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의 개항을 반대하는 이들이 ‘저들은 무한생산이 가능한 물품을 조선으로 들여오지만, 조선에서 생산되는 물품은 유한 생산 품목으로 외래 물건이 들어오면 영세한 조선의 산업은 다 망할 것이다’라는 주장을 했던 대로 개항을 하면서 쏟아져 들어온 외래물품에 대항할 수 없었던 조선의 산업이 도태되어 가는데 창구의 역할을 한 것이 인천이었다.
열강들이 인천의 개항을 끊임없이 요구한 것은 그들의 경제적 이익을 극대화할 수 있는 조선의 수도인 한양이라는 거대한 소비도시로의 진입이 용이했기 때문이다. 물건을 싣고 들어오는 선박이 안전하게 정박할 부두시설이 필요했지만, 개항 초 화도진에서 내려다보이는 천혜의 호두형 포구인 북성포 일대는 영국인 스트리플링이 해망대산에 영국영사관이 미리 자리를 잡았고 1882년 임오군란을 진압하는 군대를 따라온 청국 상인들이 자리 잡은 지나정(인천역부근)일대를 제외한 새로운 포구로 탁포를 선택했다.
통상사무아문(감리서) 옆 언덕에 자리를 잡은 것은 열강의 이익을 대변하는 자치기구인 신동공사(紳董公社 municipal office)와, 치외법권으로 자국인들의 재판권을 행사하기 위한 각국경찰서였다.  기구가 갖추어지면서 무역회사 건물들이 들어서기 시작했다.

양옥 단층 건물이 바로 신동공사 건물로 인천부사 기록에 의하면 건평 112평의 벽돌건물이라고 기록되어 있다. 그 위에 있는 부속건물은 2층으로 1층에는 유치장이 있고 2층은 경찰합숙소로 사용했다는 기록이 있다.  신동공사 건물의 설계는 러시아인 ‘사바친’이, 건축은 청국인 리우(Liu)가 맡았다. 92년 7월 공개경쟁 입찰에 응찰한 업자가 5명(4명이 일본인)이었는데, 8월 25일 개최된 자치회의에서 최저가($3,200)를 써낸 Liu로 최종 결정되었다. 신동공사 건물이 헐려 1934년 5월 세무서가 들어서게 되었고 부립병원장 사택으로 사용되던 신동공사 회의실 건물도 사라지게 된다.

응봉산은 각국 거류지가 형성되면서 공원으로 조성되었다. 
‘시가지 중앙, 동서로 이어지는 구릉 가운데 서쪽 중앙에 있어 전 항구의 풍경을 한눈에 볼 수 있다. 각국 거류민 지회로 운영하다가 1914년 4월 각국 거류지의 철폐와 함께 인천부가 경영하였다. 수목이 울창하고 사계절 꽃이 끊이지 않고 피는 운치 있는 유원지이다. 정상에 청풍각(淸風閣)이 있는데 이곳을 인천도서관이 차지하고 있어, 열람자가 언제나 끊이지 않는다. 이 공원을 예로부터 벚꽃의 명소로 전망의 변화가 많으며, 약 20정의 일주 회로가 있고, 공원 안에는 ‘순록’ ‘다람쥐’ ‘노루’ ‘꿩’ 등을 놓아기르고 있다.’고 기록하고 있다. 세창양행 사원이었던 칼 발터와 존스톤 별장의 영애 존스톤양이 사랑을 키우고 국제결혼까지 한 것도 이 공원에서였다.
남쪽에는 테니스 코트가 있으며 북쪽에 공설운동장이 있는데 1920년 시민의 헌금으로 설치된 총 평수 2천362평의 대운동장이다. 주위는 병풍처럼 산이 둘러싸고 완만하게 경사진 산기슭은 자연이 만든 훌륭한 관람석이다. 

▲ 현재 공원매점

자유공원의 역사를 묵묵히 지켜왔던, 50년은 족히 넘어 문화재로도 손색이 없었던 공원의 매점도 현대식 스토어로 바뀌었다. 매점 옆에는 철제 탑이 높이 세워져 있다. 하나는 TV난시청 중계탑이고 또다른 하나는 4개의 확성기가 달려 있는 ‘사랑의 탑’이다. 1965년 인천로터리클럽에서 세운 이 탑은 80년대 말까지 매일 밤 10시만 되면 사방팔방으로 ‘계도방송’을 했다.

