엘찰텐~토레 트레일~피츠로이~마드레 이 이하 호수 트레일~토로호수
엘 찰텐El Chalten에 도착한 순간, 어감이 비슷한 우리말 “오 찬탄”이 떠올랐다. 오~! 나도 모르게 그저 찬탄할 수밖에 없었던 그곳!
엘찰텐은 파타고니아에서 가장 아름다운 빙하국립공원 안에 살포시 앉아 있다. 걸어서 30분이면 다 돌아볼 수 있을 정도로 아주 작은 마을. 그러나 하늘높이 치솟은 암봉들과 드넓은 호수를 거느리고 품어 안은 이곳은 어쩌면 지구상 가장 큰 마을이리라.
파란 하늘과 하얀 구름이 있는 수채화 속에서 피츠로이Fitz Roy·3,405m를 바라보며 평화롭고 아름다운 마을을 걷는다. 산에 오르지 않아도 바라만 보아도 좋은 곳이 엘찰텐이다.
구름이 머물지 않는 날이 거의 없는 피츠로이와 세로토레Cerro Torre·3,102m는 변화무쌍한 날씨로 인해 지구상에서 가장 오르기 어려운 암봉으로 알려져 있다. 그래서인지 많은 클라이머들의 로망이기도 하다. 트레커들에게는 다양한 트레킹 코스가 있어서 누구나 본인의 체력에 맞는 코스를 선택하고 즐길 수 있으니 하루에도 수백 명이 트레일을 즐기기 위해 찾아온다.
여우와 함께 걷는 토레 트레일
![[새연재 나 홀로 세계 일주 | 파타고니아]](http://san.chosun.com/site/data/img_dir/2017/06/01/2017060102150_1.jpg)
처음 3km까지만 경사가 조금 있고, 그 이후는 거의 평지나 다름없는 둘레길이다. 빙하가 녹아서 흘러내리는 계곡물은 손바닥으로 떠서 마시면 될 정도로 깨끗하다.
하얀 눈이 쌓인 세로토레가 구름에 싸였다가 벗겨지고를 반복하는 변화무쌍한 모습에 취해 혼자 걷는 길도 외롭거나 심심하지 않다. 길을 걷다가 우연히 모레노빙하에서 만났던 재호씨랑 경석씨와 재회를 했다. 길 위에서 만나는 재회는 또 다른 여행의 즐거움이다.
쉼 없이 걷다 보니 어느새 그 길 끝에 토레호수Laguna Torre가 나타난다. 빙하 호수 저편에는 세상에서 제일 오르기 힘들다는 수직 바위산인 세로토레가 있다. 시원하게 펼쳐진 빙하 호수에는 유빙이 배처럼 두둥실 떠 있다. 유빙 한 조각을 주워 입에 넣어 본다. 사르르 입 안에서 녹는다. 걷느라 달구어진 나의 가슴을 식혀 준다. 언제 보아도 빙하가 있는 산과 호수는 매력적이다.
호숫가에 앉아서 세로토레를 휘감고 있는 구름이 걷히길 기다려 본다. 세로토레에 걸린 구름은 더욱 더 많아지더니 폭설이 내린 모습으로 바뀌었다. 몸이 식어서 추워지기 시작한다. 하산을 준비하다가 호숫가에서 놀고 있는 여우를 보았다. 사람을 무서워하지 않는다. 어쩌면 너무 외로워서 사람을 기다렸던 건 아닐까. 마치 집에서 키우는 반려견 같다. 내 눈앞에서 여우가 놀고 있다니…. 파타고니아에서만 즐길 수 있는 색다른 트레킹이다.
하산길은 더욱 몸이 가볍다. 오를 때 익혔던 길이라 친숙함마저 든다.
구름에 둘러싸인 피츠로이 트레일
하얀 눈이 쌓인 세로토레가 구름에 싸였다가 벗겨지고를 반복하는 변화무쌍한 모습에 취해 혼자 걷는 길도 외롭거나 심심하지 않다. 길을 걷다가 우연히 모레노빙하에서 만났던 재호씨랑 경석씨와 재회를 했다. 길 위에서 만나는 재회는 또 다른 여행의 즐거움이다.
