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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목 논개의 사연이 굽이굽이... 금강이 시작되는 곳
글쓴이 tntv 등록일 [2016.04.16]



논개의 사연이 굽이굽이... 금강이 시작되는 곳

글 | 최갑수 여행작가

▲ 덕산계곡
지난 8월 10일 전북 장수에 다녀왔다. 본격 휴가철이 끝나서인지 도로는 비교적 한산했다. 서울에서 장수까지 3시간30분이 걸렸다. 첫 목적지는 덕산계곡. 장수 사람들이 여름철 피서 삼아 찾는 곳이다. 피서철이 끝났지만 주차장에는 승용차와 승합차 등 10여대가 주차해 있었다. 모두 덕산계곡으로 물놀이를 나온 가족들이 타고 온 차량이다.
 
귓전에는 매미 소리가 따갑게 울렸다. 주차장에서 100여미터를 걸어가면 계곡 초입. 생수 등을 파는 작은 가게가 하나 있는데 그 앞으로 바로 계곡이 펼쳐진다. 계곡은 물놀이를 하는 가족들로 시끌벅적했다. 아이들은 노랗고 빨간 튜브를 타고 신나게 물놀이를 하고 있었다. 물총 싸움을 하는 아이들의 웃음소리가 계곡에 울려 퍼졌다.
 
물가에서는 자리를 펴고 수박을 잘라 먹는 가족들도 보이고 짙은 숲그늘이 드리운 너른 바위에서 낮잠을 청하는 이들도 있었다. 대낮 기온이 30도를 웃돈다지만 이곳 덕산계곡에는 서늘한 기운마저 감돌았다.
   
   바위 한쪽에 자리를 잡자마자 바지를 걷어올리고 물에 들어갔다. 발을 담그는 순간 차가운 기운이 온몸을 휩쌌다. 팔에는 소름이 오스스 돋았다. 발을 담그고 5분을 채 견디기가 힘들 정도였다. 아이들은 마냥 신났다. 누가 먼저랄 것도 없이 물에 텀벙 뛰어들어 재잘거리며 물장구를 치며 놀기 바빴다. 
   
      시원한 계곡에 발 담그고
   
   덕산계곡은 물놀이뿐 아니라 나무데크 탐방로를 따라 트레킹을 즐길 수도 있는데 초보자라도 쉽게 다녀올 수 있다. 아랫용소, 윗용소 등 비경이 연이어 펼쳐진다. 숨을 쉴 때마다 청량하고 신선한 공기가 가슴 가득 밀려든다. 길 내내 함께하는 시원한 물소리가 귀를 씻어준다. 10여분 걸으면 시야가 확 트이며 줄줄이 겹쳐진 널찍한 바위가 나타난다.
 
바위 앞으로는 소(沼)가 자리한다. ‘윗용소’다. 겹겹이 늘어선 준봉들을 배경으로 층층이 떨어지는 물길이 장관이다. 신선이 살았음 직한 풍경이다. 다시 10분쯤 더 가면 ‘아랫용소’가 나온다. 웅장한 암벽 가운데로 물줄기가 장쾌하게 떨어진다.
 
영화 ‘남부군’에서 이현상 휘하의 빨치산 500명이 1년 만에 처음으로 옷을 벗고 목욕하던 곳이 바로 이곳이다. 짙은 녹색의 소는 얼마나 깊은지 바닥이 보이지 않는다. 아직도 용이 살고 있을 것처럼 신비감이 감돈다.
   
   한국의 여느 용소가 그러하듯, 덕산계곡의 용소에도 용에 얽힌 전설 한 자락이 깃들어 있다. 아빠 용, 엄마 용, 아들 용이 이 계곡에 살았다. 아빠 용은 윗용소에 머물다가 승천했다. 엄마와 아들 용은 아랫용소에 살았는데 사람들이 아랫용소 암벽에 글씨를 새기려고 나무를 베어 소를 메우는 바람에 이들은 하늘로 올라가지 못했다.
 
화가 난 용이 해마다 한 사람씩 해코지를 했는데 이를 달래려고 사람들은 1년에 한 번씩 여기서 제를 지냈단다. 용소 암벽에는 사람들이 새긴 글자가 지금도 선명하다.
   