▲ 세관장 라포르트 저택

탁포를 세창양행이 선착장으로 사용하면서 각국거류지가 시작되는 지점, 응봉산 자락에 세관장 사택이 들어섰다. 이 집은 속칭 해관장 집(현 세관의 전신)으로 알려져 있는데 건축은 헨켈저택과 거의 동 시대인 1896~97년경으로 추산한다. 집주인 ‘라포오르트(E.Lapord,프랑스)는 1901년에 제7대 해관장으로 취임하여 1905년까지 근무하였으나 1893년에 이미 해관장 보좌관을 역임했다. 해관장의 월급이 양은 380불, 보좌관이면 300불, 그 외 직원(관리)도 외국인의 경우는 최하 100불 전후였다. 이에 비해 한국인 관리는 15불에 지나지 않았으며 선원. 잡역 등 급여는 우리나라 돈으로 5관문이 고작이었다. 양은불이라 함은 그 당시의 일본 ‘원’화 혹은 중국 은원과 환율이 같았다고 하는데, 1892년경의 곡물가가 백미 한 되, 상등이 7전, 중등이 6전 2리, 하등이 5전9리 이었으므로 중등미 (5두입)면 3원 10전 금이라, 이집 주인 ‘라포르트’씨는 매월 백미 120여 가마니의 월급을 받은 셈이 된다. 

▲ 세창양행 앞의 부두. 응봉산의 세창양행 사옥

인천 개항 후 인천에 제일 먼저 진출한 서양의 무역회사는 1883년 영국계 이화양행이다. 1882년 중국 해관에 관계하던 뮐렌도르프가 청의 추천으로 통리교섭통상사무아문의 협판으로 부임하면서 조선에 진출하려고 기회를 엿보던 외국계 무역회사들이 그에게 접근했다.
1883년 1월 뮐렌도르프가 광산개발 및 철도를 담보로 자금을 마련하기 위해 왕의 전권대사로 상해에 파견되었을 때, 특히 이화양행은 상해, 제물포간의 정기항로 개척권 및 광산권을 타결시켰다. 이화양행은 조선과의 협약에 따라 우피(牛皮)무역에 종사하면서 청국 초상국 소속 660톤급의 기선 남승호를 투입해 나가사키와 부산을 경유하며 인천과 상해를 연결하는 한국 최초의 정기 항로를 개설하였고, 광산채굴권을 획득했다.
중국인 거류지 앞 바다에 폐선을 띄어놓고 사무실 겸 창고와 일꾼들의 거주지로 사용했다. 부업으로 보험회사의 대리점 역할도 겸하였는데 한국에서의 보험업의 시작이었다. 1883년 7월 이화양행은 묄렌도르프와 계약을 맺어 이익의 10분의 3을 과세한다는 조건으로, 열강 중에서 최초로 한국에 근대식 채굴기계와 광산기술자를 파견하여 경기도 영평 만세교 사금장에서의 채굴을 시도하였다. 그리고 강원도 금화, 금성지역에까지 관심을 갖고 있었다. 그들의 내한 목적은 교역보다는 처음부터 광산채굴에 있었다. 1884년 정기선 운항은 1년간의 계약이 만료되자 누적된 운항 결손으로 중단하였고, 11월에 이르러서는 영업부진으로 인해 결국 조선에서 철수하였다.

▲ 세창양행이 취급한 담배 포장지에 '세창'이라는 문구를 넣어 구한말 국내에 판매한
'SUCCESS'담배

인천에 두 번째로 진출한 무역회사는 독일계 세창양행이다. 열강의 식민지 쟁탈에 뒤늦게 뛰어든 독일은 조선으로의 진출에 적극적이었다. 1884년 독일 본사에서 인천으로 파견된 칼 볼터는 현재 중앙프라자(마사회) 상가 자리에 세창양행 사무실을 세웠다. 세창양행은 해운사업, 근대기기 도입, 광산 채굴, 무기 판매 등 다양한 분야로 사업 범위를 넓혔다. 우리나라에서 처음으로 근대적 광고를 신문에 실었다. 사업 영역을 넓히기 위해 조선 정부에 돈을 빌려 주기도 하고, 이를 빌미로 외교적 압력을 가하기도 했다. 세창양행은 1914년 일본의 대독 선전 포고 이후, 최소 인력만을 남긴 채 조선에서 철수했다. 사옥은 6.25 전쟁 때 소실됐다. 세창양행이 사용했던 창고들은 아직 남아 있고 자유공원 철탑 옆으로 주춧돌들이 남아있다.

