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일, 평화를 위해 노력한 歷史, 공존 위해선 역사의식 공유해야… 과거사 왜곡엔 단호히 대처를"
"조선통신사 기록물이 한·일 공동 신청으로 세계기록유산이 된 것은, 양국이 본질적으로 적대 관계가 아니라 친교의 길로 나아가야 한다는 점을 시사합니다."
한·일 관계사 전문가인 손승철(65) 강원대 명예교수는 최근 퇴임 기념으로 다섯 권짜리 논총(論叢)을 냈다. '조선 전기 한·일 관계, 약탈과 공존' '조선 후기 한·일 관계, 전쟁과 평화' '조선통신사, 타자와의 소통' '독도, 그 역사적 진실' '한·일 역사교과서, 왜곡과 인식의 공유'(이상 경인문화사)다. 그가 30년간 쓴 논문을 집대성한 것으로, 한·일 관계사 공부의 길잡이가 될 만하다.
손승철 교수는“'교린'의 정신으로 한·일 양국 관계를 개선하기 위해서는 과거 2000년 동안의 역사적 경험과 인식을 공유해야 한다”고 했다. /이명원 기자
성균관대 사학과를 나와 일본에서 유학한 그는 '한국사 흐름을 연구하려면 자국사만 해서는 안 되겠다'고 생각해 교류사(交流史)에 관심을 갖게 됐다. 조선시대 한·일 관계사를 전공한 그는 1992년 한일관계사학회 창립을 주도했고, 한일역사공동위원회 위원으로 활동했다. 본지가 주최하는 '일본 속의 한민족사' 행사에 2004년부터 해설자로 참여했고, 지난해부터 본지와 외교부가 마련한 '대학생 신(新)조선통신사' 인솔 교수도 맡았다.
손 교수는 "최근 한·일 관계 악화는 2000년의 역사적 경험을 무의미하게 만드는 일"이라며 "역사를 제대로 살펴볼 필요가 있다"고 했다. '한·일 과거사는 침탈의 역사가 아니었느냐'는 질문에 그는 "조선시대 500년을 돌아보면 '약탈과 전쟁'의 시대를 '공존과 평화'의 시대로 바꾼 역사라는 것을 알게 된다"고 했다.
"조선 초 일본에 다녀온 신숙주는 일본과 공존할 것을 유언으로 남겼습니다." 이후 한·일 관계사는 분쟁의 관계를 공생의 관계로 바꾸려 노력한 역사였다는 것이다. "조선 초 계해약조로 삼포(三浦)를 개항해 왜구 문제를 해결했지요. 임진왜란 후에는 조선통신사가 양국 화해와 문화 교류 역할을 했습니다."
'공존'을 위해선 역사의식의 '공유'가 전제돼야 하고, 미래에 대한 '공생'의 비전을 가져야 한다는 것이다. "조선시대 한·일 관계의 근본 개념이었던 '교린(交隣)' 정신이 지금도 필요합니다. 외교란 '100대0'으로 이길 수만은 없는 것이 죠."
그러면서도 과거사 오해나 왜곡에 대해선 제대로 대응해야 한다고 말했다. 통신사에 대해서도 할 말이 많았다. "우리 사절만 갔으니 일방적 조공 아니었느냐고 하는데, 조선은 임진왜란 이후 일본인 상경을 금지했습니다. 17~18세기 막부 1년 예산은 76만~130만냥, 통신사 초청 비용은 약 100만냥이었습니다. 통신사 초청은 일본의 필요 때문이었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