쉼 없이 걷다 보니 어느새 그 길 끝에 토레호수Laguna Torre가 나타난다. 빙하 호수 저편에는 세상에서 제일 오르기 힘들다는 수직 바위산인 세로토레가 있다. 시원하게 펼쳐진 빙하 호수에는 유빙이 배처럼 두둥실 떠 있다. 유빙 한 조각을 주워 입에 넣어 본다. 사르르 입 안에서 녹는다. 걷느라 달구어진 나의 가슴을 식혀 준다. 언제 보아도 빙하가 있는 산과 호수는 매력적이다.
호숫가에 앉아서 세로토레를 휘감고 있는 구름이 걷히길 기다려 본다. 세로토레에 걸린 구름은 더욱 더 많아지더니 폭설이 내린 모습으로 바뀌었다. 몸이 식어서 추워지기 시작한다. 하산을 준비하다가 호숫가에서 놀고 있는 여우를 보았다. 사람을 무서워하지 않는다. 어쩌면 너무 외로워서 사람을 기다렸던 건 아닐까. 마치 집에서 키우는 반려견 같다. 내 눈앞에서 여우가 놀고 있다니…. 파타고니아에서만 즐길 수 있는 색다른 트레킹이다.
하산길은 더욱 몸이 가볍다. 오를 때 익혔던 길이라 친숙함마저 든다.
구름에 둘러싸인 피츠로이 트레일
![[새연재 나 홀로 세계 일주 | 파타고니아]](http://san.chosun.com/site/data/img_dir/2017/06/01/2017060102150_2.jpg)
피츠로이 가는 길은 처음부터 오르막이다. 바람도 매섭다. 트레일에 들어서니 반대쪽 하늘은 어둠속에 파란 섬광이 번쩍인다. 이른 새벽부터 산새들 울음소리가 분주하다. 그 사이사이로 빨간 머리 딱따구리가 나무를 쪼아대는 소리가 마치 합주곡처럼 들린다.
급경사를 지나면 라스부엘타스Las Vueltas 계곡이 모습을 드러낸다. 작년에 갔던 뉴질랜드 마운트 쿡의 멋진 계곡을 닮았다. 길을 걷는 내내 내 시선은 자꾸 구름을 물고 있는 피츠로이봉을 향한다. 봉우리에만 머무르던 구름은 어느새 피츠로이를 감싸고 있다. 1년에 1주일도 맨 얼굴을 보여 주지 않는다는 피츠로이 봉을 보고자 했던 내 마음은 욕심이었나? 비우자, 비우자. 마음을 비우고 일출을 포기하고 나니 발걸음이 가벼워진다.
첫 번째 전망대에 도착하니 웅장한 피츠로이산군이 눈앞에 펼쳐진다. 피츠로이봉에 놀러온 하얀 구름이 조금만 비껴주면 좋으련만 기다리고 기다려도 구름은 피츠로이 곁을 떠날 줄 모른다.
다시 길을 걷는다. 평야같이 푸른 초원이 펼쳐지다가 숲이 나오고, 고사목 군락지가 나오고 홀로 걷는 길이라도 지루할 틈이 없다. 두 번째 전망대인 포인세노트 캠핑장Poincenot Camp에 도착하니 피츠로이는 더욱 거대한 모습으로 다가온다. 여전히 구름은 피츠로이를 떠나지 않고 있다.
캠핑장을 지나고 물이 마른 강을 건넌다. 길이 조금 험해지기 시작한다. 여기부터 2km를 걸으면 피츠로이도 로스 트레스 호수Laguna de Los Tres도 만날 수 있으니 심호흡을 하고 천천히 오름질을 시작한다.
급경사를 지나면 라스부엘타스Las Vueltas 계곡이 모습을 드러낸다. 작년에 갔던 뉴질랜드 마운트 쿡의 멋진 계곡을 닮았다. 길을 걷는 내내 내 시선은 자꾸 구름을 물고 있는 피츠로이봉을 향한다. 봉우리에만 머무르던 구름은 어느새 피츠로이를 감싸고 있다. 1년에 1주일도 맨 얼굴을 보여 주지 않는다는 피츠로이 봉을 보고자 했던 내 마음은 욕심이었나? 비우자, 비우자. 마음을 비우고 일출을 포기하고 나니 발걸음이 가벼워진다.
첫 번째 전망대에 도착하니 웅장한 피츠로이산군이 눈앞에 펼쳐진다. 피츠로이봉에 놀러온 하얀 구름이 조금만 비껴주면 좋으련만 기다리고 기다려도 구름은 피츠로이 곁을 떠날 줄 모른다.