▲ 세창양행의 주춧돌

서구 상인으로 인천에 첫발을 내디딘 세창양행(世昌洋行)이 1886년 2월 22일자 한성주보(漢城週報)에 실은 회사 소개가 한국 최초의 근대적 광고라는 것은 그리 알려지지 않은 사실이다. ‘광고’라는 말 대신 ‘고백’이란 말과 한문으로 된 이 광고의 제목은 ‘덕상 세창양행 고백(德商 世昌洋行 告白)’ 광고 내용은 다음과 같다.

▲ 세창양행 광고

독일의 무역상사 세창양행이 지은 국내 최초의 양관인 사택은 세창양행의 주인인 칼마이어의 주택으로 수리개봉산의 동쪽에 있는 독일식 건축물이다. 빨간색 서양식 기와, 아치형의 네모기둥으로 장식한 테라스 등으로 빼어난 건축미를 자랑했다. 독일황제의 동생인 하인리히가 1899년 6월 19일 인천에 왔을 때 이 집에서 왕자를 위한 파티가 열렸다. 이집은 한때 일본인의 소유가 되어 ‘청광각’이라 불리며 이런저런 용도로 사용됐다. 1922년 인천부가 매입해 부립도서관을 설립했고 1946년에는 우리나라 최초의 공립박물관인 인천박물관이 개관했으나 인천상륙작전 중 소실되었다.  

▲세창양행 사택, 국내최초 양관으로
인천상륙작전 중 소실되었다.

도서관의 추억이다. ‘도서관 안쪽의 시원한 풀고사리의 그늘에서 팔았던 아이스크림은 1개에 얼마였던가. 파는 사람은 판매 같은 것에는 무신경해서, 언제나 한가롭게 낮잠을 잤습니다.’ 堀川(호리카와)

1890년대에 광창양행(廣昌洋行)과 함릉가상회(咸陵加商會)가 설립되었다. 광창양행(廣昌洋行)은 영국인(英國人) 베네트(Bennet)가 설립한 상회로서 설립 당초에는 일본상인 마키하라 슈이치로(日商塡原修一郞)와 합자(合資)하였으나 후에 일본인이 손을 떼고 베네트의 개인상회가 되었다. 광창양행(廣昌洋行)은 상해(上海)에서 영제(英製) 면포(綿布) 및 잡화(雜貨)를 수입하고 있었다. 당시 일본과 청나라를 제외한 서구인(西歐人)들의 상관(商館)과 거류민 수호를 보면 영국(英國) 29명, 상관(商館)1명, 미국(美國) 8명 상관(商館)2명, 프랑스 6명 상관(商館)1명, 독일(獨逸)16명 상관(商館)1명, 이탈리아 7명 상관(商館)1명, 러시아(露國) 4명 상관(商館)1명, 그리스인(希臘) 2명 상관(商館)1명, 포르투갈 7명, 헝가리 5명, 덴마크 2명이었다. 당시를 기록한 <인천항(仁川港)>에는 1천360여척의 기선(汽船) 및 소선박(小船舶)이 정박하고 있다. 그 중 567척이 일본선박(日本船舶)이고 그 중 404척이 기선(汽船)이다. 그밖에 369척(隻)의 조선선박(朝鮮船舶) 및 21척의 노국기선(露國汽船), 8척의 미국기선(美國汽船), 4척의 영국기선(英國汽船), 3척의 독일기선(獨逸汽船), 62척의 중국(中國) 정크선(船), 1척의 노르웨이기선(汽船)이 각각 정박하고 있다고 기록하고 있어 국제항의 모습을 그대로 보여준다고 할 수 있다.

▲홈링거 양행 건물

영국계 양잿물 장수 홈링거가 인천지점을 개설한 것은 1896년 10월이었다. 홈링거 상회 인천지점은 일본 나가사키(長崎)에 본점을 두고 윈난성(마관), 라오닝성(대련), 부산 및 인천에 지점을 운영했던 회사로 인천지점은 영업, 선박, 은행, 보험부 등 4개의 부를 두었다. 초석에 새겨진 ‘HSBC’라 함은 향항상해은행제물(香港上海銀行濟物浦) 대리점의 영문 첫 자의 표시로 1864년 현지의 영국계 식민지 상인들이 모여 1865년 동양무역의 사업을 개시한 기업이다.

