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주댐 수몰 예정지서 문화재 대거 출토

청동기~조선 시대 전통 가마터·주거지 등 발굴
장하나 의원 “문화재청, 담수화 전까지 은폐 의혹”

영주댐 건설로 수몰 위기에 놓인 낙동강 지류 내성천의 수변지역에서 청동기부터 조선시대까지의 문화재가 대거 출토된 사실이 뒤늦게 확인됐다. 내성천의 자연환경과 생태계를 황폐화시킨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는 영주댐 건설과 댐 담수 문제가 새 국면을 맞고 있다.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장하나 의원이 12일 공개한 문화재청의 ‘영주댐 수몰지역 문화재 발굴 자료’를 보면 지난해부터 영주시 평은면 금광리와 이산면 두월리, 내림리 일대에서 다양한 유적과 유물이 발견됐다.

금광리에서는 통일신라 말기부터 13세기까지 사용된 것으로 추정되는 건물터와 배수로 등 유구와 기와·자기·구리거울 등 유물이 발견됐다. 인근 강동리에서는 관아 또는 제사를 지내기 위한 건물 터와 옹기가마 등이, 이산면 두월리에서는 통일신라부터 조선시대 사이의 주거지와 가마가 발견됐다.

 

문화재 조사는 영주댐 시행사인 한국수자원공사가 문화재청 허가를 받아 지난해 4월부터 실시했으며 부산에 있는 한국문물연구원이 조사했다.

문화재청은 금광리와 두월리의 유구·유물에 대해 당시의 생활상을 이해하는 학술자료로, 강동리 유물은 전통가마의 소멸 과정을 이해하는 학술자료가 될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 금광리 절터는 지난해 12월부터 조사가 시작돼 오는 8월쯤 조사를 마칠 계획이다.

전문가들은 “문화재청이 단기간의 조사만으로 문화재 발굴지역의 훼손을 허가하는 것은 무책임한 처사”라며 제대로 된 발굴·조사를 위해 내년 3월로 예정된 영주댐 담수를 연기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한신대 국사학과 권오영 교수는 “문화재청이 이전에는 외부 전문가들로 지도위원회를 꾸려 의견을 받고, 현장조사도 해 보존 방식을 결정했는데 4대강 사업부터 이런 과정이 생략됐다”며 “현재는 문화재청의 자체 검토위원회조차 열리지 않고 있어 면밀한 검토가 이뤄지기 힘든 상태”라고 지적했다.

문화재청은 4대강 사업 때도 간단한 문화재 지표조사만을 실시한 채 공사가 강행되도록 묵인했고, 일부 지역은 조사를 누락한 사실이 감사원 감사에서 지적된 바 있다. 대전대 역사문화학과 이한상 교수는 “수몰될 시한에 맞춰 조사를 하는 것이 아니라 조사가 충분히 이뤄진 상태에서 수몰 여부를 결정해야 한다”고 말했다.

문화재 당국의 은폐 의혹도 제기되고 있다. 지난달 28일 내성천 일대를 답사(경향신문 5월10일자 13면 보도)한 장하나 의원에게 금강마을 주민이 수몰지역에서 문화재를 조사하고 있다는 사실을 알리고, 장 의원이 문화재청에 자료를 요청해 문화재 발굴 사실이 드러났다.

장 의원은 “문화재청이 영주댐 담수 직전까지 발굴 사실을 쉬쉬하려 한 것이 아닌지 의심스럽다”며 “보다 철저한 조사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김기범 기자 holjjak@kyunghya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