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땅 속 깊이 뿌리 내리고, 자유롭게 하늘을 날며, 산과 바다를 누비는 다양한 생물들. 우리가 보고, 듣고, 느끼는 모든 삶에 생물이 있다. 생물은 생태계를 이루는 중요한 구성 요소이자, 때로는 우리에게 휴식과 영감을 전하는 친구 같은 존재다. 이제 우리는 이러한 생물을 그저 누리는 데 그칠 것이 아니라, 제대로 지키고 보전하며 다가올 내일을 준비해야 한다. 사람들이 잘 알지 못하는 생물의 중요성과 그 커다란 힘, 신비로운 미래를 만날 수 있는 곳, 바로 국립생물자원관이다.

동양 최대 규모를 자랑하는 생명의 보고
2007년 10월 개관한 국립생물자원관은 환경부 산하의 국가기관으로 인천시 서구 경서동에 위치해 있다. 우리나라에서 단 하나뿐인 자생생물전문 전시관인 ‘국립생물자원관’은 4천 600여점에 이르는 한반도의 생물자원을 보존하고 있으며, 국내에서 서식하고 있는 다양한 생물 표본과 자료들을 전시하고 연구한다. 또 곤충과 포유류를 비롯해, 조류와 어류 등의 생물 표본을 직접 관람할 수 있고, 입장료나 관람료가 없어 가족 나들이 장소로도 인기가 높다.

생물과 관련된 다채로운 볼거리와 정보를 제공하는 전시교육동. 복도 끝 천장에 전시된 각종 철새들의 모습이 시선을 사로잡는다. 순서를 따라 1층에 마련된 제1전시실로 발걸음을 옮기면 계통별로 전시된 한반도 고유 생물과 자생 생물들의 실물 표본을 살펴볼 수 있다. 조류 코너에서 텃새와 철새, 바다에 서식하는 새들에 대한 다양한 모습과 이야기를 접한 뒤에는 바로 옆에 자리한 곶자왈생태관에서 제주도의 자연환경을 체험하는 것도 좋다. 2층에 마련된 제2전시실은 인조 동굴로, 조명을 낮춰 실제 숲속에 들어와 있는 듯한 분위기를 연출한다. 에코 스피커가 설치되어 있어 이야기 소리나 발자국 소리까지도 메아리가 되어 울려 퍼져 아이들의 호기심을 자극한다.
국립생물자원관은 동양 최대 규모의 표본 저장 시설도 갖추고 있다. 17개의 대형 수장고를 통해 1,100만 점 이상의 생물 표본을 소장할 수 있으며, 맞춤형 이동식 수장 설비와 전자동 항온‧항습 장치를 통한 생물 표본의 영구 보전이 가능하다.

생물이 살아야 인류가 산다
생물은 생명을 가졌기에 아끼고 보전해야 함이 마땅하나, 그래야 할 또 하나의 이유가 있다. 지구상에 얼마나 다양한 생물이 존재하느냐가 인간 생명의 풍요로움과 직결되어 있고, 미래 인류의 무궁무진한 자원으로서의 가능성도 내재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에 국립생물자원관은 국가 생물자원을 발굴하고 체계적으로 관리·보존해 국내 생물자원 인프라를 구축하는 데 노력을 기울여왔다. 또한, 최근에는 생물자원의 유용성을 연구하고, 그 결과를 기업에 맞춤형 정보로 제공함으로써 산업화 지원에도 앞장서고 있다.

고령화와 신종 질환, 식량 부족 등 인류가 당면하게 될 여러 과제들을 해결할 수 있는 열쇠라 여겨지는 생물자원은 21세기의 ‘그린골드’라고도 불린다. 이는 곧 생물자원을 얼마나 보유하고 있느냐에 따라 국가 경쟁력이 판가름될 날이 머지않았다는 뜻과도 일맥상통한다. 특히, 지난 2014년 국가의 생물 주권 개념을 도입한 ‘나고야의정서’가 발효됨에 따라, 생물자원을 둘러싼 국제 사회의 주도권 경쟁은 갈수록 치열해지고 있는 상황이다. 국립생물자원관의 역할과 책무 역시 커지고 있는 시점에서, 전시관은 학계 및 유관 기관과의 긴밀한 협력 하에 국내외 생물자원을 보전하고, 지속 가능한 이용 기반 마련에 힘써 21세기 생물자원 주권을 확립하는 데 주어진 역할을 담당해나갈 것이다.

원고출처 : 인천시 영문잡지 <Incheon Now 11, 12월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