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 미셸 바스키아의 무제를 바라보고 있는 마에자와 유사쿠 [마에자와 유사쿠 트위터]](http://pds.joins.com/news/component/htmlphoto_mmdata/201706/05/3c7e1403-a278-48be-9af6-65be8fdae5e6.jpg)
장 미셸 바스키아의 무제를 바라보고 있는 마에자와 유사쿠 [마에자와 유사쿠 트위터]
투자 개념으로 접근해 과감한 거래
거액 수수료 감수, 자주 사고 팔아
바스키아 ‘무제’ 1240억원에 산
41세 일본인 마에자와가 대표적
온라인 거래 늘리고 모바일 앱 개설
소더비·크리스티 경매 문턱 낮춰
소더비와 크리스티를 통해 전세계 미술품 경매의 85% 이상이 이뤄진다. 그 중에서도 가장 큰 시장이 뉴욕이다. 고흐의 ‘해바라기’, 에드바르 뭉크의 ‘절규’, 피카소의 ‘여인의 두상’ 등이 모두 소더비와 크리스티를 통해 거래된 대표작들이다.
두 회사 모두 영국에서 출발해 뉴욕에서 꽃을 피우면서 오랜 역사를 자랑하지만 혁신을 받아들이는데 주저하지 않았다. 경쟁사의 혁신에 자극을 받은 결과 서로가 발전하는 ‘윈-윈(Win-Win)’ 효과를 거뒀다. 대표적인 것이 2005년께부터 도입한 온라인 경매 플랫폼이다.
작년 온라인 미술시장 49억 달러
도입 전까지만 해도 뉴욕 경매소에는 유럽의 귀족이나 미국의 부호들이 주요 고객이었고 ‘큰손’이었다. 그러나 온라인 경매로 전세계 부자들이 접속해 들어와 ‘판돈’을 키우고 있다. 당연히 경매회사가 가져가는 수수료 수입은 늘어나게 마련이다.
게다가 미술품을 낙찰받을 경우 가장 큰 문제는 거액 지불과 장거리 배송이다. 명화를 탈취하는 소재는 각종 액션영화에서 자주 볼 수 있는 장면이다. 소더비와 크리스티는 이 문제를 보험으로 말끔히 해소해 고객 늘리기에 성공했다는 평가다.
또한 지금이 혁신을 도입하기에는 최적기다. 저금리로 갈곳을 잃은 풍부한 자금이 뉴욕 미술품 경매시장으로 몰려드는 상황이다. 중국과 중동의 ‘큰 손’들이 앞다퉈 미술품 경매에 뛰어든 것도 같은 맥락이다.
소더비의 태드 스미스 회장은 최근 니혼게이자이신문과 인터뷰에서 “트럼프의 대선 당선 직후 뉴욕 소더비 옥션 이브닝세일 매출이 예상보다 13%나 많았다”며 “불확실성 확대로 출품을 미루던 컬렉터들도 적극적으로 출품에 나설 것으로 예상한다”고 말했다.
지난달 뉴욕의 미술품 경매 시장에서는 일본의 젊은 컬렉터, 마에자와 유사쿠(前澤友作·41)가 화제의 주인공이었다. 마에자와는 뉴욕 소더비에서 열린 경매에서 ‘검은 피카소’로 불리는 미국 천재 미술가 장 미셸 바스키아(1960∼1988)의 1982년작 회화 ‘무제’를 1억1050만 달러(약 1240억원)에 낙찰받았다. 도쿄의 자신의 집에서 온라인으로 경매현장을 지켜보며 현장의 대리인을 통해 경매가를 끌어올렸다.
미국 작가의 작품으로는 경매사상 최고가라는 기록을 세웠다. 지금까지 미국작가 작품 최고가는 앤디 워홀의 ‘실버 카 크래시’(silver car crash, 1963)로, 1억54만 달러에 거래됐다.
일본 부자 11위 마에자와, 자산 4조4000억원
미술품 경매사상 역대 4위인 1억7930만 달러에 낙찰된 파블로 피카소의 ‘알제의 여인들’.
마에자와 또한 정규 미술교육을 받지 않았지만 뛰어난 예술성을 보유하고 있다는 평가다. 일본 지바 현에서 태어난 마에자와는 와세다실업고등학교에 재학하며 밴드활동을 시작했다. 이후 미국으로 음악 유학을 떠나 레코드와 CD를 수집했고, 일본으로 돌아온 1995년부터 자신의 집에서 수입 레코드와 CD를 판매하는 사업을 시작했다. 사업이 커지자 1998년 음악 앨범 온라인 판매회사 스타트투데이(Start Today)를 세웠고, 2004년에는 온라인 의류 쇼핑몰 조조타운을 설립하며 부호 반열에 올랐다.
조조타운의 모회사인 스타트투데이 지분 39%를 보유하고 있는 마에자와의 자산 평가액은 최근 포브스 기준 39억 달러(4조4000억원)로, 일본내 11위 부자에 랭크돼있다. 10년 전부터 예술품 수집을 시작했다는 마에자와는 바스키아의 그림을 사들이는 이유에 대해 지바현에 짓고있는 자신의 미술관에 걸어놓고 주변 사람들과 행복을 공유하고싶다는 이유를 들었다. 그는 “내가 아무리 돈이 많아도 행복하지 않으면 부질없다”면서 “내 주변 사람의 행복이 나의 행복이라는 것을 알게된 순간부터 세계 평화를 위해 살아야겠다고 다짐했다”고 말했다.
뉴욕에서 활동하는 40대 이하의 젊은 아트컬렉터들은 부모의 영향을 받아 어린 시절부터 심미안을 키워왔다는 특징을 갖고있다. US트러스트의 최근 설문조사에 따르면, 50세 이상의 아트콜렉터들은 미술작품을 걸어놓고 즐기는 대상으로 여기는 반면, 40대 이하 컬렉터들은 투자의 개념으로 바라봤다. 그래서 50세 이상은 오랜 시간 보유하는 반면 젊은 컬렉터들은 미술작품을 사고팔면서 이득을 챙기는 경향이 있다. 경매기업 입장에서는 증권사처럼 거래가 많을수록 수입이 늘어나는 고객층을 선호하게 된다.
미술품 뉴스사이트인 아트넷은 지난해 ‘지켜봐야할 젊은 아트컬렉터 12인’을 뽑았다. 이 가운데 한 명으로 선정된 아르티 노히아는 인도계 여성이다. 주로 인도계 작가의 작품 수집에 열을 올리는 그는 “시각과 촉각을 총동원해 상상력과 창의성의 조각들을 찾아다니는 이 일이 좋다”고 말했다.
심재우 뉴욕 특파원 jwshim@joongang.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