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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궁화의 원산지가 밝혀진 것은 비교적 최근의 일이다. 인도 북부와 중국 윈난 성, 쓰촨 성 일원에서 야생 무궁화가 자라는 것이 밝혀진 것이다.(중략) 무궁화의 우리 이름은 '무우게'이다. 김정상은 1955년에 펴낸 <무궁화보>에서 "1923년 전남 완도군 소안면 비자리 앞 바닷가에서 자라는 수십 주의 굵은 무궁화나무를 보았다. 마을 노인들은 무궁화라는 이름보다 '무우게'라고 부른다."고 적고 있다. (줄임) 무궁화로 부르게 된 것은 고려 말 이규보가 처음 사용한 듯하다. (줄임) 조선조에는 과거에 급제하면 다홍색과 보라색, 노란색 무궁화를 꽂게 했는데 이게 어사화이다. 궁에서 간단한 잔치에도 신하들의 사모에 무궁화를 꽂고 이를 '진찬화'라 했다.-<서울의 나무, 이야기를 새기다>에서

<서울의 나무, 이야기를 새기다>(을유문화사 펴냄)는 경복궁과 창경궁, 우정총국과 조계사, 독립문 공원 등 역사적으로 중요한 장소이거나 대학로 마로니에 공원처럼 많은 사람들이 찾는 곳에서 우리와 함께 살아가는 나무들, 그에 관한 이야기들이다.

저자에 의하면 조선시대 어사화나 진찬화가 되기도 했던 무궁화는 신라시대나 고려시대에는 근화향으로 불리기도 했다. 신라가 당에 보낸 국서에서 문장가 최치원이 신라를 무궁화를 뜻하는 근화향이라 지칭했단 기록이, 이수광이 <지봉유설>에서 '고려에서 보낸 국서에 본국을 근화향이라했다'고 적고 있다고 한다.

외에도 중국의 <산해경> 등 여러 문헌에서 우리 민족을 무궁화와 연결 지어 기록했음을, 시대적으로 수많은 사람들이 무궁화를 예찬하고 우리 민족과 연결 지었음을 책은 좀 더 자세히 알려주고 있다. 그런데 이처럼 우리 민족이 사랑했던 무궁화는 일제강점기에 수난을 당한다.

이 같은 무궁화가 뼈아픈 수난을 겪은 것은 일제 치하인 1933년 11월부터이다. 한서 남궁억 선생의 무궁화를 통한 민족혼 고취 운동이 탄로 나는 소위 '무궁화 사건' 이후 일제는 전국의 무궁화를 죄다 뽑아버리게 했다. 그러고서 무궁화를 보고 있거나 만지면 눈병이 나고 부스럼이 난다는 등의 온갖 악소문을 퍼뜨려 무궁화를 멀리하도록 했다. 그도 모자라 무궁화는 꽃이 지저분하고 벌레가 많이 꾀는 몹쓸 나무라고 어린이들에게 세뇌교육을 시켰다. 그 결과 무궁화는 변소 옆이나 담 모퉁이로 밀려났다. 천대받는 꽃이 되어 광복 반세기를 맞았고, 아직도 그 명예를 충분하게 회복하지 못하고 있다.-<서울의 나무, 이야기를 새기다>에서

이 부분을 읽으면 문득 어린 시절이 생각났다. 동네에 무궁화가 많이 심어져 있었다. 동네 사람들이 틈만 나면 찾아들어 여가를 즐기던 모정 옆에 집이 있었던지라 우리 집 가는 길가와 모정 둘레에는 특히 무궁화가 많이 심어져 있었다. 하지만 이렇게 지척에 많이 심어져 있어 친근한 꽃임에도 멀리, 그리고 조심해야 하는 꽃이었다.

한편의 어른들은 나라꽃이니 꽃송이를 만지지도, 따지도 말라고 했고, 한편의 어른들은 눈병이나 피부병이 나니 근처에 얼씬도 하지 말고 만지지 말라고 했기 때문이다. 좋아하기 때문에 잔득 심어놓고 그 곁에는 가지도 말라거나 찝찝해하는 어른들의 태도가, 왜 하필 이처럼 위험한 꽃을 나라꽃으로 정했을까? 어린마음에 이해되지 않았음은 물론이다.


▲ <서울의 나무, 이야기를 새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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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 <서울의 나무, 이야기를 새기다>에는 위의 무궁화 관련 인용에 앞서 우선 소개하고 싶은 내용이 좀 더 많다. 그럼에도 이 부분을 우선 소개함은 무궁화의 명예회복을 기원하며, 그리고 역사 속 무궁화를 좀 더 많은 사람들이 알면 좋겠다 싶어서이다.

일제강점기 수많은 애국지사들이 옥고를 치른 서대문 형무소 일대를 공원화 한 독립문공원에 어울리는 나무는 당연 이런 사연이 숨은 무궁화일 것이다. 현재 독립문공원에는 좀 오래된 무궁화 수십 그루가 식재되어 있다. 그리고 해마다 8월 15일에는 무궁화 관련 전시를 하기도 한다.

역사 기록 속 무궁화 이야기는 지면상 아주 조금만 소개했다. 책에 좀 더 많이 소개되어 있음은 당연하고 말이다. 이왕이면 많은 사람들이 무궁화 이야기를 읽고 좀 더 많이 알았으면 좋겠다는 바람을 전하고 싶다.

