팩트 대표]
▲ 오영식 토탈임팩트 대표
오영식 토탈임팩트 대표는 10여 년 동안 현대카드의 디자인 및 브랜드 전략 프로젝트를 이끌어 왔습니다. 이외에 SK텔레콤의 '생각대로 T', 하이트진로의 패키지 상품 등이 그의 손을 거쳐 탄생했습니다. 기업 아이덴티티 디자이너를 자처하는 오 대표는 이 코너를 통해 단순히 기업 브랜드를 넘어 일상생활 속 디자인 철학에 관한 폭넓은 이야기를 들려주고 있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