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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목 삶을 엮은 씨줄과 날줄, 예술로 승화하다...완초장 이수자 서순임
글쓴이 문화재방송.한국 등록일 [2021.03.28]

삶을 엮은 씨줄과 날줄, 예술로 승화하다 완초장 이수자 서순임 완초공예는 오랜 역사를 자랑하는 우리나라의 대표적인 공예품 중 하나다. 신라시대와 고려시대에는 왕실과 귀족의 전유물이었고, 조선시대에는 국가의 중요한 교역물로써 화문석, 용문석, 잡채화문석, 만화방석, 백문석 등 종류도 한결 다양해졌다. 그렇지만 최근에는 간신히 그 명맥을 이어가고 있는 완초공예. 그중에서도 최상품으로 인정받고 있는 강화 왕골로 화문석을 만드는 완초장 이수자 서순임 선생은 섬세한 손길로 완성도 높은 완초공예의 미학을 보여주고 있다.

인고의 시간이 점철된 전통 완초공예

흔히 왕골이라고 부르는 완초는 방동사니과 1년생 풀로 5월 하순에 심어 한창 더위가 기승을 부리는 7∼8월 성인 남자키만큼 길이가 자라면 수확한다. 수확기가 마침 장마철과 겹쳐 여러 날 정성을 다해 잘 건조시켜야 하는 어려움도 따른다.


수확한 완초는 쪼개어 건조시킨 후 다시 물에 불려 칼등으로 훑어 낸 다음 햇볕에서 말린다. 잘 말린 완초에는 각양각색의 물을 들인다. 천연염색을 하거나 카치온 염료를 사용한다. 천연염색은 오배자, 연잎, 치자, 소목, 쪽 등을 삭히거나 삶아서 완초에 색감을 입히는데, 매염제 처리 후 음지에서 건조한다. 천연염색 재료는 화학염료보다 자연에 가까우면서도 고급스러운 멋이 난다. 완초가닥을 꼬아 만든 노를 날줄로 놓고 씨줄을 엮어 나가면서 밑바닥과 옆면을 만든다.


여러 왕골이 있지만 윤기가 좋고 부드러운 강화의 왕골이 최상품으로 손꼽힌다. 아직까지도 강화도를 중심으로 화문석을 비롯한 여러 종류의 완초공예가 명맥을 이어오고 있는 까닭도 이러한 환경적인 요인이 작용했다. 강화도에서 태어나 평생을 강화도에서만 살아온 서순임 선생에게 완초와의 인연은 운명의 한 조각이나 마찬가지였다.


“초등학교를 졸업하고 바로 완초공예를 시작했습니다. 그 시절 강화도에는 화문석을 만들지 않는 집이 없었죠. 한 집 건너 한 집, 생계를 위해 가장 쉽게 선택할 수 있는 것이 바로 화문석이었습니다. 저희 집도 외할아버지께서 왕골로 자리를 만드는 작업을 하셨고, 어머니께서도 화문석 작업을 하셨습니다. 어머니에게 어깨너머로 화문석을 배우기 시작했고 그것이 지금까지 이어졌습니다. 생계를 위해서 시작했지만 그 매력에 매료되어 고단하지만 즐겁게 작업한 결과 이수자로 선정될 수 있었습니다.”


완초공예는 무엇보다 재료가 중요하기에 서순임 선생은 직접 완초를 심어 재배하고 수확까지 한다. 품질 좋은 완초공예 작품을 만들고자 하는 남다른 열정과 애정이 고스란히 담겨 있다.

00.'우수 이수자'는 2019년 무형문화재 전승체계의 바탕을 이루는 이수자들을 지원하기 위해 도입되었다. 3년 이상 활동한 이수자 중에서 무형문화재 전수교육 참여와 전승실적이 탁월한 사람을 추천받아 1년간 우수이수자로 지원하고 있다. 서순임 이수자는 2019년에 우수 이수자로 선정되었다.

한수(韓秀)를 잇는 한수(韓手)

손재주가 남달랐던 서순임 선생은 가족과 동네 어르신에게 기초부터 탄탄히 배워가며 완초를 말려, 삼고, 물들이는 모든 과정을 차례차례 익혔다. 그러다가 결혼 후 국가무형문화재 제103호인 완초장 이상재 선생과 가까이 살게 되었고 여러 차례 선생께 가르침을 청해 사사받을 수 있었다. 타고난 손재주와 이미 튼튼하게 닦아 놓은 기초에 이상재 선생의 가르침까지 더해지자 서순임 선생의 솜씨는 일취월장했다. 무엇이든 한 번 마음 먹으면 해내고야 마는 서순임 선생 특유의 뚝심 있는 성격도 오늘날에 이를 수 있게 하는 저력이 되었다.


