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라의 도장'국새'의 모든 것
'황제지보' 등 역사적 의미 담긴 문화재 9점
미국 대통령 방한 때 우리나라로 돌아와
2011년 10월 이후 봉황 새긴 '5대 국새' 사용
- ▲ (왼쪽부터)조선시대 지방 관리의 임명장에 사용된‘유서지보’, 대한제국이 자주독립국가임을 상징하는 의미로 제작된 ‘황제지보’, 대한민국‘제3대 국새'.
지난해 9월 23일 문화재청으로 한 통의 메일이 도착했습니다. 발신처는 미국 국토안보수사국. 메일을 확인한 문화재청 관계자는 자신의 눈을 의심했습니다. 한국전쟁 당시 미군이 덕수궁에서 불법 반출한 국새와 어보 등의 사진이 담겼기 때문입니다. 9장의 사진 속에는 대한제국이 ‘자주독립국가’임을 상징하는 의미로 제작된 국새 ‘황제지보’도 있었습니다. 미국 국토안보수사국은 “한국의 문화재가 맞느냐”며 확인을 요청했습니다. 문화재청은 역사적 기록을 통해 사진 속 문화재가 우리나라의 것임을 입증한 뒤 곧바로 반환 절차를 밟기 시작했습니다. 7개월 뒤, 9점의 문화재는 미국 대통령의 방한 길에 고국 품으로 돌아오게 됩니다. 많은 국민이 함께 기뻐하고 감격했지요.
그렇다면 사람들이 ‘국새의 반환’에 이토록 관심을 갖는 이유는 무엇일까요? 그건 국새가 가진 상징성 때문입니다. 나라 국(國), 도장 새(璽). 국새는 말 그대로 한 나라의 도장을 뜻하는데요. 우리나라뿐 아니라 전 세계 각국에서 예로부터 국새를 사용해왔습니다. 국가적으로 중요한 문서에 나라의 권위와 정통성을 상징하는 국새를 찍었습니다.
국새가 가장 귀한 대접을 받고, 활발히 사용된 시기는 조선시대입니다. 임금이 행차할 때도 왕이 탄 가마보다 국새를 실은 가마가 앞서 갔는데요. 국새는 곧 ‘나라’이자 ‘임금’을 상징했기에 그 위엄을 드러내기 위해서 이같이 했던 것입니다.
조선왕조에서 특히 국새를 아꼈던 왕이 있는데 바로 영조 임금이에요. 영조는 용도에 따라 다양한 국새를 만들어 썼습니다. 지방 관리의 임명장에는 ‘유서지보’라는 국새를 찍고, 왕세자 교육을 담당한 관리의 문서에는 ‘준명지보’라는 국새를 사용하게 했습니다. 이번에 반환된 국새 가운데 이 유서지보와 준명지보가 포함돼 있습니다.
한편 국새를 위조한 사람은 엄청난 형벌을 받았습니다. 성종 13년(1482년) 조선의 공신 신숙주의 아들 신정이 국새를 위조해 가짜 공문을 만드는 사건이 발생했는데요. 아버지가 신숙주였다고 해도 용서받을 수 없는 일이었습니다. 결국 신정은 ‘조정을 욕되게 했다’는 이유로 사형당합니다.
조선시대 이전에도 국새가 쓰였습니다. 기록에 남은 우리나라 최초의 국새는 부여의 예왕이 사용한 ‘예왕지인’입니다. 고려시대와 조선시대에는 중국의 거란·요·금·원·명나라로부터 국새를 하사받아 썼는데요. 당시 중국의 힘이 그만큼 막강했기 때문입니다.
