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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목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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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시대의 검시와 21세기 과학수사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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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글쓴이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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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ntv |
등록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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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02.27]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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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왕조의 검시제도
조선시대에도 범죄는 골칫거리였다. 살인 등 변사(變死) 사건이 발생하면 신중하고도 엄격한 절차를 거쳐 수사가 진행됐다. 시체를 검사하는 검시 책 임자는 고을 수령이었는데, 초검(初檢, 1차 검시)은 시신이 놓인 장소의 관할 수령이 담당하고, 복검(覆檢, 2차 검시)은 이웃 고을의 수령이 나섰다. 검시를 위해 수령이 사건 현장으로 출동할 때는 고을 아전을 보조 인력으로 데리고 가, 시신을 다루는 일부터 관련자 신문(訊問)까지 제반 실무를 지시했다.
수사의 핵심은 첫째로 사망원인을 밝히는 것, 둘째로 목격자나 관련자들의 증언을 확보하는 일이다. 검시를 맡은 수령은 왜 죽었는가를 밝히는 문제에 더 집중했다. 사망에 이르게 된 직접적 원인을 알아야 억울한 죽음을 막을 수 있기 때문이었다.
수백 년 전 검시 지침서, 『무원록』
아무런 말도 할 수 없는 싸늘한 시신을 앞에 두고 자살과 타살 여부를 가려내고, 혹여 원통한 죽음은 아닌지 파악하기 위해서는 법의학 지식이 총동원돼야 한다. 이때 참고해야 할 필수 서적이 중국 원나라에서 간행된 법의학서 『무원록(無寃錄: 원통함이 없도록 하는 책)』이었다. 과학적 지식과 시신 검시에 관한 이 론을 망라하고 있어 훌륭한 검시 지침서로 여겨졌다. 조선에서 이 책이 본격적으로 활용된 것은 세종 때 우리 실정에 맞게 주석을 단 『신주무원록』을 간행하면 서부터이다. 이후 영조 때 내용을 대폭 수정, 보완해 『증수무원록』을 펴냈고, 정조 때에는 한글로 풀어쓴 언해본 『증수무원록언해』도 제작된 바 있다. 이처럼 『무원록』의 주석본, 수정본, 언해본이 지속적으로 만들어졌다는 것은 조선시대 검 시 실무에서 그만큼 요긴하게 활용되었음을 보여준다.
『무원록』에는 사망 원인 조사에 사용할 수 있도록 여러 가지 검시용 재료를 제시하고 있다. 이를 응용법물(應用法物)이라 했는데, 재료는 술, 식초, 소금, 파, 매실, 감초, 백반, 솜, 거적자리, 닭, 가는 노끈, 자, 은비녀 등 다양했다. 또한, 사망 시간을 추정할 수 있도록 사람이 죽은 뒤 시신이 부패하는 과정 과 소요 기간을 정리해두었으며, 사망 원인에 따라 피부색이 다르다는 것에 착안하여 검시관이 시체의 안색 등을 잘 살필 것을 주문하고 있다. 요즘처럼 첨단 장 비와 최신 과학기술의 도움을 받지는 못했지만, 사망 원인을 정확히 알아내기 위해 축적된 지식과 경험을 적극적으로 동원했다고 할 수 있다.
물론 『무원록』의 내용에는 오늘날의 관점에서 보면 부적절한 부분도 적지 않다. 당시 행했던 검시 방법 중에는 의학적인 근거가 없거나, 사망 원인 진단 에 섣부른 일반화의 오류가 종종 발견되고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엄정하게 수사하고 정확하게 사망 원인을 밝혀내 억울한 일이 생기게 하지 않겠다는 검시관의 의지와 열정은 지금과 별반 다르지 않았다.
글‧심재우(한국학중앙연구원 교수) 사진‧셔터스톡
출처:월간 문화재사랑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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