▲ 제물포 해변의 홈링거양행 창고

홈링거 제물포 지점과 향상은행 제물포대리점을 맡은 홈링거는 1904년 노일전쟁까지 러시아의 노청은행 및 동청철도회사 선박부 대리점도 겸하고 다량의 한국 쌀을 수출하는 한편, 어업의 포경권까지 쥐고 있었다. 또 구미산 직물, 양주, 준급 연초, 기계류, 양철, 유리, 시멘트, 밀가루, 페인트 등을 수입하고 있었다. 홈링거 제물포지점은 1910년경까지 존속한 기록은 확실히 있으나 그 후 어느 때 철수했는지 알 수 없으며 향상은행 제물포 대리점만은 타운센트양행에서 늦도록 계승하여 영업했다. 
홈링거 사옥은 1933년 당시 변호사인 ‘고토렌페이’가 사무실 겸 주택으로 사용하였고 그 후 조선 알루미늄 공업주식회사 사옥으로, 해방 후에는 주한 미국 대사관 공보원 인천분원이 들어섰다. 또한 1953년에는 해군 수로국이 설치되면서 청사로 사용하기도 했다.

▲ 홈링거 사옥에 들어선 해군수로국(1950년대)

세창양행과 쌍벽을 이루었던 상사는 미국의 거상 ‘타운선 양행(American Tranding Co)’으로 경영주 타운센드(他雲仙)는 1884년에 인천에 들어왔다. 그가 일본에 있을 때 개화당 김옥균과 대차관계가 있어 그 연유로 한국에 이사 왔다고 전해진다. 광산기사인 그의 사업은 화약, 광산, 기계류 판매, 토목사업, 석유대리업, 정미업, 은행 등 다양했다. 그때나 지금이나 석유는 돈을 불러들였다. 전기가 없던 그 때 석유대리점에는 돈이 절로 굴러 들어왔다 한다. 타운센트 역시 석유로 등잔불 혁명을 일으켜 온 나라의 돈을 다 잡았던 석유거상이었다.

그는 또 1892년 여름 송학동 3가 (전 용동병원 인천경찰서) 유치장 밑 터전에 60마력짜리 증기 동력을 이용한 최신식 정미소(담손이 정미소)를 설치하여 인천을 미곡집산지로 만들었다. 타운선 이야기에서 빼 놓을 수 없는 것은 1897년 조선정부로부터 경인철도 부설권을 획득한 미국인 ‘모스(Janes R Morse)’와 동업하여 한국철도의 철도공사를 그의 자금으로 건설한 것이다다. 타운센트 양행은 영국상사 홈링거 양행 인천지점에서 취급하던 홍콩상해은행 대리점까지 인수했는데 당시 한국 측 지배인 장기빈(張箕彬)씨는 바로 전 부통령이었던 장면(張勉)박사의 부친이다. 당시 우리 정부나 민간 운수회사에서 구입한 기선과 군(軍)과 광산에서 사용한 화약은 거의 타운선 상회가 알선했는데 인천에 직접 화약공장을 건설하기도 했다.  

▲ 좌측의 2층 건물이 타운센트 양행 사옥이다.

타운센트는 1884년 조선지점인 모오스 &타운센드 상회의 설치 이후 광산이권 획득 작업으로서 직접 조선 내륙을 탐사하고 또 미곡 무역을 위해 내지 행상까지 했다. 그는 모험가 기질을 갖추었을 뿐만 아니라 사업적 수완까지 가지고 있었다. 조선 진출 직후, 상회 가옥은 경성의 교동(校桐)에 있었다. 그 후 1885년 초 타운센드는 인천에 순신창(順信昌)이라는 가옥을 서상옥(徐相鈺)과 함께 건축하였고 곧 이어 서상옥 으로부터 이것을 매입했다. 순신창 상회는 민응식(민응식)이 사장, 신기선(신기선). 서상옥이 직원으로 되어 있는 일반 상회사였다. 주 업종은 국산품의 수출과 조선 주재 구미인들을 위한 수입 무역업이었고, 여관업도 함께 겸했다. 순신창 상회는 1884년 궁궐에서 쓸 종이를 모오스&타운센드 상회에서 구입, 상납하기도 하였다. 
서상집(徐相潗)은 상해(상해)에서 「태무양행」을 운영하며 석탄무역(石炭貿易)으로 치부를 하였으나 일본인 농간으로 종말에는 메울 수 없을 이만큼 큰 손실을 입었다. 그러나 그는 무척 개화된 일면이 있어서 자제들을 상해(上海)는 물론이고 멀리 영국 등지에까지 유학을 보냈는데 특히 장남 서병의는 케임브리지대학을 졸업시켰다고 한다. 그 후 그는 귀국하여 또 다시 큰 돈을 잡았으나 무슨 까닭이었던지 궁중재산을 다스리는 궁장원경 이용익(宮藏院卿 李容翊)으로부터 늘 돈 재촉을 받았을 뿐 아니라 가끔 그 고관(高官)이 파송하는 경관의 엄습(엄습)을 피하느라고 미국인 상사(美國人 商社) 타운센드 집에 수 삼일씩 묵고 가는 수가 많았다 한다. 서상집의 자매 중 한 여인이 타운센드와 동거하였다는 설도 있다고 했다. 얼마 후 천만뜻밖에 상인 서상집이 인천감리라는 요직에 1902년 7월5일에 보임되었다가 불과 40여일 후인 8월 17일에 해임되었다. 

