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제 강점기에 지어진 부산 해운대구 송정역(등록문화재 제302호)에 대해 문화재 지정 유지 결정이 내려졌다. 최근 지역 주민을 포함한 일각에서 ‘송정역은 일제 강점기에 지어진 침략의 잔재이며, 지역 발전까지 저해시킨다’는 주장이 나왔지만, 일제 강점기의 유산 역시 근대 문화재의 하나로 봐야 한다는 반론이 받아들여진 것이다.

문화재위원회 근대문화재분과위원회(위원장 김영식)는 지난달 15일 ‘부산 송정역 문화재 등록 말소’안에 대해 출석위원 11명 만장일치로 ‘등록 말소는 타당성이 없다’고 의결했다. 

송정역은 동해남부선 해운대역과 기장역 사이에 있는 역이다. 일제는 동해안의 해산물과 자원 수송을 목적으로 경북 포항과 부산을 잇는 동해남부선을 부설했다.  송정역은 1934년 역무원이 없는 간이역으로 영업을 시작해, 1940년 12월 목조 단층 기와지붕 형태의 역사를 짓고 1941년 6월 보통역으로 승격됐다.

1976년 화물업무가 중단됐고 간이역으로 쓰이다 지난해 말 동해남부선 해운대~기장 구간이 폐선(閉線)되면서 빈 역사가 됐다.  송정역사(松亭驛舍)와 철로 등은 2006년 12월 등록문화재로 지정됐다.

지난 2월 부산 해운대구 송정동에 거주하는 A씨 등 주민 48명은 “송정역의 문화재 등록가치가 미흡하며 지역 발전을 저해한다”며 송정역의 문화재 등록 말소를 주장하고 나섰다. “송정역은 일제가 조선 사람들을 강제로 동원해 만들고, 조선의 물자를 수탈하는 데 쓰인 침략의 잔재인데 이런 건축물을 근대문화재로 지정하면서까지 지역 발전에 지장을 주는 것은 이해할 수 없다”는 이야기다. 이들은 “침략의 잔재이자 지역 발전에 걸림돌이 되는 송정역을 철거하고 교통난 해소와 송정동 발전을 위해 새로 도로를 놓아야 한다”고 해운대구청에 민원을 제기했다.

하지만 회의에 참석한 문화재위원들은 1930~40년대 역사(驛舍) 건축의 전형을 보이는 송정역의 보존을 결정했다. 송정역이 건설 당시 모습을 거의 원형 그대로 유지하고 있는 데다, 문화재 등록 사유를 고려해 보면 등록문화재의 말소 및 철거는 타당성이 없다는 것.

문화재위원회는 “송정역을 철거하기보다는 다각적인 활용 방안을 마련해 지역 주민들의 문화 휴식 공간 등으로 활용하는 안이 바람직할 것으로 본다”며 송정역 보존 결정을 내린 배경을 밝혔다.

한편 문화재청은 일제의 잔재냐 문화유산이냐 일제나 친일파 등과 관련된 문화재, 일명 ‘네거티브 문화재’의 등록 추진이 잇따라 쟁점이 됨에 따라, 여론조사와 자문위원회 등을 거쳐 네거티브 문화재의 등록 기준 등을 마련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