다시 길을 걷는다. 평야같이 푸른 초원이 펼쳐지다가 숲이 나오고, 고사목 군락지가 나오고 홀로 걷는 길이라도 지루할 틈이 없다. 두 번째 전망대인 포인세노트 캠핑장Poincenot Camp에 도착하니 피츠로이는 더욱 거대한 모습으로 다가온다. 여전히 구름은 피츠로이를 떠나지 않고 있다.
캠핑장을 지나고 물이 마른 강을 건넌다. 길이 조금 험해지기 시작한다. 여기부터 2km를 걸으면 피츠로이도 로스 트레스 호수Laguna de Los Tres도 만날 수 있으니 심호흡을 하고 천천히 오름질을 시작한다.
![[새연재 나 홀로 세계 일주 | 파타고니아]](http://san.chosun.com/site/data/img_dir/2017/06/01/2017060102150_3.jpg)
험한 길을 오르기 전에 잠시 쉬어가는 쉼터가 있다. 이곳에 남아 있는 많은 발자취들을 읽어 본다. 아름다운 추억을 남기고 간 이들은 또 다시 어느 산을 걷고 있겠지. 돌아올 땐 이곳에서 점심을 먹으리라 생각하고 다시 길을 걷는다.
1km 남은 지점부터는 급경사에 너덜길, 게다가 무척이나 미끄럽다. 화살표 표시된 곳으로만 가라는 경고는 긴장감을 가중시킨다. 바람은 내 몸을 날려버릴 만큼 거세다.
드디어 호수 도착. 엘찰텐의 높은 산들이 병풍처럼 내 눈앞에 펼쳐진다. 올라오느라 힘들었던 순간조차도 아름다운 기억이 된다. 그러나 장엄한 피츠로이를 즐길 여유조차 없이 서있기도 어렵다. 바람이 너무나 세다. 올라온 이들 모두 사진만 찍고는 하산을 한다.
바람과 맞서 가면서 호수로 내려가 둘레길을 걷다가 이내 포기하고 하산길로 접어든다. 어떠한 상황이라도 안전이 제일 중요하다.
1km 남은 지점부터는 급경사에 너덜길, 게다가 무척이나 미끄럽다. 화살표 표시된 곳으로만 가라는 경고는 긴장감을 가중시킨다. 바람은 내 몸을 날려버릴 만큼 거세다.
드디어 호수 도착. 엘찰텐의 높은 산들이 병풍처럼 내 눈앞에 펼쳐진다. 올라오느라 힘들었던 순간조차도 아름다운 기억이 된다. 그러나 장엄한 피츠로이를 즐길 여유조차 없이 서있기도 어렵다. 바람이 너무나 세다. 올라온 이들 모두 사진만 찍고는 하산을 한다.
바람과 맞서 가면서 호수로 내려가 둘레길을 걷다가 이내 포기하고 하산길로 접어든다. 어떠한 상황이라도 안전이 제일 중요하다.
![[새연재 나 홀로 세계 일주 | 파타고니아]](http://san.chosun.com/site/data/img_dir/2017/06/01/2017060102150_4.jpg)
불타는 피츠로이도 맨 얼굴의 피츠로이도 보지 못한 채 아쉬운 마음으로 왔던 길로 되돌아간다. 그러나 하산도 쉽지 않다. 미끄러운 데다 내리막이니 더욱 조심해야 한다. 쉼터에 도착해서 점심을 먹고 빈 물통에 계곡물을 담는다. 시원한 계곡물이 긴장감을 풀어 준다.
피에드라스 블랑카스Piedras Blnacas 빙하로 가는 갈림길을 지나 마드레 이 이하 호수Laguna Madre e Hija 갈림길에 도착한다. 마드레 이 이하는 ‘엄마와 딸’이라는 뜻의 스페인어이다. 아직 시간도 체력도 여유로우니 이름도 정겨운 엄마와 딸 호수를 따라 걷는다. 갑자기 한국에 있는 딸아이들이 보고프다.
피에드라스 블랑카스Piedras Blnacas 빙하로 가는 갈림길을 지나 마드레 이 이하 호수Laguna Madre e Hija 갈림길에 도착한다. 마드레 이 이하는 ‘엄마와 딸’이라는 뜻의 스페인어이다. 아직 시간도 체력도 여유로우니 이름도 정겨운 엄마와 딸 호수를 따라 걷는다. 갑자기 한국에 있는 딸아이들이 보고프다.
