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청나라 건륭제 화병이 경매에 올라오자 중국인들은 호떡집에 불난 듯 난리가 났다. 무엇이 중국인들을 이렇게 자극했을까. 청나라 6대 황제인 건륭제(1735~1795 재위)는 '강희ㆍ건륭 시대'라는, 모든 면에서 청나라 최고 전성기를 이룩하였다. 열 번의 해외 정벌을 모두 승리로 이끌며 중국영토를 최대로 확장해 후대에 물려주었고 내적으로는 이민족 간의 화합을 이끌어 백성들은 태평성대를 누리게 하고, 학자와 풍류객의 면모를 지녀 문화 창달에 힘썼으며 서양문물을 적극적으로 받아들였다. 그는 이민족인 만주족 지배자임에도 불구하고 한족의 존경까지 한 몸에 받은 성군이었다. 특히 도자기에 관심이 많아 황실 가마를 직접 관장하며 중국 도자기를 세계 최고로 만들었다. 이때 중국문물이 유럽에 알려지면서 귀족 사이에 '중국 열풍(Chinoiserie)'을 불러 일으켰으며 그들이 열광하던 중국문물 중 하나가 도자기였다. 이때부터 유럽인들은 도자기를 차이나(China)라고 부르기 시작했다. 건륭제는 중국의 자존심이고 중국인들에게 건륭제와 연관된 것은 모두가 성물(聖物)이다. 근대 서유럽 열강으로부터 받은 핍박과 설움은 건륭제에 대한 그리움을 더욱 뜨겁게 한다. 두 차례에 걸친 아편전쟁으로 이화원, 원명원 같은 문화유산이 불탔고 그 안에 있던 문화재들은 영국, 프랑스 연합군에 약탈당했다. 특히 이화원은 건륭제가 다시 짓다시피 확장한 곳이고, 원명원에는 건륭제의 건축 취향을 반영, 베르사유 궁전을 모방해 지은 '서양루(西洋樓)'가 있다. 2009년 2월 파리의 크리스티 경매에 출품돼 중국과 프랑스 간의 외교문제로까지 비화했던 12지신상 중 쥐와 토끼 머리 청동상은 원명원에 있던 것을 약탈해 간 것이다. 이 두 점의 중국 문화재가 사망한 패션 디자이너 이브 생 로랑의 소장품으로 경매에 나오자 중국의 여론이 들끓었다. 중국 정부는 약탈품이므로 당연히 조건 없이 반환하라고 주장하면서 이 유물의 경매는 또 다른 약탈과 다름없으며 중국의 주권과 중화민족의 존엄을 짓밟는 것이라고 말했다. 중국 국민들은 프랑스 제품 불매운동을 벌였으며 81명의 변호사들은 '해외 유실 원명원 유물 반환 촉구를 위한 변호인단'을 구성해 법정투쟁에 나섰다. 중국의 이런 거국적인 노력에도 불구하고 무상반환 선례를 남길 수 없다는 프랑스 정부의 강경한 입장으로 경매는 강행되었다. 경매장 밖에는 수십 명의 중국인 유학생들이 유물반환 시위를 벌이는 가운데 이 두 점은 각각 예상을 훨씬 뛰어넘는 1400만유로(약 270억원)에 익명의 전화응찰자에게 낙찰됐다. 낙찰자는 며칠 후 베이징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자신은 '차이밍차오'라는 사람으로 '중국문화재기금(China National Treasuries Fundㆍ약탈 문화재 환수를 위한 기금)'의 자문위원이며 자신은 중국인으로서 할 일을 했을 뿐, 이 유물은 원래 중국 것이므로 낙찰대금은 낼 이유가 없다고 선언했다. 차이는 '애국지사'가 되었으며 이 경매는 사실상 원점으로 돌아가고 말았다. 이처럼 중국의 문화재나 미술품은 중국인에게는 돈으로 환산할 수 없는 자존심이다. 특히 서구 열강에 약탈당한 유물을 되찾아오는 것이 그들의 역사와 문화 그리고 정체성을 다시 일으켜 세우는 길이다. 되사와야 한다면 중국의 자존심은 그 가격과 비례한다고 믿는 것이 또한 중국인이다. 해외에서의 중국 미술품 경매는 중국인들끼리 경합해서 값을 올린다. 960억원에 팔린 건륭제 꽃병이 바로 이런 사례며 이를 두고 '도자기 애국심(Porcelain Patriotism)'이라고 말한다. [김순응 케이옥션 대표이사] 출처:매일경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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