   계곡과 나란히 가는 길은 하류의 방화동 가족휴가촌까지 이어진다. 방화동 가족휴가촌은 장수군이 1988년 한국 최초로 조성해 운영 중인 가족단위 휴양지다. 오토캠핑 문화가 이처럼 엄청난 인기를 끌기 훨씬 전에 국내 최초로 조성된 오토캠핑장이다. 자연휴양림(삼림욕장)을 비롯해 물놀이장, 삼림욕장, 전망대, 잔디밭, 지압로 등이 갖춰져 있다.
   
▲ 토옥동계곡

   남덕유산 계곡에 자리한 토옥동계곡도 찾을 만하다. 남덕유산과 삿갓봉 사이로 깊숙이 뻗은 약 7㎞의 계곡. 웅장한 규모는 아니어도 20여개의 지류와 크고 작은 소, 폭포가 이어지는 깨끗하고 아름다운 바위골짜기다. 계북면 양악마을을 찾아가면 된다. “새색시를 태운 가마가 떨어진 곳”이라는 가마소(각시소), 골짜기의 가장 큰 폭포인 지추골폭포(큰폭포·높이 15m)가 이름 높다.
   
   주차장 옆 다리를 지나면 바로 계곡이 시작된다. 너럭바위가 있고 나무가 울창하다. 따가운 볕을 피하며 탁족을 즐기기에 좋다. 덕산계곡에 비해 규모가 작지만 물소리가 주는 청량함은 결코 모자람이 없다. 1986년 댐을 막아 양악저수지를 만들면서 댐 하류 계곡은 경관이 볼품없어졌지만 지금도 상류 쪽은 오염원 없는 청정 골짜기다. 산이 험하고 가팔라 등산객 출입을 금지해온 덕에 맑은 물길이 유지돼 왔다.
   
      짜릿한 승마 체험
   
▲ 장수승마체험장

   장수는 한국의 대표적인 고원지대다. 해발 400~500m 고원 위에 분지 형태로 들어앉았다. 혹자는 남쪽의 개마고원이라 부르기도 한다. 장수로 가다 만나는 집재, 비행기재 등 고갯길을 보면 고개가 끄덕여진다.
 
 “관측 이래로 장수에서는 열대야가 있어 본 적이 없다”는 것이 문화해설사의 설명이다. 여름에도 공기 중 습도가 낮아 한낮에 그늘 아래만 들어가면 시원한 바람이 옷깃을 훑는다. 이런 까닭에 소와 말을 많이 키운다.
   
   장수에서 승마 체험은 필수다. 2010년 개장한 장수승마체험장은 3만1361㎡의 부지에 마방과 실외마장, 희귀 말 전시장, 방문자 쉼터, 외승코스, 말 방목장 등을 갖추고 있으며 체험 말도 보유하고 있다. 승마체험장에서 타는 말은 조랑말이 아니다. 서부극에서 보던 커다란 말이다. 말을 타기 위해서는 승마모자와 종아리 보호대인 챕스(chaps)를 착용해야 한다. 승마체험장에 모두 구비돼 있으니 따로 챙겨 갈 필요는 없다.
   
   오전 11시에 찾은 승마체험장. 벌써 한 가족이 승마 체험 중이다. 말등 위에 앉은, 중학생 정도로 보이는 아이의 눈이 살짝 겁에 질렸다. 앉은 자리가 높기 때문이다. 말은 볼 때와 탈 때가 느낌이 사뭇 다르다. 말등에 앉으면 바닥이 까마득하게 내려다보인다.
   
   말은 네 마리가 한 조를 이루어 트랙을 따라 도는데, 4명이 한 팀이 되어 코치의 지시 아래 걷기와 달리기를 반복한다. 처음 한두 바퀴는 조심스럽게 걷는다. 말의 움직임에 리듬을 맞춰 함께 움직인다. 그러다가 천천히 뛰기 시작한다. 이렇게 10여분 지나면 슬슬 재미가 붙는다. 아이의 얼굴에도 재미있다는 듯 미소가 어린다.
 
