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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목 [문화유산 답사기]유네스코 세계자연유산 제주도 용암동굴
글쓴이 tntv 등록일 [2018.12.27]
일반적으로 동굴(洞窟: cave)이란 『자연적으로 암석내에 만들어진 공동(空洞: 구멍)으로, 적어도 사람이 들어갈 수 있는 정도의 규모』로 정의한다. 국립국어원의 표준국어대사전에서 동굴이란 ‘자연적으로 생긴 깊고 넓은 큰 굴’이라고 풀이하고 있으며, 자연적이든 인공적이든 지하의 모든 구멍은 ‘굴(屈)’이라고 한다. 이에 반하여 인공적으로 산을 뚫어 만든 도로 등의 통로는 터널(tunnel) 또는 굴이라고 표현한다. 한편 갱(坑) 또는 갱도(坑道)라 하면 광산에서 지하자원을 캐려고 땅속을 파 들어간 굴을 말한다. 따라서 ‘자연동굴’이나 ‘천연동굴’이라는 표현보다는 ‘동굴’, 사람이 뚫어 놓은 굴에 대해서는 ‘OO동굴’이 아니라 ‘OO굴’, ‘OO터널’, ‘OO갱도’라는 표현이 옳다. 등록문화재인 ‘동굴진지’는 ‘굴진지’ 또는 ‘갱도진지’라고 표현하여야 한다. 01. 용천동굴 모습. 용천동굴 내부에는 석회동굴에서나 볼 수 있는 다양한 탄산염 동굴생성물들이 가득하다. ⓒ이광춘 02. 당처물동굴의 각종 동굴생성물(석주, 종유석, 종유관, 석순) ⓒ이광춘

석회암동굴과 용암동굴

동굴에는 여러 종류가 있지만, 일반적으로 잘 알려진 동굴은 석회암동굴(석회동굴)과 용암동굴이다. 석회암동굴은 탄산칼슘(CaCO₃)으로 이루어진 석회암이나 대리암이 탄산(H₂CO₃)을 포함한 빗물이나 지하수에 녹아 만들어진 동굴이다. 탄산은 공기 중의 탄산가스(CO₂)가 빗물(H₂O)에 녹아 자연상태에서 쉽게 만들어진다. 우리나라 내륙에 있는 동굴들은 대부분 석회암동굴로서 1,000개가 훨씬 넘는 것으로 조사되고 있다.

용암동굴은 점성이 낮아 잘 흘러가는 용암류(熔岩流; 용암이 흘러가는 것이나 흘러가다 굳은 것)에 발달하는 동굴로서 화산활동으로 이루어진 화산동굴의 한 종류이다. 1,000℃ 내외가 되는 뜨거운 액체상태의 용암류가 흘러내릴 때, 표면은 먼저 식어 굳어지지만, 내부의 굳지 않은 뜨거운 용암은 계속 흘러내려 빠져나가면, 용암류의 속이 비게 되어 생기는 동굴이 용암동굴이다. 용암동굴의 생성원리는 간단하다고 생각할 수도 있겠으나, 동굴이 생긴 이후에도 용암동굴 속으로 뜨거운 용암류가 계속해서 흘러들게 되면 동굴의 바닥, 벽, 천장 등이 녹아내려 동굴은 더욱 커지고 복잡한 구조를 갖게 된다. 현재까지의 용암동굴은 대부분 제주도에서 150여 개가 발견되고 있으며, 지금도 도로공사 등 각종 공사장에서 자주 발견되고 있어 용암동굴의 수는 계속 늘어나고 있다. 이 밖에도 우리나라에는 하천의 침식작용에 의한 하식동굴(河蝕洞窟)과 삼면이 바다이고 섬이 많아 해파(海波)의 침식작용에 의한 해식동굴(海蝕洞窟)들도 헤아릴 수 없을 정도로 많다.

당처물동굴, 용천동굴 1차적으로는 화산활동에 의하여 용암동굴이 형성되었으나, 그 뒤 동굴 지표면을 피복하고 있던 패사층(貝砂層)으로 이루어진 사구(砂丘)에서 용해된 석회질 성분이 동굴 천장의 갈라진 틈으로 흘러들어 탄산칼슘 성분의 2차적인 동굴생성물들을 성장시키고 있다.

유네스코 세계자연유산 거문오름용암동굴계

거문오름용암동굴계란 제주시 조천읍 선흘리에 위치하는 거문오름(약 8,000년 전에 형성, 해발 456m, 천연기념물 제444호)이라는 작은 화산체에서 점성이 낮아 잘 흘러가는 현무암질 용암류가 분출하여 북동쪽으로, 구좌읍 월정리 해안까지 약 13km를 흘러내리는 동안 발달한 용암동굴들의 무리를 말한다.