![[새연재 나 홀로 세계 일주 | 파타고니아]](http://san.chosun.com/site/data/img_dir/2017/06/01/2017060102150_5.jpg)
오른쪽엔 호수가, 왼쪽엔 작은 오솔길이 펼쳐진다. 호수 바람은 살랑거리고 햇살은 기분 좋을 만큼 눈이 부시다. 작은 오솔길 사이로 유난히도 작은 야생화들이 반갑게 맞아 준다. 5.5km나 되는 길이 어느 사이에 끝나고 토레호수 트레일과 만난다. 경사도가 심한 내리막길을 내려서니 토레호수 트레일이다. 어제 두 번이나 걸어서 익숙한 길이니 더욱 걸음이 빨라진다.
![[새연재 나 홀로 세계 일주 | 파타고니아]](http://san.chosun.com/site/data/img_dir/2017/06/01/2017060102150_6.jpg)
25km가 넘는 산길을 10시간에 걸쳐 걸었다. 기분 좋은 피로감이 밀려온다. 다리는 묵직하고 온몸은 뻐근하지만 따뜻한 물로 쌓인 피로감을 씻어내는 순간은 세상에서 가장 값진 것을 쟁취한 자의 행복감으로 가득 채워진다.
저녁식사로 엘찰텐의 소고기 명품요리 아사도와 한 잔의 와인을 곁들이며 달콤한 휴식을 취한다. 이렇게 완벽한 하루를 마무리한다.
바다와 같은 호수 보며 걷는 토로호수 트레일
저녁식사로 엘찰텐의 소고기 명품요리 아사도와 한 잔의 와인을 곁들이며 달콤한 휴식을 취한다. 이렇게 완벽한 하루를 마무리한다.
바다와 같은 호수 보며 걷는 토로호수 트레일
![[새연재 나 홀로 세계 일주 | 파타고니아]](http://san.chosun.com/site/data/img_dir/2017/06/01/2017060102150_7.jpg)
토로호수Laguna Toro 트레일은 피츠로이나 세로토레 트레일과는 달리 트레일 시작지점이 국립공원관리소 뒤편이다. 국립공원 관리소가 있는 언덕을 오르면 엘찰텐이 한눈에 들어온다. 다른 트레일과는 다르게 토로호수 트레일에는 사람이 거의 눈에 띄지 않는다. 이 산 전체에 나 홀로인 것 같은 느낌이다.
고요함과 적막함속에 얼마쯤 올라갔을까. 바다처럼 넓은 호수가 보인다. 비에드마호수이다. 나도 모르게 탄성이 흘러나온다. 카메라로는 담을 수 없는 장대한 광경이다. 세상에서 가장 좋은 카메라는 사람의 눈이라는 걸 실감한다.
다시 위쪽으로 오르니 늪길이 펼쳐진다. 늪에 빠지지 않도록 조심조심 발걸음을 옮기니 이젠 숲이 무성한 길이 나온다. 햇볕이 가려지니 너무 춥다. 간혹 텐트를 짊어지고 캠핑을 가는 이들이 내 옆을 지나가니 눈길이 자꾸 그들에게 머문다.
토로호수까지는 아직도 6km 남아 있지만 엘찰텐으로 돌아가기 위해 왔던 길을 돌아간다. 내일 새벽에 다시 피츠로이를 보러 가려면 체력을 비축해야 한다.
내리막길에 잠시 동안 피츠로이에 구름이 걷혔다. 피츠로이가 모처럼 화사한 웃음으로 날 바라본다. 구름이 언제 다시 올지 모른다. 마음이 바빠졌다. 연속해서 카메라 셔터를 누르다 말고 물끄러미 피츠로이를 바라본다. 나처럼 어떤 이도 오르다 말고 피츠로이를 바라보고 있다. 그와 아무 말 없이 웃음을 나눈다.
불타는 피츠로이를 보러 이곳 파타고니아에 왔는데 피츠로이는 야속하게도 계속 구름에 싸여 있다. 늦은 밤, 호스텔 호스트가 내일은 가능성이 있다고 했다. 기대감으로 들뜬 마음을 진정시키고 누워 있다가 컴컴한 밤에 숙소를 출발한다. 모두들 자고 있는 시간, 헤드랜턴 불빛에 의지해 피츠로이가 열리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걷는다.
