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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목 중요무형문화재 제100호 옥장 장주원 보유자
글쓴이 tntv 등록일 [2012.02.10]
스무 살을 넘어 서면서도 나는 무엇을 해야 할지 알지 못했다. 그러나 한 가지 확실한 것은 있었다. 내가 좋아하고 즐거워서 죽을힘을 다해 할 수 있는 일을 찾고 싶다는 것. 수없이 많은 바람이 불어가고, 수없이 많은 꽃잎이 피고 지며 나의 영혼을 어루만졌다. 타고난 손재주로 목각인형을 만들어 팔기도 했고, 초상화를 그려주며 돈을 벌기도 했다. 그것도 아니다 싶어 미8군 무대에서 트럼펫을 불던 날도 있었다. 다시 고향 목포로 돌아와 금방을 하시던 아버지 곁에서 잔심부름을 하며 금은 세공을 익혀 장신구를 만들기 시작하면서 이 분야에서 최고라는 자만심에 빠지기도 했다. 그러나 어느 날 누군가 나의 손재주 소문을 듣고 깨진 옥향로를 들고 수리해 달라며 찾아왔을 때, 그 옥향로를 처음 보는 순간, 모든 것은 일순간에 멈춰버렸다. 나의 인생을 바꿀 정도로 깊은 정적이 가슴을 툭 치고 지나갔다. 어떻게 만들었을까. 조용히 말을 걸어오는 돌 앞에서 가슴이 뜨거워지며 나는 타오르기 시작했다. [b]옥 앞의 생 [/b]

옥은 세월을 먹어야 빛을 발하는 돌이다. 나는 옥향로를 만난 순간부터 지금까지 40여년이 넘도록 오로지 옥에 대한 사랑으로 생을 보냈다. 교과서도 없었고, 스승도, 선배도, 하다못해 동료도 없었다. 외로웠다. 옥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고, 옥으로 얼마나 위대한 예술품이 탄생할 수 있는지 마음을 나누고 싶었다. 나는 외로움을 달래기 위해 대만의 고궁박물관을 찾아 가곤 했다. 그들의 작품을 보고 혼자 느끼고 대화하며 공부했다. 그들은 사슬 목걸이를 중국인들만이 만들 수 있는 불가사의한 공예품이라며 옥의 종주국으로서의 자부심을 드러내 보였다. 그러나 그들이 만든 사슬은 완결 고리가 아니었다. 우리나라에서도 이미 신석기 시대부터 옥을 다뤘던 흔적이 남아 있다. 나는 이 흔적의 맥을 찾아내 다시 잇고 싶었다. 중국인들이 할 수 있는 것은 우리도 할 수 있다는 믿음이 솟구쳐 올라왔다. 아니 나는 그들이 이뤄내지 못한 완결 고리를 완성하고 싶었다. 그리고 긴 시간 끝에 완결 고리로 사슬목걸이를 더블 체인으로까지 만들어 내는 데 성공했다. 그 불가사의하다는 작업은 내가 한국인으로서 할 수 있는 것이었다. [b]옥에 새긴 예술혼[/b]

처음엔 그저 돌이었던 옥에 생명을 불어 넣기 위해 세상을 굽어보고 나를 다스리며 온 인내의 시간. 나 죽기 전 소원이 있다면 8000년 역사의 중국 옥공예를 뛰어 넘어, 옥공예가 단지 공예가 아니라 예술품임을 인정받는 것이다. 얼마 전 30년 동안 실패를 거듭하면서도 포기하지 않고 한 발짝 한 발짝 다가가 원형 관통 주전자 만들기에 성공했다. 도자기로 만들어진 것을 보고 옥돌을 갈아 만든 것이다. 이제 조금 있으면 천인지를 형상화해서 만든 향로, 흑옥으로 만든 벼루가 훈민정음이라는 이름으로 한글의 위대함을 새기고 완성된다. 또 3톤의 원석 덩어리에 한민족 5000년의 역사를 23년 째 새기고 있다. 이름은 코리아 환타지라 붙였다. 단군부터 바로 오늘까지의 역사를 조각으로 기록한 것으로 등장인물만 해도 무려 2천8백 명에 이른다. 나는 우리나라 사람들이 내가 사랑한 옥돌, 거기에 새긴 모든 것들을 보물로 여기고 우리 역사와 전통 문화의 위대함을 언제나 잊지 말기를 소망한다. ▶글| 이지혜 ▶사진| 이은영


출처:월간 문화재 사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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