거문오름용암동굴계에 속하는 동굴은 거문오름에 가까운 동굴부터 순서대로 천연기념물 제490호 선흘리벵뒤굴(총 길이 약 4,500m. 이하 ‘총 길이’ 생략), 웃산전굴(약 2,400m)과 북오름굴(약 220m) 및 대림굴(약 170m, 이 세 동굴을 거문오름용암동굴계 상류동굴군이라 하여 천연기념물 제552호로 지정), 천연기념물 제98호 만장굴(약 7,200m) 및 김녕굴(약 700m), 제466호 용천동굴(약 3,000m), 제384호 당처물동굴(약 210m)이며, 앞으로도 더 많은 동굴들이 발견될 가능성이 있다. 거문오름용암동굴계의 동굴들은 거의 하나의 용암류 내에 발달한 동굴들로 판단되어, 생성초기에는 대부분 연결되었을 가능성도 있었겠지만, 용암이 꽉 들어차 메우거나 동굴이 무너져 서로 분리되면 이름을 달리 부르게 된다. 총 길이는 하나의 동굴과 직접 연결되어 있는 상하층 굴이나 가지굴 등의 길이를 모두 합한 것이다. 거문오름용암동굴계에서 가장 규모가 큰 용암동굴은 만장굴이며, 일부가 일반인들에게 공개되어 관람할 수 있다. 거문오름용암동굴계에서 가장 화려하고, 현재까지 전 세계에서 유일하게 제주도에만 있는 것으로 평가를 받고 있는 용암동굴은 당처물동굴과 용천동굴이다. 이 두 동굴은 검은색의 용암동굴이지만, 동굴 내부에 발달해 있는 동굴생성물들은 석회암동굴에서나 볼 수 있는 흰색의 석회질 동굴생성물들이 무수히 발달해 있어, 흑백의 조화가 극치를 이루고 있을 뿐만이 아니라, 용천동굴에는 약 1,000여년 전, 사람들이 드나들면서 어떤 의식을 진행했던 것으로 판단되는 많은 흔적(토기, 숯, 나무토막, 제단, 벽면의 글씨 등)이 그대로 남아있다. 또한 용천동굴 끝 부분에는 커다란 호수가 있으며, 바다까지 연결된 수중동굴 구간과 눈이 퇴화된 흰색의 물고기가 살고 있다. 당처물동굴은 1994년 주민이 농토를 정리하다가 우연히 발견되었으며, 용천동굴은 세계자연유산 등재 신청을 준비하고 있던 2005년 5월 전신주를 교체하려다가 우연히 발견된 것으로 우리나라로서는 천운이 아닌가 생각된다. 제주도의 한라산, 거문오름과 거문오름용암동굴계, 성산일출봉 등 3지역을 ‘제주 화산섬과 용암동굴(Jeju Volcanic Island and Lava Tubes)’이라는 이름으로, 2007년 우리나라에서는 유일하게 세계자연유산으로 등재되는데 있어서, 가장 핵심이 된 일등공신은 세계에서 제주도에만 있다고 평가된 당처물동굴과 용천동굴의 다양하고 수많은 석회질 동굴생성물과 화려함이다. 이렇게 용암동굴에서는 좀처럼 보기 어려운 수많은 석회질 동굴생성물들이 발달하게 된 원인은 바닷가에 있던 흰 모래가 바람에 날려 동굴 위 의 지표면에 쌓여 사구(砂丘)를 이루고 있었기 때문이다. 제주도의 흰 모래들은 탄산칼슘 성분으로, 바다에서 살던 여러 생물체들의 껍질이 부서진 것이다. 이 탄산칼슘 성분의 모래가 빗물에 녹아 당처물동굴이나 용천동굴의 벽이나 천장의 갈라진 틈(절리)을 따라 동굴내부로 흘러든 후, 다시 분해되어 탄산칼슘이 침전되면서 다양한 모습으로 자라났기 때문이다. 즉 석회암동굴에서 일어나는 화학반응이 탄산칼슘 성분인 흰 모래로 인하여 용암동굴에서도 일어난 것이다. 전 세계에서 제주도만이 갖고 있는 것으로 알려진 용천동굴이나 당처물동굴은 용암동굴임에도 불구하고 석회암동굴에서나 볼 수 있는 아름다운 석회질 동굴생성물들이 잘 발달되어 있는 불과 물이 만들어 놓은 자연의 예술작품이다. 이렇게 매우 소중한 지질유산은 잘 보존하고 관리하여 우리의 후손에게 온전하게 물려주어 영구히 보존토록 하여야 한다.

03, 04. 용천동굴의 다양한 동굴생성물 ⓒ이광춘 05. 물이 만든 석회암동굴(천연기념물 제260호 평창 백룡동굴) 불이 만든 용암동굴과 차이가 크다. ⓒ이광춘 06. 용천동굴의 다양한 석순 ⓒ이광춘 07. 용천동굴에서 발견되는 제단 ⓒ이광춘 08. 거문오름용암동굴계 ⓒ이광춘

글. 이광춘(사단법인 자연유산보존협회장, 한국동굴환경학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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