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재방송에 오신걸 환영합니다.

[뉴스데스크]

◀ 앵커 ▶

국보 32호인 팔만대장경.

자랑스러운 우리 문화재죠.

그런데 이 팔만대장경이 정확히 몇 판, 몇 개일까.

황당하게도 8백년 가까운 세월동안 조사를 할 때마다 이 판수가 달라졌다고 합니다.

어떻게 된 일인지 먼저 조재영 기자가 보도합니다.

◀ 리포트 ▶

<81,258>

1962년, 국보로 지정됐을 때 대장경 판은 81,258개였습니다.

40년이 지나 팔만대장경을 데이터베이스화하려고 전수 조사를 했는데 숫자가 달라졌습니다.

<81,366>

108개 늘어난 겁니다.

이 중엔 똑같은 내용을 새긴 경판, 이른바 '중복판'이 끼어있었는데 정부가 이게 진짜인지 가짜인지, 조사에 들어갑니다.

MBC가 입수한 건 바로 이 연구의 결과 보고서입니다.

<81,368>

결론부터 말하면 판 수가 2개 더 늘었습니다.

이제껏 국보로 알고 있던 판 중 하나가 외부에서 제작해 시주한 '외장판'이었고 반대로, 국보로 지정됐어야 할 경판 석 장이 '외장판'으로 분류돼 있었습니다.

서로 자리가 뒤바뀐 겁니다.

◀ 최영호 교수/보고서 작성 ▶

"우리가 세계기록유산으로서 솔직히 말해서 민망하죠. 모른다는 거는. 근데 그게 우리가 일제 시대부터 그렇게 온 거예요."

이게 끝이 아닙니다.

보고서를 완성한 뒤, 고려 때 만들어져 언제부턴가 세상을 떠돌던 경판 두 장이 갑자기 등장해 보물로 지정되면서 경판의 수는 또 한 번 바뀝니다.

<81,370>

결국 지금까지 확인된 경판 개수는 국보로 지정됐을 때보다 112장 늘어난 81,370개입니다.

<81,370> : <81,258>

하지만 문화재청은 아직, 이 수치를 인정할 수 없다며 50년 전의 기록을 고집하고 있고 그래서 교과서든 사전이든 이 숫자 그대로입니다.

보고서는 대장경이 몇 판 인지만 담고 있는 게 아닙니다.

팔만대장경이 그동안 겪어야 했던 고통의 흔적이 곳곳에서 발견된 겁니다.

이 내용은 박철현 기자가 취재했습니다.

◀ 리포트 ▶

경판 한쪽에 붉은색 숫자가 선명합니다.

누군가 굵은 유성 매직으로 적어놓은 건데 이번 조사에서 확인된 것만 백 팔 개에 달합니다.

◀ 이관섭 교수/보고서 작성 ▶

"매직이라고 하는 것은 영구적으로 지워지지 않습니다. 나무에 스며들어가지고 이거는 문화재를 훼손하는 거다…"

판의 외형 자체가 훼손된 것도 여러 개 발견됐습니다.

톱질로 반듯하게 잘려나간 것만 열한 개인데 누가, 언제, 어떤 목적으로 잘라냈는지 오리무중입니다.

◀ 전 문화재위원 ▶

"(톱질한 게) 몇 장이 있는데 옛날에 관리가 소홀할 때 너무 상태가 나쁘다보니까 톱으로 지름이 20cm 아예 잘라 냈어요."

수리하는 과정에서 되레 파손된 사례도 다수 확인됐습니다.

나뭇결에 따라 자리 잡는 무른 전통못이 아니라 나무 속을 파고드는 딱딱한 기계못이 열아홉 곳 사용됐는데 이 바람에 경판 넉 장이 갈라져 버렸습니다.

◀ 엄태조 소목장/대장경 수리 ▶

"처음에 (대장경 수리하러) 들어가니까 대장간에서 만든 못인지 왜못(기계못)인지 어찌 알았겠습니까? 그렇죠?"

보고서는 또 지난 1977년 대장경 판의 크기를 측정했던 한 연구 내용과 비교했을 때 같은 판의 크기가 작게는 3mm, 크게는 5cm까지 차이 나는 열일곱 판에 대해 동일한 경판이 아닐 가능성, 즉 바꿔치기 의혹도 제기합니다.

◀ 이관섭 교수/보고서 작성 ▶

"(이 정도) 오차가 난다는 것은 그 경판이 아니라는 근거인데…"

이 보고서가 나온 것은 지난해 3월.

◀ 이종훈 의원/국회 교육문화체육관광위원회 ▶

"1년 7개월이 지난 지금까지 왜 그걸 공개하지 않는지 모르겠습니다. 국민한테 비난받을 걸 두려워해서 자꾸 숨기는 데 급급할 게 아니라…"

문화재청은 "일부 오류가 있어 연구진에 수정을 요구한 상태라 최종 보고서가 아니"라고 밝혔지만보고서를 작성한 이관섭 교수는 "사실 그대로"라며 수정을 거부했습니다.

MBC뉴스 박철현입니다.

(조재영 기자 jojae@mbc.co.kr)

출처:MBC
http://media.daum.net/entertain/star/newsview?newsid=20141016210604366

[뉴스플러스] 팔만대장경 경판 수 혼선..관리·보전 실태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