▲ 스텐다드 오일 박스위에서 장기를 즐기고 있는 조선인들(1900년 경)

타운센드 상회는 한동안 중개무역과 석유독점 공급. 건설용 폭약의 거래 등을 통해 사세를 확장해 갔으나 1912년 1월 스탠다드 회사와 결별하면서 사세가 크게 축소되었다. 타운센드는 보험업 등 금융업을 통해 이를 만회하려고 시도하기도 하였지만 큰 성과를 보지 못한 채 1918년 3월 10일 제물포에서 사망하여 북성동 외국인 묘지에 묻혔다. 타운센드 사망 후 사위인 아트킨슨(James Atkinson)이 경영하였지만 이듬해 영국인 멕코넬(William Mac Connell)과 미국인 비들(A C Biddle)에게 매각했다. 회사명은 그대로 유지한 채 1930년까지 운영되었다. 그러나 커머셜 유니언 보험회사와 홍콩& 상하이 은행의 인천지점 정도로 그 영업 범위는 매우 제한적이었다.

▲ 응봉산 제물포 구락부

이윤의 추구라는 공통의 목적을 가졌던 열강의 상인들은 응봉산 서남쪽 중구 송학동 1가 17번지에 제물포 구락부를 건축했다. 기록에 의하면 러시아인 사바친, 미국인 데쉴러, 독일인 뤼일리스가 1901년 6월 이 건물을 신축하는데 관계했던 것으로 보인다.
제물포 구락부는 인천에 거주하던 독일, 미국, 러시아, 일본 등 각국지계내의 외국인들의 친목을 위한 사교장소로 이용됐다. 매달 10일에 예회를 열고 회원 담화 혹은 유명인사의 연설과 만찬을 하며 친목를 도모하는 것이 유일한 목적이었다. 당시의 일본인들은 자기들의 사교장을 따로 가지고 있었으므로 이 건물은 주로 서양인 전용의 시설이었다. 각국지계 제도가 철폐되기 전까지 사교장으로 쓰이다가 1913년경 ‘일본제국 재향군인 인천연합회’에 이관되어 ‘정방각’으로 불렸다. 그 후 1934년에는 일본 여인회관으로 사용되다가 8.15해방 이후 상륙한 주한미군에게 점유되어 장교구락부로 사용되었고 6.25전쟁 때에는 인민군이 사용하다가 1953년 시립으로서는 국내 최초의 박물관으로 개관되었으며, 한 때 인천시의회와 인천시 교육원이 각각 회의실과 청사로 건물의 일부를 사용하였다. 지금은 인천문화원에서 활용하고 있다.

▲ 1970년대의 홍예문

1904년 러일전쟁으로 현재의 동인천동 사무소 일대인 전동에 일본 해군이 주둔하면서 원활한 군수품의 조달이라는 목적과 개항 후 중앙동, 해안동일대에 터를 잡은 일본 거류민들이 만석동을 매립하면서 확장하는 사업을 전동과 만석동 방면으로 그 영역을 넓히고자 홍예문 공사가 시작되었다. 일본인들은 홍예문을 ‘혈문’이라고 불렀다. 일본조계에서 동인천으로 우마차를 이용해 물건을 쉽게 옮길 수 있는 지름길이 필요했던 일본은 동인천에 주둔해 있던 일본 공병대를 동원했다. 홍예문에 얽힌 일본인의 추억담이다.
“관동과 홍예문으로 가는 길의 모퉁이에 있던 마루야마구미(丸山組). 항상 차고(가게 앞)에 몇 대의 인력거가 차례를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벽의 창살에는 가게이름이 새겨진 등롱이 쭉 나란히 열을 지어 걸려있었고, 토시각반에 작업복 차림의 인력거꾼들이 담배를 물고, 매일 매일 대기하고 있었습니다. 그 당시였기에 화류계의 누님들이 많이 이용했겠지요. 제 어머님도 만석동에서 해안동을 다닐 때, 또는 병원을 다니는데 이용했던 것 같습니다. 저도 함께 탔던 일도 있었습니다만, 언덕이 많은 인천 길이어서 인력거 하시는 분들도 참 어려웠으리라고 생각합니다. 비가 올 때 포장의 독특한 냄새도 잊을 수가 없습니다. 몇 년 후, 대련의 숙부 댁에 두 해 여름 있었던 적이 있었습니다만, 그 때에 태워주셨던 마차의 포장 냄새도 마찬가지였습니다.”(구보다)
“연말의 삯방아 상도 그립네요. 종전 후인 소화20년의 세밑, 우리들과 송학동의 중심부에 집을 빌려 모여서 지냈습니다만, 그 때의 삯방아상은, 웬걸, 직업을 잃어 수입이 없어진 우리 학교의 선생님들이었습니다. 놀란 우리들은 황송하지만 찧어 주시는 것을 받았습니다.”(아마노유리꼬)