피츠로이 첫 번째 전망대에 도착한다. 이미 반대쪽 산 능선엔 붉은 해의 기운이 서서히 세상을 밝히고 있다. 두 번째 전망대까지 걷다가 일출을 만날 것 같은 불안감이 찾아든다.
새벽바람은 매섭게 불지만 그나마 바람이 덜한 곳을 찾아서 햇님이 피츠로이에 걸릴 때까지 망부석처럼 기다린다.
오늘도 어렵겠구나 하는 생각으로 포기하려는 순간, 왼쪽에서 오렌지빛 바람이 서서히 피츠로이를 향해서 들어온다. 그 바람이 암봉을 천천히 휘감으면서 피츠로이는 서서히 태양의 붉은빛으로 물들다가 불의 봉우리로 변신한다. 신비스럽단 표현 외엔 달리 할 말이 없다. 넋을 잃고 바라보다가 카메라를 든다. 렌즈 속으로 들어온 피츠로이는 환상 그 자체이다. 지금까지 보았던 일출 중에 최고이다.
눈물이 고인다. 아득하게만 여겨졌던 바람이 이루어지는 순간이다.
외로웠지만 행복했던 길. 험난했지만 자유로웠던 시간들. 구름을 휘감고 그 아름다운 맨몸을 보여 주지 않았던 피츠로이에 탄식을, 발길 닿는 곳마다 아름다운 장관으로 찬탄을 연발케 했던 곳.
“바람과 맞서지 말고 바람이 너를 지나가게 하라.”
누군가의 그 말을 몸소 체험했던 곳. 길이 험난할수록 그 길의 끝에서 얻는 성취감은 크다는 소중한 경험을 갖게 해준 곳. 엘 찰텐 나의 인생 트레일!
고요함과 적막함속에 얼마쯤 올라갔을까. 바다처럼 넓은 호수가 보인다. 비에드마호수이다. 나도 모르게 탄성이 흘러나온다. 카메라로는 담을 수 없는 장대한 광경이다. 세상에서 가장 좋은 카메라는 사람의 눈이라는 걸 실감한다.
다시 위쪽으로 오르니 늪길이 펼쳐진다. 늪에 빠지지 않도록 조심조심 발걸음을 옮기니 이젠 숲이 무성한 길이 나온다. 햇볕이 가려지니 너무 춥다. 간혹 텐트를 짊어지고 캠핑을 가는 이들이 내 옆을 지나가니 눈길이 자꾸 그들에게 머문다.
토로호수까지는 아직도 6km 남아 있지만 엘찰텐으로 돌아가기 위해 왔던 길을 돌아간다. 내일 새벽에 다시 피츠로이를 보러 가려면 체력을 비축해야 한다.
내리막길에 잠시 동안 피츠로이에 구름이 걷혔다. 피츠로이가 모처럼 화사한 웃음으로 날 바라본다. 구름이 언제 다시 올지 모른다. 마음이 바빠졌다. 연속해서 카메라 셔터를 누르다 말고 물끄러미 피츠로이를 바라본다. 나처럼 어떤 이도 오르다 말고 피츠로이를 바라보고 있다. 그와 아무 말 없이 웃음을 나눈다.
불타는 피츠로이를 보러 이곳 파타고니아에 왔는데 피츠로이는 야속하게도 계속 구름에 싸여 있다. 늦은 밤, 호스텔 호스트가 내일은 가능성이 있다고 했다. 기대감으로 들뜬 마음을 진정시키고 누워 있다가 컴컴한 밤에 숙소를 출발한다. 모두들 자고 있는 시간, 헤드랜턴 불빛에 의지해 피츠로이가 열리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걷는다.
피츠로이 첫 번째 전망대에 도착한다. 이미 반대쪽 산 능선엔 붉은 해의 기운이 서서히 세상을 밝히고 있다. 두 번째 전망대까지 걷다가 일출을 만날 것 같은 불안감이 찾아든다.
새벽바람은 매섭게 불지만 그나마 바람이 덜한 곳을 찾아서 햇님이 피츠로이에 걸릴 때까지 망부석처럼 기다린다.
