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경복궁의 터줏대감인 국립민속박물관(이하 민박·사진)의 서울 용산 이전 계획이 최근 확정되면서 이전할 터를 둘러싸고 갑론을박이 벌어지고 있다. 국립중앙박물관(이하 중박) 옆 용산가족공원 전체를 내심 새 보금자리로 원하는 민박과 학계 쪽, 그렇게 넓은 땅을 쓸 필요가 있느냐는 문화체육관광부 쪽 견해가 미묘한 알력을 빚고 있다.
민박은 현재 경복궁 경내 동북쪽에 1972년 지은 옛 국립중앙박물관 건물로 1993년 이전해 운영되어 왔다. 그러나 올해부터 시작되는 경복궁 2차 종합정비사업(2030년까지)에 따라 낡은 기존 박물관 건물을 헐고 전각을 복원할 예정이어서 머잖아 짐을 싸야 한다.
상부기관인 문화부는 지난 2월17일 열린 ‘2011 문화정책대국민업무보고회’에서 민박을 현재 용산 국립중앙박물관 경내와 인근 지역으로 확대
이전하겠다는 계획안을 공개했다. 안을 보면, 민박을 근·현대 자료까지 포괄하는 역사민속박물관, 세계 민족문화를 비교전시하는 세계문화박물관 개념으로 확대해 2012~2016년 지하 2층, 지상 3층(연면적 4만㎡)의 새 건물을 용산에 짓는다는 것이 뼈대다. 여기에 3월 중박 구내에 한글박물관(연면적 1만1322㎡) 공사가 착공되고, 조만간 인근에 국립자연사박물관 건립도 추진할 방침이어서 중박을 중심으로 거대한 박물관 단지가 형성될 전망이다. 1990년대부터 협소한 시설 때문에 용산 이전을 줄기차게 요구해온 민박으로서는 숙원을 이룰 호기를 맞은 셈이다.
문제는 문화부가 ‘중박 경내 및 인근 지역’이라고 밝힌 이전 터의 구체적 입지와 규모를 놓고 견해가 엇갈린다는 점이다. 문화부 일부 관료들과 중박 쪽이 중박 건물 동편의 빈 땅 2000여평을 사실상 이전터로 점찍은 반면, 민박 쪽과 학계는 ‘너무 좁다’며 인근 서울시 소유의 용산가족공원(2만2천여평)까지 민박 터로 편입시켜야 확대 이전의 취지에 맞다고 주장하고 있다. 민속학자인 배영동 안동대 교수는 “외국인들에게 한국 문화를 알리는 통로인 민속박물관을 현재 면적(1만2000여평)보다 훨씬 적은 2000여평에 새로 만든다는 것은 역사적 퇴보”라며 “장래 민족학박물관의 위상과 관객 공간 확보 등을 고려해 용산가족공원을 확보해야 한다”는 논리를 폈다. 그러나 문화부와 중박 쪽의 생각은 다르다. 용산가족공원의 경우 땅 소유자인 서울시와 까다로운 사전 협의가 필요한데다, 국가보훈처도 추모시설 건립을 추진중이어서 공간 확보에 어려움이 있다는 이유다.
문화부 한 관계자는 “중박과 달리 민박은 컬렉션 규모가 크지 않아 중박 옆에 이전해도 거의 문제가 없다”며 “문화부 소유의 땅이고 구내 시설 등을 공유할 수 있는 중박 구내 이전안이 가장 현실적인 대안”이라고 말했다. 문화부는 현재 한국 문화관광연구원에 민박 기능 확대와 이전 방안에 대한 연구 용역을 맡긴 상태다. 올 하반기 공개될 용역 결과를 바탕으로 최종적인 이전 장소를 확정하겠다는 방침인데, 이 과정에서 엇갈리는 문화재계 여론을 어떻게 반영할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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