▲ 인천병원

인천항에는 공립병원과 강제병원(强濟病院)  등 두 개의 병원이 있었다. 공립병원장은 고죠[古城管堂, 분고(豊後)출신]였고, 강제병원장은 이테타(出田瀧馬, 오사카출신)였는데 고조원장에게는 관리와 신사 환자가 많았고 이테다씨는 상공업 환자가 많았다. 
현재의 인성여고 운동장은 원래 잔디밭으로 어린이들의 놀이터였다. 1906년 9월에 인천병원이 들어섰다. 환자가 점점 늘어 건물이 좁아지자 1936년 신흥동(현재의 인천보건환경연구원)으로 이전하였다. 그 후 송학동 인천병원은 일본군 헌병대 청사로 개축되어 사용되면서 원한의 대상이 되어 해방이 되면서 인천 시민들이 부숴버렸다.
해방 후에는 제일교회가 이를 소유하면서 무궁화유치원을 거쳐 무궁화공민학교 교사로 사용되다가 인성여자중학교 건물이 들어섰다. 인성초교 일대에는 경인철도 부설권을 처음 획득했던 미국인 모오스가 1898년 경 세운 저택과 하와이 이민을 총괄했던 데쉴러의 주택이 나란히 자리하고 있었다.

▲ 홍예문로 서쪽 송학동 1가.  데쉴러 모스, 오례당의 집이 보인다.

 

데쉴러 저택은 후일 요정 ‘우로코’가 들어선다. ‘정원에 풍류가 있고 건축이 산뜻하며 맵시 있는 모습이다. 품격있는 요리로 명성이 있는 요정 ‘우로코’는 송학정 고지대에 위치해 인천항을 한눈에 내려 볼 수 있다. 1905년 6월 오사쿠가 개업해 지금은 인천 요정 가운데 제일의 위치를 점하고 있으며, 청초하고 고아한 모습은 타의 추종을 불허하고 대표적 일류 요정의 최첨단을 달리고 있다.’ 고 기록되어 있다.

▲ 공회당

6.25전쟁 중에 소실된 공회당에서는 음악회뿐만 아니라 강연회가 활발히 열렸다. 이곳에서는 1924년 4월 뒷날 죽산 조봉암의 아내가 된 여성 사회운동가 김조이와 함께 이곳에서 명강연으로 500석 좌석이 가득 찬 인천청년들을 사로잡았다. 1933년 11월에는 현제명의 독창회가 열렸다는 기록이 있다. 1957년 3월 1일에 인천시립시민관이 개관해 당시에는 인천시가 직접 극장으로 운영하다가 1958년 5월에 위탁경영으로 전환했다. 현재 이 자리에는 인성여고 체육관이 들어서 있다.

▲ 인천 공회당 상업회의소

인천상업회의소는 1915년 7월 조선상업회의소령에 의하여 한일 양 상업회의소를 합병하여 설립한 것으로 1885년 1월 인천에 설치된 일본인 상업회의소에서 비롯되었다. 미곡, 내지 이입세 철폐, 대 러시아, 대 중국 무역의 발전, 축항기성운동, 철도 운임 경감, 회착미 검사 등을 했다.
송학동 3가 3, 산수정 혈문통인 그곳엔 각국지계 자치기구인 ‘각국지계시공서(各國地界市公署)’가 있었다. 당시 속칭 각국경찰서로 불리던 시공서 건물은 2층 벽돌집으로 건평이 1백12평이나 되었으며 순경합숙소, 유치장까지 갖추었다. 해당 건물은 1922년에 헐리고 1923년 2월 견고한 벽돌건물의 2층양관이 들어서 아래층은 인천상공회의소로 사용했고, 2층에는 넓은 홀과 무대가 있어 음악회 및 강연 등의 행사, 간혹 결혼식도 치루며 인천공회당 겸 인천 상공회의소로 사용하였다. 인천상륙작전때 포격으로 허물어졌다.
도시에 공회당이 없는 것은 한 가정에 응접실이 없는 것과 마찬가지로 도시 설비상 커다란 결함이다. 1923년 12월  준공되었는데 2층짜리 벽돌 건물로서 본관은 건평170.9평, 가장 큰 방의 건평은 97.5평이었다. 수용 인원은 700명으로서 건축비 총계는 6만4천500여 만 엔이었다.