◇‘거북’에서 ‘용’으로… 국새의 변신
1897년 대한제국이 수립되면서 황제 자리에 오른 고종은 중국을 받들고 섬기던 관계를 끝냅니다. 그리고 황제의 나라에 걸맞은 새 국새 제작에 나서게 됩니다. 국새 모양도 확 바뀝니다. 기존의 국새 손잡이가 주로 ‘거북’ 모양이었다면 이때부터는 ‘용’을 새기기 시작합니다. 중국의 황제들이 사용하던 용을 사용함으로써 우리나라가 ‘자주독립국가’임을 드러냈습니다.
요즘에도 국새를 사용하느냐고요? 물론입니다. 1948년 8월 15일 대한민국 정부가 수립된 이후 줄곧 국새를 제작해 썼습니다. 헌법 개정을 알리는 공포문, 5급 이상 국가 공무원의 임명장, 중요 외교 문서 등 국가의 주요 문서에 찍고 있습니다. 문서 중앙에 ‘꾹!’ 하고 말이죠. 대한민국 정부는 국새가 바뀔 때마다 1대, 2대, 3대 등의 숫자를 붙이고 있는데요. 2011년 10월 25일부터 현재까지는 제5대 국새를 사용 중입니다. 어진 임금을 상징하는 ‘봉황’이 새겨진 늠름한 모습이지요.
>>국새와 어보, 어떻게 다를까?
‘어보’는 왕과 왕비, 세자와 세자빈 등 왕실 가족을 책봉할 때나 존호(왕이나 왕비의 덕을 기리기 위해 올리던 칭호)를 붙일 때 기념으로 만드는 도장이다. 의례용 도장이라 실제로 문서에 사용한 경우는 드물다. 즉, 국새는 나랏일에 실제로 사용하는 실무용 도장이고, 어보는 보관용 도장이라고 할 수 있다.
출처:조선일보
기사원문보기:
http://kid.chosun.com/site/data/html_dir/2014/05/11/2014051101431.html
미국서 돌아온 대한제국 국새, 13일부터 일반 공개
오바마 미국 대통령이 지난달 방한 때 가지고온 대한제국 시절의 국새와 어보 등이 내일부터 일반에 공개됩니다.
하지만, 아직도 소재조차 모르는 해외 반출 문화재가 무척 많습니다.
허진석 기자입니다.
[리포트]
고종이 대한제국을 선포한 후 만든 황제지보는 방금 만든 양 보존상태가 아주 양호합니다.
재질은 옥인데 제국을 선포한 뒤에 만들어져 거북 대신 용이 섬세하게 새겨져 있습니다.
고종이 승하하자 순종이 고종에게 '수강'이란 존호를 올리면서 만든 수강태황제보는 우리 어보 360여 개가 모두 사각인데 비해 유일하게 팔각형 모양에다 그 테두리에는 팔괘가 새겨져 있는 독특함이 돋보입니다.
조선 국왕이 명령서에 찍었던, 황금이 도금된 유서지보와 왕세자 교육기관인 세자시강원에서 사용했던 준명지보도 국새입니다.
국새와 어보를 비롯한 이런 도장이 우리 소유임을 증명할 수 있었던 것은 우리 선조들이 국새를 기록한 ‘ 보인부신총수’라는 책과 헌종이 자신이 수집한 도장을 기록한 ‘ 보소당인존’을 남겼기 때문입니다.
미국은 불법문화재는 원래 국가로 돌려주는 게 응당하다는 입장입니다.
<인터뷰: 조태국 미국 국토안보수사국(HSI) 한국지부장>(00:37~00:53)
(미국 국토안보수사국은) 여러 나라에 7천 여 명의 요원을 파견하고 있으며, 2007년 이후 27개국에 7200여 점의 문화재를 반환했습니다.
문화재를 되찾는 일은 그러나 아직 갈 길이 멉니다.
이번에 국새와 어보가 돌아왔지만 여전히 국새 42개 중 28개가, 어보 366개 중 40개가 소재 불명상태입니다.
채널A 뉴스 허진석입니다.
기사원문보기:
http://news.ichannela.com/society/3/03/20140512/63425267/1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