또, 일부 사람들은 우리나라에 자생지가 없다는 이유로 외래종으로 주장하기도 한다고 한다. 그런데 저자에 의하면 '중국의 <산해경>에 이미 4세기에 우리나라를 무궁화와 동일시한 기록'이 있을 정도로 우리와 오랫동안 함께 해온 무궁화란다. 그렇다면 예전에는 자생지가 있었으나 관리소홀로 사라졌거나 관심부족으로 발견하지 못했을 수도 있지 않을까.

…이때의 춘(椿)은 참나무 춘자가 아니고 일본인이 쓰는 동백나무 춘자도 아니다. 바로 참죽나무 춘자를 말한다. 일본인은 이 춘(椿)을 동백나무로 알고 있다. 그러나 춘자는 일본에서만 동백나무를 일컫는 글자이지 같은 한자 문화권인 우리나라와 중국, 대만에서는 참죽나무를 뜻한다.

알렉상드르 뒤마 피스의 소설 <동백꽃 여인>을 주세페 베르디가 오페라로 작곡한 <라 트라비아타>는 우리나라에서도 '춘희(椿姬)'라는 이름으로 여러 번 공연한 적이 있다. <라 트라비아타>는 늘 동백꽃을 가슴에 꽂고 거리로 나와 손님을 유혹하는 창녀 비올레타와 젊은 귀족 알프레도와의 사랑 이야기다. '동백꽃 부인'이라고 번역한다면 '춘희(椿姬)'라는 말은 맞지 않는다. '춘(椿)'은 동백나무가 아니고 참죽나무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오페라 '춘희'는 '동백 아가씨' 또는 '동백꽃 여인'이라고 번역해야 마땅하다. '춘희'라고 하면 '참죽나무 아가씨'가 되기 때문이다. 일부 음악인들이 일본 말을 아무 생각 없이 수입하여 쓴 말이 굳어지면서 아직도 춘희라고 하는 것은 부끄러운 일이다.-<서울의 나무, 이야기를 새기다>에서

독립문 공원의 무궁화 이야기에 앞서 읽은 신촌 봉원사 참죽나무 이야기 한 부분이다. 신촌 봉원사는 한국 불교 음악 범패에 관한 모든 기능을 간직하고 있는 무형문화재 보유사찰인데다가, 불교 회화제작 기능도 보유하고 있는 불교 문화사에 매우 중요한 사찰이다.

이 사찰에서 우리가 관심을 둬야 할 나무는 다른 사람의 아버지를 존칭할 때 쓰는 춘부장, 춘당으로 축수를 받는, 봉원사 대웅전과 5천불전 사이로 난 등산로 초입에 서있는 참죽나무와, 봉원사 경내에 있는 느티나무이다.

특히 참죽나무는 서울에서는 보기 참죽나무 노거수란다. 참죽나무는 충청이남 지역의 따뜻한 기온을 좋아하는 나무이기 때문에 서울에서는 새순을 따먹기 어려울 정도로 쉽게 자라지 못하기 때문이다. 이런 점에서 봉원사의 참죽나무는 서울의 추운 기온을 이겨낸 좋은 유전자를 가졌을 가능성이 많다. 따라서 봉원사의 참죽나무처럼 추운 기온을 이겨낸 나무들에게 신경을 쓰고 종자를 받으면 우수한 자원을 줄 수 있다고 한다.

지금이야 일부 사람들이나 애호하는 정도지만 옛사람들은 참죽나무 순을 나물로 무쳐먹기도 하고 장아찌로 만들거나 꼬치에 꿰어 부쳐 먹는 등 매우 즐겼던 식품이기 때문이다. 게다가 목재 가치도 높다니 봉원사의 참죽나무 씨앗을 채집해 자원화 하는데 관심두는 것도 좋을 것 같다.

책은 이처럼 우리에게 의미 있는 장소 44곳의 의미 있는 나무들, 그 이야기들을 들려준다. 생태적 특성이나 지니고 있는 역사만 들려주지 않고 춘희처럼 관련 이야기들을 풍성하게 풀고 있어서 더욱 재미있게 읽을 수 있다. 게다가 나무를 위한 바람직한 관리나 자원 활용 등에 대한 충고나 조언도 아끼지 않고 있어서 더욱 의미 있는 책이다.

작은 씨앗 하나에서 싹을 틔워 사람들은 물론 새 등 여러 생물들에게 많은 것들을 주며 오랜 세월을 산 나무들은 보는 것만으로도 경외감을 갖게 한다. 하지만 우리의 무관심속에 경북궁의 돌배나무처럼 움츠리며 자라거나 그 가치를 미처 알아보지 못한 때문에 베어지기도 한다. 이 책이, 이 책을 소개하는 내 작은 수고가 우리 곁의 가치 있는 나무에 대한 관심과 제대로 된 관리에 도움이 되었으면 좋겠다.

출처:오마이뉴스
기사원문보기:http://www.ohmynews.com/NWS_Web/View/at_pg.aspx?CNTN_CD=A0001958300&CMPT_CD=P0001

4세기때부터 우리와 함께 해온 무궁화가 외래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