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키 지구촌] 우크라이나와 러시아의 ‘크림반도 갈등’이 문화유산에 대한 소유권 분쟁으로까지 번지고 있다. 러시아의 크림반도 합병에 반발하는 우크라이나 정부가 ‘크림반도 문화재는 여전히 우리 것’이라고 주장하고 있어 양국 간 신경전이 가열되고 있다.
이 와중에 네덜란드 암스테르담에서 ‘크림반도-흑해의 금과 비밀’ 전시회를 열고 있는 암스테르담대는 8월 말 행사 종료 후 금세공품과 보석 등 전시물을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중 어디에 둘려줄지를 두고 벌써 고민에 빠져있다.
전시물의 원 소유주인 박물관 5곳 중 4곳이 크림반도에 소재하고 있기 때문이다. 크림반도 주도(州都) 심페로폴의 국립과학아카데미 관계자는 로이터와의 인터뷰에서 “이 사안은 정치 문제가 됐다”며 “우크라이나 정부가 전시물을 회수한다면 이는 러시아 크림반도 병합에 대한 복수로 인식될 수도 있다”고 전했다.
우크라이나 정부는 실제 러시아가 크림반도 문화재를 빼돌리거나 문화유산 관리권을 인수하는 행위에 맞서 국제법으로 대응할 것을 천명했다.
올렉 마흐니츠키 우크라이나 검찰총장은 “절대 크림반도의 소중한 문화유산을 포기하지 않을 것”이라면서 크림반도 사적지에 대한 권리를 확인하는 국제 소송도 준비하고 있다고 밝혔다.
크림반도의 유명 문화유산으로는 미국·소련이 2차 세계대전 전후 질서에 대해 논의한 얄타 회담의 장소였던 ‘리바디아 궁전’과 고대 그리스 유적지인 케르소네수스 등이 있다.
하지만 우크라이나의 ‘문화재 전쟁’에는 어려움이 만만찮다. 크림반도 내 미술관 일각에서는 ‘러시아가 문화 예산을 더 지원해줄 것’이라며 러시아 병합을 더 반기는 여론도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바흐치사라이의 칸 궁전에서 미술관을 운영하는 발레리 나우멘코는 우크라이나 정부가 지금껏 궁전 관리에 예산을 지원하지 않았다면서 “우크라이나가 이곳 문화유산에 대해 도의적 권리를 주장할 수 없다”고 비판하기도 했다.
리바디아 궁전을 관리하는 라리사 데쿠셰바 관장은 “이 궁전은 애초 러시아 황제인 로마노프 일가 소유였다”며 우크라이나가 이 사적에 대해 배상금을 요구할 수 없다고 주장했다.
크림자치공화국 정부도 우크라이나의 문화재 권리 요구와 관련해 ‘배상금은 한푼도 낼 수 없다’고 강조하면서 우크라이나 정부가 관련 소송을 제기하면 맞소송할 것이라고 밝혔다.
국민일보 쿠키뉴스 서정학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