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음악의 새로운 길은 어떻게 펼쳐질까
젊은 음악가의 활동이 달라지고 있다. 음악 하는 방법도, 음악 하는 장소도 달리하여 전통음악과는 다른 소통의 창구를 열어가고 있다. 우리 음악을 전문적으로 방송하는 국악FM방송이나 KBS-FM의 국악프로그램을 들여다보더라도 10여 년 전과 양상이 매우 달라졌다. 이렇게 빠르게 변화하는 ‘요즘 국악’에 대해 한쪽에서는 ‘그러면 되겠느냐’는 우려의 목소리가 높지만, 시대의 음악 감성과 우리 음악 취향을 잠재우지는 못한다.

오히려 세상은 우리 음악이 좀더 새롭게, 좀더 친근하게, 좀더 세련되게 변신하기를 바라며, 우리 음악을 하는 이들이 넓은 안목으로 이 기대에 부응하기를 바란다고 믿는다. 그래서 ‘어떻게’ 발전시킬 것인지 관심이 많다. 전통공예의 디자인이 세계 디자인 페어에서 어떤 반응을 얻고 있는지, ‘발효음식’ 재료를 가지고 열린 ‘서울 고메 2010’ 대회에 온 세계의 조리사들이 우리 음식의 세계화에 대하여 어떤 가능성을 말하는지, 테크놀로지 영역에서 전통을 어떻게 융합하려는지를 보고 배우는 중이다.

현대의 감성과 만나는 다른 분야 전통 이야기
지난해 이맘때쯤, <우리 나전, 스위스 바젤서 반짝반짝>이라는 제목으로 보도된 기사와 함께 신문에 소개된 의자에 마음이 홀렸다. 전통가구에 쓰이던 ‘나전’ 소재를 응용하여 자개 장롱이나 보석함을 만드는 대신 의자를 만들어 스위스 바젤에서 열린 ‘디자인 마이애미/바젤’에 출품한 젊은 작가의 ‘옥토퍼스 의자’는 전시도 되기 전에 팔렸으며, 이를 계기로 이곳에 모인 전문가들로부터 ‘새롭다’, ‘흥미롭다’는 평을 얻었다는 기사였다. 의자를 만든 작가 이삼웅은 올해 30세.

그는 나전을 배우긴 했지만 ‘전통’에서 소재를 발견하여 전혀 다른 방식으로 쓰는 데 관심을 두었다. 심지어 자개로 멋진 오토바이 헬멧을 디자인해 패션쇼에서 주목받기도 했다. 가구 소재로 인식되어 온 나전을 패션 소재로 써 보니 그 가능성이 무궁하다고 말하는 인터뷰 기사는 우리 음악의 새로운 길을 찾는 이들도 고민하는 문제일 터였다. 전통적 방식을 빌려오더라도 새로운 아이디어를 접목하는 방법이 관건이다.

현대 국악 100년의 변화
이에 견줄 만한 우리 음악의 경향은 무엇이 있을까. 한국의 전통음악은 19세기 말, 기독교의 전파와 서양 군악軍樂의 도입, 학교에서의 창가唱歌 보급과 함께 한국음악의 판도를 뒤흔든 서양음악문화를 만났다. 대중 전파력을 가진 음반과 방송을 통해, 그리고 고등 교육을 받은 지식층의 서양경험을 통해 ‘선진 문화’, ‘교양인의 음악’으로 빠르게 정착되면서, 전통음악은 ‘음악’의 자리에서 밀려 ‘국악’으로 범주화되었다. 서양음악의 영향은 전통적인 ‘국악’의 양식에도 변화를 가져왔다. 긍정적이든, 부정적이든 수많은 시도와 경향을 만들어냈고, 100년이 지난 지금은 거대한 문화 융합의 물결 속에서 100년 전과는 다른 음악의 전통을 만들어가는 중이다.

