뼈는 모든 것을 알고 있을까. 문화재청 국립경주문화재연구소가 1일 발표한 연구 성과 두 건은 '뼈'가 주인공이다. 5세기 신라 왕성 연못에서 발견된 곰 뼈와 통일신라 우물에서 나온 인골과 사슴 뼈. 400년 격차를 두고 나온 뼛조각들이 옛 신라인들의 미스터리를 밝혀냈다.

◇신라 왕성에서 왜 반달가슴곰이?

경주 월성 해자(垓子·적의 침입을 막기 위해 성 주변을 둘러 판 연못)에서 곰 뼈 14점이 나온 건 2018년. 앞발과 발꿈치 부위가 집중적으로 나왔고, 아래턱뼈엔 날카로운 칼날의 흔적이 있었다. 연구소는 "신라 왕실이 가죽을 얻기 위해 반달가슴곰을 수렵한 것으로 추정된다"며 "월성 근처 가죽 공방에서 곰을 해체해 가죽을 벗겨 내고 뼈는 버렸다"고 밝혔다.

곰 가죽은 장수의 깃발을 장식하는 재료로 사용됐다. 김헌석 국립경주문화재연구소 특별연구원은 "고기를 얻는 게 목적이었다면 위팔이나 넓적다리가 많이 나왔겠지만 월성에선 고기가 적은 부위를 제거하고 사용하기 어려운 부위를 해체한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문헌 기록도 이를 뒷받침한다. '삼국사기'에는 신라 장수 깃발에 다는 표지를 곰의 뺨과 팔가죽으로 만든다는 기록이 있다.

일부 뼈에선 개가 이빨로 물어뜯은 흔적도 나왔다. 김 연구원은 "곰을 해체한 뒤 남은 뼈를 개의 먹이로 줬다는 건 해체한 곰을 즉각 폐기하지 않았다는 증거"라며 "의례용 제물이 아니라 가죽 확보가 목적이었음을 알 수 있다"고 했다.

지금은 멸종위기종인 반달가슴곰이 당시 경주에 흔했던 걸까. 김 연구원은 "요즘도 군부대의 용맹성을 드러내기 위해 독수리, 호랑이를 이름에 넣듯이 신라인들도 전투력을 과시하기 위해 곰 가죽으로 표식을 달았던 것"이라며 "외지에서 곰을 수렵해 왕실 공방까지 데려왔을 가능성이 있다"고 했다.

◇아기는 왜 우물에 빠졌을까

통일신라 동궁과 월지 우물에서 나온 4명의 인골도 미스터리다. 지난 2000년 국립경주박물관 터에선 깊이 10m 넘는 우물 바닥에서 8~9세 아이 유골이 발견돼 세상을 놀라게 했다. 포유류·조류·양서류·어류 등 각종 동물뼈 위에 엎어진 인골, 그 위에 덮인 우물 상석, 다시 흙과 자갈로 매립한 흔적도 이상했다. 모두 제의(祭儀)의 희생물로 바쳐진 것이다.

이번에 나온 인골도 제사 때 빠뜨린 걸까. 연구소는 "인골 주인은 30대 남성과 8세 소아, 3세 이하 유아, 6개월 미만 아기로 분석됐다"며 "모두 고려시대에 묻힌 것"이라고 했다. 김 연구원은 "통일신라 말기에 새끼 사슴을 제물로 넣고 의례를 지낸 뒤 우물을 폐기했고, 그 후 고려시대에 사람이 떨어졌다. 추락 이유는 알 수 없다"고 했다.

출처:조선일보 허윤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