오늘도 어렵겠구나 하는 생각으로 포기하려는 순간, 왼쪽에서 오렌지빛 바람이 서서히 피츠로이를 향해서 들어온다. 그 바람이 암봉을 천천히 휘감으면서 피츠로이는 서서히 태양의 붉은빛으로 물들다가 불의 봉우리로 변신한다. 신비스럽단 표현 외엔 달리 할 말이 없다. 넋을 잃고 바라보다가 카메라를 든다. 렌즈 속으로 들어온 피츠로이는 환상 그 자체이다. 지금까지 보았던 일출 중에 최고이다.
눈물이 고인다. 아득하게만 여겨졌던 바람이 이루어지는 순간이다.
외로웠지만 행복했던 길. 험난했지만 자유로웠던 시간들. 구름을 휘감고 그 아름다운 맨몸을 보여 주지 않았던 피츠로이에 탄식을, 발길 닿는 곳마다 아름다운 장관으로 찬탄을 연발케 했던 곳.
“바람과 맞서지 말고 바람이 너를 지나가게 하라.”
누군가의 그 말을 몸소 체험했던 곳. 길이 험난할수록 그 길의 끝에서 얻는 성취감은 크다는 소중한 경험을 갖게 해준 곳. 엘 찰텐 나의 인생 트레일!
![[새연재 나 홀로 세계 일주 | 파타고니아]](http://san.chosun.com/site/data/img_dir/2017/06/01/2017060102150_8.jpg)
파타고니아
‘세상의 끝’ 남미 대륙의 꿈의 여행지
세상의 끝이라는 남아메리카 대륙의 꿈의 여행지 파타고니아(Patagonia)는 지리적으로는 남위 38도 선 아래 지역을 이른다. 한반도 크기의 5배에 해당하는 광활한 지역인데 1520년 이곳에 도착한 마젤란과 그의 원정대가 평균 키가 180cm나 되는 테우엘체족을 보고 거인이라는 뜻의 파타곤(Patagon)이란 이름을 붙인데서 유래되었다고 한다.
파타고니아 여행의 적기는 11~2월이며, 바릴로체, 엘찰텐, 엘칼라파테, 토레스 델 파이네, 우수아이아가 대표적인 볼거리이다. 엘찰텐에서는 파타고니아 트레킹의 백미라고 불리는 피츠로이 트레일과 토레 트레일을 즐길 수 있다.
Travel Tip
1 버스를 타고 엘찰텐으로 이동할 때는 왼쪽에 앉아서 장엄한 피츠로이와 첫 인사를 나누는 즐거움을 놓치지 말자.
2 엘찰텐에서 버스로 3시간 거리에 있는 엘칼라파테에서 빙하 트레일을 즐기자.
3 국립공원 사무소에서 날씨와 트레일 상황을 미리 체크하자.
4 여름 시즌에는 밤 10시나 돼야 해가 지므로 여유롭게 트레일을 즐기자.
5 아르헨티나 어느 지역의 소고기보다 부드러운 엘찰텐의 소고기로 요리한 아사도를 먹어보자.
‘세상의 끝’ 남미 대륙의 꿈의 여행지
세상의 끝이라는 남아메리카 대륙의 꿈의 여행지 파타고니아(Patagonia)는 지리적으로는 남위 38도 선 아래 지역을 이른다. 한반도 크기의 5배에 해당하는 광활한 지역인데 1520년 이곳에 도착한 마젤란과 그의 원정대가 평균 키가 180cm나 되는 테우엘체족을 보고 거인이라는 뜻의 파타곤(Patagon)이란 이름을 붙인데서 유래되었다고 한다.
파타고니아 여행의 적기는 11~2월이며, 바릴로체, 엘찰텐, 엘칼라파테, 토레스 델 파이네, 우수아이아가 대표적인 볼거리이다. 엘찰텐에서는 파타고니아 트레킹의 백미라고 불리는 피츠로이 트레일과 토레 트레일을 즐길 수 있다.
Travel Tip
1 버스를 타고 엘찰텐으로 이동할 때는 왼쪽에 앉아서 장엄한 피츠로이와 첫 인사를 나누는 즐거움을 놓치지 말자.
2 엘찰텐에서 버스로 3시간 거리에 있는 엘칼라파테에서 빙하 트레일을 즐기자.
3 국립공원 사무소에서 날씨와 트레일 상황을 미리 체크하자.
4 여름 시즌에는 밤 10시나 돼야 해가 지므로 여유롭게 트레일을 즐기자.
5 아르헨티나 어느 지역의 소고기보다 부드러운 엘찰텐의 소고기로 요리한 아사도를 먹어보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