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목 :	한성백제박물관, 유물확보 '빨간불'
이름 :	이위재(조선) Read: 5   Date: 2011.03.10
내년 4월 개관하지만… 한성백제박물관, 유물 확보 '빨간불' 서울역사박물관 등서 유물 건네받는 실정 금동신발 등 주요 유물은 복제해 전시하기로 인근 몽촌역사관과 중복 서울시 송파구 위례성대로 올림픽공원 남2문 옆에 가면 지하 3층·지상 2층짜리 황토색 건물이 눈에 띈다. 소마미술관과 가까이 붙은 이 건물은 한성(漢城)백제박물관이다. 서울시가 577억원을 들여 2008년 착공, 지난해 10월 준공했다. 지금은 전시공간을 구성하는 내부 마무리 작업이 한창이며, 올 12월 시범 개관을 거쳐 내년 4월 정식으로 문을 열 예정이다. 한성백제박물관(culture.seoul.go.kr/hbm)은 백제 관련으로는 국내 최대 규모다. 연면적이 1만9298㎡로 국립부여박물관 9735㎡의 2배가 넘는다. 수장고(收藏庫)는 2640㎡ 크기로 각종 유물 7만여점을 놓아둘 수 있어 "국립중앙박물관에 이어 두 번째"라는 게 서울시의 설명이다. 전임 이명박 서울시장 시절인 2004년 "서울의 또 다른 역사인 한성백제 시대를 조명하는 박물관이 필요하다"는 인식 아래 추진, 완공까지 8년이 걸렸다. 백제가 역사적으로 봤을 때 대부분 한성지역을 도읍으로 정했던 시기(기원전 18년~475년)에 초점을 맞춘다는 의도였다. 앞으로 박물관 내에 1~3전시실을 구분, 서울 선사문화와 백제 건국, 삼국 각축장으로서 한강 등 주제별로 유물과 체험, 디지털 영상 등을 배치해 관람객 흥미를 돋울 계획이다. 인근 풍납토성, 석촌동고분군과 함께 백제문화벨트를 조성한다는 구상도 깔려 있다. ◆유물 확보가 관건 하지만 박물관이 나아갈 길은 험난하다. 김용석 한나라당 시의원은 "개관을 앞두고 전시 유물을 어떻게 확보할 것인가에 대한 계획이 부족하다"고 지적했다. 현재 박물관측은 서울역사박물관에 있던 유물 902점과 한신대, 국립문화재연구소 등에 있던 백제 유물을 넘겨받아 전시할 예정이다. 이것만으로는 미흡해 금동관모와 금동신발, 목조반가사유상 등 440여점은 9억원을 들여 복제, 갖다놓기로 했다. 풍납토성에서 발굴한 유물 4700여점 대부분은 국립문화재연구소(1300여점)와 한신대(3400여점)가 나눠 갖고 있는데 아직 협조가 잘 이뤄지지 않고 있다. 서울대박물관도 백제 관련 유물이 많은데 아직 이관하겠다는 의사를 밝히지 않고 있다. 잘못하면 '박물관'이 아니라 '주민문화센터'가 돼버릴 상황이다. 부여(금동대향로)와 공주박물관(무녕왕릉)처럼 대표 유물도 없다. 그나마 풍납토성 성벽이 '간판'인데 입지를 풍납토성이 아닌 몽촌토성 자리로 정하다 보니 풍납토성 성벽 단면은 박물관 입구 로비에 높이 11m·길이 43m 규모의 전사(轉寫) 모형으로 설치하기로 했다. 원형은 풍납토성 자리에 그대로 둔 채로다. 사실 이 박물관은 풍납토성(송파구 풍납동 72-1 일대) 자리가 더 적합하다는 문화재청 권고가 있었으나, 시에서 "사유지를 매입해야 하고 발굴이 진행되는 와중이라 곤란하다"는 이유로 현 몽촌토성 옆 자리를 고집했다. 신희권 문화재청 학예연구관은 "역사적으로 봤을 때 풍납이나 몽촌이나 왕성(王城)이 있었던 점은 분명하나 몽촌은 규모나 시기가 미미해 풍납이 한성백제 터의 상징"이라고 말했다. 올림픽공원 안에 이미 1992년 지은 몽촌역사관이 있었는데, 시에서는 한성백제박물관을 추가로 짓기로 했다. 몽촌역사관은 지금 어린이역사박물관 등 다른 용도로 활용하기 위해 검토 중이다. 당초 박물관 복도에 한강의 역사와 문화 홍보라는 명목으로 '한강 르네상스' 영상물을 틀기로 했다가 "오세훈 시장 치적 과시용이냐"는 지적을 받자 제목을 바꾸고 내용을 고치는 우여곡절도 겪었다. 김용석 시의원은 "막대한 예산을 투입한 박물관치고는 콘텐츠가 너무 빈약하다"며 "앞으로 어떻게 활용해 시민들 편익을 극대화할지 깊은 고민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조선일보 이위재 기자 wjlee@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