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의 현대미술가 데미안 허스트는 상어 등 죽은 동물의 사체를 토막 내 포름알데히드에 담근 작품으로 세계적 명성을 얻었다. 2012년 영국 테이트모던에서는 살아 있는 나비를 캔버스에 붙이는 작품을 전시해 9000마리 이상의 나비가 죽은 것으로 밝혀져 논란이 됐다. 

예술과 동물 학대 사이에서 경외와 공분을 동시에 일으키는 이 ‘문제적’ 작가는 세계 최고 갑부로도 유명하다. 2013년 자산정보업체 웰스엑스는 데미안 허스트의 순자산을 약 3억5000만 달러(약 3700억원)로 집계하며 전세계 생존 작가 중 가장 재산이 많은 작가로 꼽기도 했다. 동물을 이용한 허스트의 예술 행위는 작가에게 부와 명성을 가져다줌과 동시에 자본주의 사회에서 동물과 인간의 관계 혹은 위계를 적나라하게 보여준다.  

동물에 대한 ‘인간 중심적’ 태도를 예술영역에서 살펴보는 전시가 열린다. 서울대학교 미술관은 올해 두번째 기획전시로 ‘미술관 동물원’전을 7일부터 개최한다.

영국 출신 미술평론가 존 버거(1926-2017)는 ‘왜 동물들을 구경하는가?’라는 글에서 동물을 본다는 행위의 철학적 논의를 시작한 바 있다. 버거에 따르면 ‘동물을 구경한다’는 생각과 행위는 자본주의의 발달, 산업화 등 사회적, 역사적 패러다임이 변화하는 것과 맞물려 있다. 야생이라는 일상에서 자취를 감춘 동물들은 일반 가정의 애완동물이 되던가 아니면 동물원에 갇히는 신세가 됐다. 더욱 끔찍한 건 식용이나 실험실의 도구용으로 따로 길러지는 동물들에 대한 현대인의 ‘무감각’이다.

이번 전시는 동물에 대한 인간 중심적 태도를 비판적 시선으로 바라보는 작품들과, 동물에 대한 인식 변화를 다루는 작품들, 그리고 예술가들이 창조해 낸 동물과 새로운 종에 관한 담론을 제시하는 작품들로 구성된다. 전시에는 강민규, 김기대, 김상진, 노충현, 박승원, 박찬용, 손현욱, 엇모스트(정치호, 권소진, 박민주, 박영철), 윤정미, 이동헌, 이선환, 이소영, 이해민선, 최민건 등 총 17명의 작가가 참여했다.

노충현 작가는 야생의 본능이 거세된 채 동물원에서 사는 동물들을 그렸다. 마치 배우가 떠난 연극 무대처럼, 인위적으로 만들어진 건축물인 동물원에서 동물이 사라진 풍경을 쓸쓸한 시선으로 바라본다.  

또 박승원 작가는 몸짓과 표정 등 비언어적인 수단을 통해 동물과 대화를 시도한다. 수개월에 걸쳐 원숭이의 행동을 모방, 체득한 작가가 스스로 ‘원숭이화’한 상태에 이르렀다고 판단되었을 때, 동물원 우리 앞에 서서 원숭이와 교감을 시도하는 퍼포먼스 영상을 보여준다.


강민규 작가는 현재 지구상 어딘가에 공룡이 살고 있을지 모른다는 가설을 세우고, 변종이 되고 진화한 형태의 새로운 공룡을 제안하며 관객들의 상상을 유도한다. 전시는 8월13일까지. 관람료는 일반 3000원.

(서울=뉴스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