▲ 인천경찰서

1882년 4월 일본 정부는 인천에 영사관을 설치하면서 거류민 보호라는 명분으로 가청사를 설치하여 외무성에서 경부(警部)1명, 순사 수 명을 파견하여 영사관 부속 경찰서를 설치했다.  1905년 을사늑약으로 통감부를 설치하자 이사청 경찰로 개칭하였으며 후에 경찰사고가 빈번해지자 증원하여 경찰을 76명 두었다. 1907년 7월 인천경찰서는 한국 경시청 관하에 속하게 되었다. 1910년 한일강제 병합으로 경무총감부(警務總監部) 관할에 속하여 1919년 경기도 경찰부 관할이 되었다. 그 후 건물이 좁아지자 1923년 송학동에 170여평 2층 건물인 청사를 신축하였다.

▲ 1896년 전후에 미국인 제임스. R. 모스가 건축집. 6.25때 포화로 소실되었다.

홍예문에서 내려오면서 현재의 인성학교 주차장자리에 하얀 2층의 서양 집이 있었다. 6.25때 포화로 소실되어 1954년 재건하였으나 현재는 소실되었다. 이 집은 1896년 전후에 미국인 제임스. R. 모스가 건축한 것으로 1896년 외국인 최초로 경인선 부설권을 한국정부로부터 획득한 사업가다. 철도부설권을 획득한 미국인 모오스가 살던 집은 타운센트 상사 지배인이었던 장기빈이 거주하다가 해방 전까지는 경성일보 인천지국을 경영하던 일본인 이마이가 거주하였고 그 후 인천지사장 곽상훈이 1954년에 불하받아 살다 소실되었다. 벽돌조에 회벽칠을 하였고 2층 규모의 슬레이트 지붕이었다. 후의 집 주인이 중구청에서 매입해서 남길 것을 원했지만, 항상 문이 닫혀 있던 이 집은 무슨 영문인지 인성학교 주차장으로 헐려 버렸다. 공사비 10만 원이 들었다는 벽돌로 지은 건물로 유럽의 성채처럼 보인다. 

▲오례당 저택

오례당 저택은 중구 송학동 2가 16번지에 자리했던 주택이었다. 오례당은 인천에 거주하던 중국인 우리탕의 이름. 인천세관의 역관이던 우리탕은 은퇴 후 부동산과 고리대금업으로 재산을 모아 호화로운 저택을 지을 수 있었다. 그의 주택은 붉은 주택을 사용하였으며 지붕은 돔형을 도입하였는데 민간주택으로는 유일했다. 이 주택은 우리탕의 스페인 출신 부인의 간청으로 1909년에 건립됐다. 부인은 이 집에서 화려한 무도회를 자주 열었다고 한다. 일제 강점기에는 일본인 요시다가 매입하여 사용하였고 해방 후 미군이 주둔하면서 장교 숙소로, 국군 방첩대로 사용하다가 1968년 화재로 불타버렸다.

▲ 요시다 슈지로

요시다 슈지로는 일본에서 상업에 종사하다가, 1897년 1월에 조선으로 건너와 인천 호리 상회(堀商會)에서 선박업에 근무하였다. 이 후 1902년에 원산지점주임으로 임명되었고, 1908년에 동 지점이 폐쇄되어 사직하고 원산에서 조운업과 수출입무역업을 시작했다. 1912년에 조선우선주식회사의 설립과 함께 사무임원으로 선출되었으며, 1916년 10월 이를 사직하고 인천에 와서 요시다상회를 설립 수입무역ㆍ화약상을 경영 하였다. 그 후 요시다운수(吉田運輸), 요시다창고, 요시다정미소, 오쿠다정미소, 원산상업은행 등을 설립하고 아오시마에서 제염업과 조선전분, 조선토지를 경영하는 한편 섭도포(수문통)를 매립하여 얻은 땅에 현 송현초등학교를 세우고 이사장으로 있다가 아들에게 물려준다.