 허리를 꼿꼿이 세우고 말이 뛰는 리듬에 맞춰 함께 움직이면 30분 체험시간이 후다닥 지나간다. 승마는 수영이나 조깅보다 2배 이상의 운동 효과를 볼 수 있다는 것이 교관의 설명이다. 11세 이상이면 누구나 체험 가능하니 망설일 필요가 없겠다.
   
   승마 체험을 하지 않더라도 탁 트인 초원에서 한가로이 풀을 뜯는 말들을 바라보는 것만으로도 힐링이 되는 느낌이다. 승마체험장 앞에 자리한 커다란 트로이 목마가 이국적인 풍경을 연출한다. 육십령 자락에 자리한 ‘렛츠런팜 장수’는 드넓은 초지가 펼쳐지는 곳으로 그 풍광이 강원도 평창의 대관령목장에 뒤지지 않는다.
 
 승마와 말먹이 주기, 트랙터 타기 등 다양한 체험 프로그램도 운영하고 있다. 장수승마체험장이 어른과 청소년을 위한 공간이라면 렛츠런팜은 유아를 동반한 가족이 말 관련 체험을 즐기기에 좋은 곳이다.
   
   장수에서 꼭 빠뜨리지 말아야 할 곳이 있다. 논개의 생가가 바로 그곳이다. 우리가 알고 있는 논개에 대한 기록은 ‘진주의 관기이며 왜장을 안고 남강에 뛰어들었다’가 전부다. 하지만 장수에서 듣는 논개 이야기는 다소 의외다. 논개는 성이 ‘주’씨고, 현감의 후처가 된 몰락한 양반가의 딸이다.
      
   논개의 붉은 마음
   
▲ 주촌마을 논개 생가

   “주논개 선생님의 아버지는 마을에서 훈장을 하셨어요. 그러니까 천한 집안의 자식이 아니랍니다.” 해설사의 설명이다.
   
   논개는 원래 양반가의 딸이었지만 아버지 주달문이 사망하고 집안이 어려워지자 생활고에 시달리던 어머니는 논개와 함께 시동생 집으로 들어가게 된다. 그런데 도박으로 가산을 탕진한 시동생은 어린 나이지만 미모가 출중했던 조카 논개를 김풍헌이라는 부잣집의 민며느리로 팔아버린다. 어머니는 이 사실을 알고 논개를 피신시켰지만 결국 계약 위반으로 잡혀가 현감 앞에 가서 재판을 받게 된다.
 
 이때 논개와 논개 어머니를 구명한 현감이 바로 최경회다. 이를 계기로 논개와 그 어머니가 최경회의 집에서 허드렛일을 하며 살다가 이후 18살이 된 논개는 부인을 잃은 최경회의 후처가 된다.
   
   1592년 임진왜란이 일어나자 최경회는 의병장으로 나섰다. 그는 1차 진주성 싸움에서 승리를 거뒀지만 이후 진주성이 함락되자 남강에 투신한다. 왜군은 이 승리를 자축하기 위해 촉석루에서 주연을 벌이고 논개는 스스로 자신을 진주 관기로 등록하고 잔치에 참석한다.
 
술판이 벌어지고 취기가 한창 올랐을 때 논개는 왜적의 장수 게야무라 로쿠스케를 진주성 남강 의암바위로 유인해 꼭 끌어안고 남강에 몸을 던진다. 많은 이들이 논개를 진주 기생이라고 알고 있는 것도 이 때문이다.
   
▲ 의암호

   그녀가 태어난 곳은 전라북도 장수군 장계면 대곡리다. 마을 들머리에는 생가도 복원되어 있고 기념관도 만들어져 있다. 당당한 눈빛을 가진 동상 앞에 서면 마음이 절로 숙연해진다. 생가 뒤로 마을이 자리한다. 주씨 집성촌이어서 주촌마을로 불린다. 마을은 아담하고 예쁘다.
 
