근대 5명창 가운데 한 사람인 이동백(李東伯)은 1876년 충남 서천에서 태어나 13세 때부터 중고제 김정근(金正根)과 동편제 김세종(金世宗) 문하에서 판소리를 공부했다. 정노식의 「조선창극사」에 의하면 이동백이 8, 9세부터 13세까지 서당에서 한문을 공부하였으나 독서에는 뜻이 없고 가요에만 취미가 있어 결국 글공부는 그만두고 김정근 문하에 가서 판소리 공부를 시작하였다고 한다.

20세가 될 즈음에는 서천 희리산에서 2년간 독공(獨工)을 하였고 진주 이곡사(里谷寺)에서 3년간 공부하는 등 그는 떠돌이 생활을 하며 자신만의 독특한 소리제를 구축해나갔다. 일화로, 그가 독공을 할 때 소나무 앞에서 통성을 내지르면 소나무 뿌리가 뽑힐 정도였다고 한다.

창원부사의 부름으로 <새타령>을 불러 경남 창원에서 이름을 떨치던 그는 46세 때 상경해 김창환, 송만갑 등과 원각사에서 창극 공연을 했고, 1933년에는 송만갑, 정정렬 등과 함께 조선성악연구화를 조직해 판소리 교육에 힘썼다.

이동백은 미성을 타고났고 성량 또한 풍부해 고종의 사랑을 받아 어전에서 소리를 하기도 했다. 고종은 그에게 통정대부(通政大夫)의 직함을 주었고, 순종은 그가 원각사에서 소리를 할 때면 전화통을 귀에 대고 들을 정도였다고 한다. 이처럼 그는 근대 5명창 중에서 왕의 총애를 가장 많이 입은 명창이었다.

그는 <심청가>와 <적벽가>를 잘 불렀고, 특히, <새타령>으로 많은 인기를 누렸는데, 그의 <새타령>은 이날치(李捺致) 이후 최고로 손꼽힌다. 새소리를 그대로 묘사해내는 그의 <새타령>은 신비로움과 경이로움 그 자체다. 이외에도 <흥보가>, ‘제비 후리려 나가는 대목’, <심청가>, ‘범피중류(泛彼中流)’ 대목이 걸작으로 꼽히고 있다.

판소리 5명창 중에서 즉흥성과 독창성이 가장 뛰어난 이동백은 판소리를 주로 독공(獨工)으로 자신만의 독특한 소리를 구축해나갔고, 건강한 풍채와 탁월한 미성은 그의 독특한 소리제의 밑거름이 되었다.

그는 통성과 미성을 기본으로 한 호령조 성음으로 판소리를 시원하게 했으며, 청중의 분위기에 따라 즉흥적으로 판소리를 전개하기도 했다. 또한, 다양한 선율과 성음으로 즉흥적인 편곡에도 탁월했고, 최고음과 최저음을 자유롭게 오르내리며 급박하게 몰아가는 창법을 잘 구사했다.

당대 음악평론가였던 박용구(朴容九)는 명창 이동백의 소리를 접한 뒤, <레코드 史外史-옥관자의 李東伯>에서 다음과 같이 회고했다.

“부민관 무대에서는 비공개(非公開)로 한국의 음악과 춤이 공연되고 있었다. 현장 중계도 아니요, 녹음이나 녹화도 없던 시절이고 보면 아마 일본의 고관(高官) 나부랭이가 와서 ‘광대’들을 동원시킨 것이었는지 모른다. 그래서 이름만은 듣고 있던 이동백의 ‘창’과 한성준(韓成俊)의 ‘학춤’을 볼 수 있었던 것이다. 이동백은 <새타령>을 불렀던 것 같다. 북은 명고수(名鼓手) 한성준이었는지는 모르겠다. 그는 풍채부터가 당당했다. 행동거지에 자신이 넘쳐 보였다. 그 때 이태왕(李太王-高宗)이 하사했다는 옥관자(玉冠子)를 망건에 달았는지 기억에 없으나 유별나게 커 보이는 통영갓은 눈에 선하다. 그 당시 바리톤을 공부하고 있던 내게 이동백의 창(唱)은 남성다운 우렁찬 목청이 거침없이 흘러 나와서 시원스럽다는 인상을 받았다.”

이동백의 즉흥성의 최고조는 <새타령>이라 할 수 있다. 새소리를 그대로 묘사해 유명하기도 하지만, 그가 남긴 유성기음반을 들어보면 같은 <새타령>이라 하더라고 동일한 대목을 찾기 어려울 만큼 즉흥성이 뛰어나다. 즉, 그는 <새타령>이 동일한 선율로 진행되더라도 소리의 높낮이, 음정, 붙임새 등의 다양한 요소로, 녹음할 때마다 변화를 추구했다. 특히, 붙임새(판소리 고법의 하나로 음악의 단조로움을 극복하고 음악적인 미감을 더하기 위해 쓰이는 기교)와 선율의 조합을 능수능란하게 함으로써 변화무쌍하고, 독특한 그만의 소리제를 창출해내었다.

근대 판소리 5대 명창에 드는 이동백은 일제 강점기에 송만갑과 자웅을 겨룰 정도로 대단한 명창이었다. 비록 송만갑만큼 치밀하지는 못했지만 풍성한 성음과 웅대한 표출력은 당시에 그를 따를 명창이 없었다. 특히, 그는 ‘적성가’, ‘범피중류’와 같은 진양 대목에서 웅혼한 빛을 발하여, 당대 지식인들은 그를 ‘한국의 살랴핀(Chaliapin, Feodor Ivanovich: 러시아 오페라가수)’, ‘한국의 카루소(Enrico Caruso: 이탈리아 성악가)’라 불렀다.

당시 대중들은 이동백의 장기로 <새타령>을 꼽았다. 실제 공연에서 그는 아기자기한 성음으로 특유의 새 울음소리를 기막히게 구사해서 그가 부른 <새타령>의 인기는 천정부지였다. 실제 음반을 들어보면 그의 인기가 사실이라는 것을 실감하게 된다. <새타령>은 자진중중모리로 “삼월삼짇날 연자 나라들고”로 시작하여 느린중중모리로 “새가 나라든다”로 들어가는 신제(新制)와 곧 바로 자진중중모리로 “새가 나라든다”로 시작하는 구제(舊制)가 있는데 이동백은 이중 구제(舊制)로 <새타령>을 불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