▲홍예문에서 부두로 통하는 길이 홍예문로이다.

초기의 홍예문은 해안가와 가까웠다. 부두를 전면에 두고 동쪽에 감리서가 서쪽에 일본영사관이 자리한 이 홍예문로를 사이에 두고 동서로 마을을 형성하면서 상가들이 번창했다.
연회석에 가는 기생들을 기다리던 인력거 회사는 물론이거니와 근대의 상징이었던 사진관과 병원들, 개항 초기부터 열강들이 각기 자기 나라의 자존심을 걸고 지은 근대건축물들이 빼어난 자태를 자랑했다.
해방이 되고 전쟁을 치르면서도 부두 앞에 주둔한 미군들로, 이 동네는 온 나라가 가난한 시절에도 생기가 넘쳐났지만 해안선이 멀어지면서 이 마을도 퇴색해갔다. 점차 잊혀져가는 마을에는 왕년에는 이곳에서 잘나갔던 노인 분들이 사랑방으로 모이는 장옥(나가야) 사택이 있었다.
언덕위의 내동교회에서 운영하는 성미카엘 종합사회복지관의 점심을 드시러 가기 전에 이곳에 들러 함께 올라 가셨다가 내려오시면서 차를 마시면서 과거를 회상하던 곳이었다.
이집 주인 할머님도 돌아가시고 집은 서울에 사시는 분에게 팔렸는데 이 건물을 구입하신 분이 근대 건축 유산에 관심이 많으신 분이라 카페 빙고 사장님께 맡겨 복원 차원의 수리를 하시고 세를 놓아 현재는 카페로 사용되고 있다.
이곳 사랑방의 터주 대감이셨던 염보성 할머니는 여자 경찰 출신이셨다. 인천에 여자경찰이 생기게 되는 역사는 미군들이 주둔하게 되면서 성범죄와 성병 관리가 필요해서 여자 경찰을 뽑았고 훈련은 영등포에서 시켜 전국으로 보냈다고 한다. 이 분도 인천 역사의 한 페이지를 기록할 만한 분이셨는데 작년에 작고하셨다. 작고하시기 전에 인터뷰를 한 것이 다행이라고 할까?

▲ 홍예문로 현재 모습

위의 두 사진을 비교해 보면 해안선이 확연하게 멀어졌음을 알 수 있다. 돌아가신 분들은 애석하지만, 근대의 모습이 남아있는 이 마을의 매력을 느껴 정착하시는 분들이 늘어가고 있다. 중구청에서는 근대 건축물들을 사들여 부숴 주차장으로 만들었지만 근대건축물을 사랑하는 분들은 소중하게 복원해 마을을 살려 놓았다.
홍예문을 사이에 두고 먼저 자리를 잡은 것이 옛 상업은행장 사택을 사들여 리모델링하여 문을 연 카페 ‘히스토리’다. 그 다음이 일본병원 원장사택으로 사용되다가 YMCA건물로 사용되었고, 6.25 전쟁중에는 인민군 본부로 사용되다가 후일 미군장교들이 사용하던 근대건축물을 복원하여 게스트하우스로 사용하고 있는 상우재다. 그 흔적으로 상우재 지붕에서는 임진강 유역의 작전지도가 나왔다.
요즈음 홍예문로에는 소중한 인물이 카페 빙고를 개업하고 자리를 잡았다. 일본에서 근대건축의 보존 수리에 관한 공부를 하고 아우리에서 근무를 하다 인천 중구에 매력을 느껴 정착을 했는데 이 동네에 꼭 필요한 인물이 들어온 것이 무엇보다 다행이다.
또한 타운센트상사의 멕코넬이 살던 아랫동네에는 카페 마고와 다구 박물관이 들어와 소중한 근대 건축들을 잘살려 보존하여 동네를 아름답게 가꾸고 있다.

홍예문 석축에 있는 하얀 조각상은 소라로 바다소리를 상징한다고 할 수 있다. 점점 멀어져 가는 바다를 그리워하는 인천사람들의 심정이라고나 할까?
일본에서 살 때 가장 그리웠던 것이 미역 냄새 즉 짠 바닷내음이었다.
인천 사람들의 진정한 고향은 갯벌이 펼쳐진 바다인가 보다. 가장 외로울 때 엄마 품처럼 그리워 미칠 것만 같은 것을 보면….

글, 사진 장회숙 인천도시자원연구소 공동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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