굴피(참나무·상수리나무·굴피나무·삼나무 등 두꺼운 나무껍질)와 죽데기(통나무의 표면에서 잘라낸 널조각)로 만든 전통 주택들이 오순도순 모여 있어 구경하며 걷기에 안성맞춤이다. 구불구불 돌담을 따라가다 보면 붉게 핀 능소화가 반긴다. 물레방아, 디딜방아도 구경할 수 있다. 드라마 ‘아가씨를 부탁해’를 촬영한 곳으로도 알려져 있다.
   
   장수읍 두산리에는 논개사당(의암사)이 있다. 장수 사람들의 논개에 대한 존경과 애정은 남다르다. 1846년 헌종 때 현감 정주석은 논개생향비를 건립했는데, 이후 일제에 의해 파괴될 위기에 처하자 마을 사람들이 이것을 땅속에 파묻어 보존했다. 지금 논개사당에 있는 비가 바로 그때 숨겨 놓았던 것이다. 3개의 계단을 오르고 문을 지나면 영정각에 닿는데, 붉게 핀 자귀나무와 사당을 앞에 두고 펼쳐진 의암호가 마냥 평화롭기만 하다.
      
   땀 흠뻑 쏟는 트레킹 코스
   
   장수는 금강이 시작되는 고장이다. 장수읍에서 19번 국도를 따라 8㎞ 정도를 가면 수분재(水分峙)다. 예전에는 재의 한가운데 외딴집이 한 채 서 있었는데, 비가 오면 지붕에서 남쪽으로 떨어지는 빗물은 섬진강으로 흘렀고, 북쪽으로 떨어지는 물은 금강으로 흘렀다는 우스갯소리도 전한다.
   
   이 수분재 뒷계곡을 따라가면 금강의 발원지인 뜬봉샘(飛鳳泉)을 찾을 수 있다. 뜬봉샘 생태공원 주차장에 차를 세우고 약 2㎞ 정도 산길을 따라가는데, 나무데크로 정비를 잘해 놓았지만 제법 경사가 있어 땀을 흠뻑 쏟아야 한다.
   
   샘에는 ‘금강 천리 물길 여기서부터…’라는 표지가 서 있다. 여기서 시작된 물줄기가 진안~무주~금산~옥천~영동~보은~공주~청양~부여~논산~익산~서천~군산을 거쳐 서해로 장장 397.25㎞를 흘러간다. 샘물 한 바가지를 떠서 목을 축인다. 시원한 물줄기가 속을 적셔준다. 지금까지의 수고가 모두 씻겨 나가는 순간이다.
   
▲ 뜬봉샘

   뜬봉샘에는 조선 태조 이성계와 얽힌 설화가 전한다. 이성계가 천지신명의 계시를 받으려 이곳에 단을 쌓고 백일기도에 들어갔는데 백 일째 되는 날 봉황새가 무지개를 타고 나타났다. 황급히 봉황새가 뜬 곳을 가보니 풀숲으로 가려진 옹달샘이 있었고, 이후 봉황새가 떴다고 해서 샘 이름을 뜬봉샘으로 지었다고 전해진다.
   
   무룡고개는 영취산(1075m)과 장안산(1237m)을 오를 수 있는 출발점이다. 백두대간 36구간 중 6구간에 속하기도 한다. 영취산민령~깃대봉~육십령까지 장장 12㎞를 달린다. 쉬엄쉬엄 가면 5시간30분 정도 걸리는 코스다.
 
무룡고개에서 영취산 정상까지만 다녀와도 된다. 왕복 1시간30분쯤 걸린다. 경사가 제법 가파르니 마음을 다잡아야 한다. 장안산까지는 왕복 2시간쯤 걸린다. 길이 평탄하고 숲이 깊다.
 
무룡고개에 주차를 하고 장안산 방향으로 10분 정도 오르면 장안산 능선길 못 미쳐 팔각정이 있는데 이곳에서 보는 구름바다는 장쾌하기 이루 말할 수 없다.
 
백운산(1279m)을 비롯해 팔공산(1151m), 마이산(678m), 덕유산(1614m)과 가야산(1430m)이 어깨를 걸고 서 있다. 아이들과 함께라면 장안산을 다녀오는 것이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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