완초공예는 예민한 손놀림과 엄청난 집중력, 그리고 끈기가 없으면 해낼 수 없고 글자와 무늬를 넣는 뜸질의 난이도에 따라 보름에서 한 달까지도 걸리는 복잡다단한 작업이지만 선생은 남달리 섬세한 감각으로 아름다운 공예품을 빚어내고 있다.

01.우수한 완초공예를 만드는 자연에서 얻은 재료들 02.날줄과 씨줄을 탄탄하게 엮는 섬세한 손길 03.일평생을 완초공예와 함께한 서순임 선생에게 작품활동은 행복한 일상이다.

“운명처럼 시작해 지금까지 50년을 고스란히 완초공예와 함께하는 삶을 살아왔습니다. 그야말로 인고의 시간이었지만 동시에 저에게는 지극히 즐겁고 행복한 시간이기도 했습니다. 좋은 작품을 완성했을 때 성취감 또한 높았고요. 특히 전승공예대전에서 문화재청상을 받은 작품인 〈일월오악도〉는 제가 각별히 아끼는 작품입니다.


그 외에도 〈완초매화병풍〉이나 〈바다풍경〉 등도 완초공예의 아름다움을 잘 표현한 작품이라는 생각이 들어 만든 사람으로서 자부심을 가집니다. 전통성을 잘 살린 작품 외에도 최근 들어서는 젊은 세대들이 쉽게 완초공예를 접하고 친숙해질 수 있도록 왕골로 만든 트레이나 에코백처럼 일상에서 사용할 수 있는 작품들도 많이 만들려고 노력하고 있습니다.”


서순임 선생은 완초장 이수자로서 전통방식으로 만드는 귀한 문화유산인 화문석이나 병풍 등에도 집중하지만 전통에 현대적 감각을 가미한 가방, 방석, 휴대전화 고리, 액세서리 등 고급스럽고 고풍스러운 디자인을 가미한 여러 제품을 제작하고 있기도 하다. 이는 완초공예가 대중에게 자연스럽게 노출되고 스며들게 함으로써 그 생명력을 강하게 하고 이어지게 하는 긍정적인 작용을 할 거라고 서순임 선생은 말한다.

04.실력을 인정받아 숙련기술전수자로 선정된 서순임 선생 05.전승공예대전에서 문화재청상을 수상한〈일월오악도〉

스승을 뛰어넘는 이수자가 나오길

일상과 함께하며 한국인들이 가까이 두고 사용하는 완초공예야말로 살아 있고 실재하는 문화유산의 가치라고 이야기하는 서순임 선생은 공예기능 전승과 대중화에도 많은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강화도 내에 있는 학교에서 방과 후 수업으로 완초공예를 지도하면서 다음 세대들이 완초공예를 배우고 익혀 그 아름다움을 깨우치게 하는 것은 물론 후진양성을 위해 강화도문화원이나 강화여성회관 등에서 다양한 수업을 진행하고 있다. 누구든지 일정한 프로그램을 통해 완초공예를 배우면 작은 소품 정도는 너끈히 만들 수 있고, 자연스레 전통공예품을 보는 시선과 관심이 높아질 수 있기에 이러한 교육프로그램은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강조한다.


“수백 년을 이어온 귀중한 문화유산이지만 화문석을 비롯한 완초공예는 점점 사라지고 있는 것이 사실입니다. 배워서 전승하고자 하는 사람도 많지 않습니다. 그래서 후진양성에 더욱 매진하고자 합니다. 한명이라도 화문석을 비롯한 완초공예를 배우고 전수할 수 있도록 문의하는 모든 사람들에게 적극적으로 전수하고 정확히 전달되도록 노력하고 있습니다. 누가 되었든 저를 비롯한 유명한 완초공예가를 뛰어넘는 훌륭한 이수자가 나타났으면 합니다. 이를 통해서 완초공예의 맥을 이어갈 수 있기를 바라는 간절한 마음을 가지고 있습니다.”


모든 이수자들과 마찬가지로 서순임 선생 역시 전승에 대한 고민을 많이 하고 있다. 배움에 뜻이 있는 사람이라면 누구든 선생의 비법을 공개해 훌륭한 솜씨와 창의적인 아이디어를 가지고 완초공예를 이어가기를 바라는 마음이다. 없어지면 안 되는 중요한 문화유산인만큼 이수자로서 후진양성을 위해서 남은 시간을 모두 할애해도 좋을 것 같다고 말하는 서순임 선생의 바람대로 많은 이들의 손을 통해 전통공예인 완초가 명맥을 이어갈 수 있기를 희망한다.

06.완초공예의 명맥을 이어가는 이수자로서의 사명감은 작품활동에 집중하게 하는 힘이 된다.


글. 김영임 사진. 김인규


출처:월간 문화재사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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