 
1960년대 이후로는 황병기, 이성천 등의 작곡가들이 가야금을 위한 창작곡을 발표하기 시작하면서 새로운 흐름이 생겼다. 서양의 오케스트라에 대응한 국악관현악 형태가 탄생하고, 음악의 음계와 음역을 확장함으로써 서양 음악을 손쉽게 표현할 수 있는 악기개량이 이루어졌다. 또한 국악기의 개량은 동종同種 악기로 구성된 연주단의 활동을 촉진시켰다. 저음ㆍ중음ㆍ고음을 맡은 개량악기로 이루어진 가야금연주단, 아쟁연주단, 기존의 거문고와 개량거문고를 함께 연주하는 모임, 가야금앙상블이나 가야금오케스트라의 연주 등이 나와 새로운 공연형태를 만들어 내는 중이다.

또한 전통을 지키며 부분만 개량하려는 시도도 있고, 보다 폭넓은 연주를 할 수 있는 적극적인 시도도 지속적으로 이루어지고 있는 중이어서 국악기 개량은 앞으로의 창작음악의 흐름과 긴밀한 관계를 유지할 것으로 보인다.

20세기 후반 이후 세계 문화의 흐름에서 대중성이 중시되고, 세계와 지역의 경계를 넘어 이질적인 것들이 통합하여 새로운 문화를 창조하는 ‘크로스오버’, ‘퓨전’ 시대를 맞으면서 국악 창작은 또 한 번의 전환점을 맞고 있다. 1980년대부터 김영동, 박범훈, 이상규 등에 의해 시도된 창작국악의 다양한 응용은 1990년대를 지나면서 중요한 흐름을 만들었다. 국악관현악 편성으로 예술 무대에서 발표될 음악이 주류를 이루던 과거와 달리 작은 규모의 연주모임이나 연주가 개인이 청중과 어디서든 교감할 수 있는 국악 창작이 새로운 대안으로 제시되었다. 대중국악, 생활국악, 실용국악이라 이름 붙일 만한 활동이 눈에 띄게 늘어난 것이다.

이러한 활동을 주도한 대표적인 음악모임은 1978년에 창단된 김덕수패 사물놀이, 1985년에 창단된 슬기둥, 1989년에 창단된 서울새울가야금삼중주단과 가야금 앙상블 사계, 타악그룹 푸리와 공명 등이, 개인으로는 김영동, 김수철, 임동창, 양방언, 원일 등의 작곡가와 김용우, 정수년, 강은일 등의 연주자들이 주목할 만한 창작 활동을 하였다. 2000년대 들어서는 숙명가야금연주단, 해금플러스, 그림, 공명 등의 그룹과 판소리꾼 이자람, 가야금연주가 이슬기, 소금주자 한충은 등이 주도하는 가운데 30여 개의 크고 작은 그룹이 결성되어 동시대의 한국음악감성 코드를 찾고 있는 중이다.

이들은 전통악기와 서양악기, 세계의 민속악기들과 자유로이 만나고, 다른 나라의 음악 소재들을 적극적으로 모방, 또는 차용하면서 활동의 영역을 넓혀 가고 있다. 이들의 실험과 노력이 21세기 한국음악으로 어떻게 뿌리 내릴 수 있을 것인가 하는 것에 관심이 쏠려 있다.

조선후기의 문인 홍길주는 이런 글을 썼다. 
“천하의 사물에는 모두 짝이 있다. 둘을 합하여 골고루 하면 쌍방이 이롭고, 떨어뜨려 한쪽으로 치우치게 하면 둘 다 망치고 만다. 하늘이 닷새 동안 비를 내리고 열흘 동안 개도록 하는데, 서로 잘 조화되면 쌍방이 모두 상서로울 수 있다. 그러나 여름에는 가물기만 하고, 가을에 장마가 진다면 양쪽 다 재앙이 된다. …(중략)… 담백한 맛을 귀하게 여기는 까닭은 그것이 진한 맛의 근본이 되기 때문이다. 담백함이 없다면 진한 것을 만들 바탕이 없다.”

이분이 글을 쓴 목적은 따로 있겠지만, 내게는 이글이 ‘우리음악의 전통과 현대의 길’을 안내하는 것처럼 읽힌다. 전통과 현대, 한국 것과 외래의 것이 서로에게 재앙이 되지 않고 상서로운 길을 찾는 길이 보일 듯하다. 

글 | 사진·송혜진 숙명여자대학교 전통문화예술대학원 교수 사진·국립국악원, 공명컴퍼니, 엔돌프뮤직, 두산아트센터, 갤러리서미

출처:월간 문화재 사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