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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수국사와 흥천사 등 조선시대 말기 왕실 사찰들의 주도로 만들어진 불화 작품들을 한자리에서 만날 수 있는 전시회가 개막됐습니다.

조선 말기 불교의 위상과 불교 문화재의 가치를 엿볼 수 있는 소중한 기회가 될 전망입니다.

류기완 기잡니다.

유교를 국가의 이념으로 삼은 이른바 ‘숭유억불’ 정책으로 불교를 억압했던 조선시대.

하지만 불교는 대중을 위로하고 어루만져주는 신앙으로 유지됐고 이러한 현상은 조선 왕실에서도 예외가 아니었습니다.

조선의 왕실은 초기부터 불사를 후원하고 왕실의 명복을 기원했으며 이러한 모습은 불교에 대한 탄압이 더욱 기승을 부렸던 조선 말기까지 지속됐습니다.

이런 가운데 불교중앙박물관이 조선 말기 왕실의 후원으로 조성된 불화를 통해 조선 말기 불화의 특징을 살펴보고 역사적 가치를 짚어보는 테마전을 마련했습니다.

[인서트] 현조 스님/불교중앙박물관장

[조선시대에 통치 이데올로기가 유교였는데요. 이것을 흔히 교과서에서는 ‘숭유억불’이라고 이렇게배웠는데요. 통치 이념은 유교였지만 실제로 왕실이라던가 또는 후궁, 비빈이라던가 이런 데서는 일반적으로 불교 신앙이 계속 성행했습니다.]

이번 전시회에는 서울·경기 지역의 왕실 주도로 창건된 수국사와 흥천사를 중심으로 조선 말기의 왕실 불화들을 선보였습니다.

조선 말기의 왕실 불화의 가장 큰 특징은 귀한 재료로 여겨졌던 금의 적극적인 사용입니다.

화려하면서도 장식적인 효과를 낼 수 있는 금은 이전까지 불화 조성에 제한적으로 사용됐지만 19세기 왕실 불화에서는 부처님의 지혜의 빛을 형상화한 광배 안쪽 면을 금박으로 가득 채워 존상을 장엄하는 등 금이 적극 사용된 흔적을 엿볼 수 있습니다.

이에 따라 왕실 불화는 같은 시기에 제작된 다른 불화들과 비교했을 때 화려하고 세련됐을뿐 아니라 안정적인 구도와 뛰어난 작품성을 자랑합니다.

[인터뷰] 이분희/불교중앙박물관 팀장

[대표적인 것이 수국사와 흥천사 불화고요. 조선 말기에 왕실에서 직접 시주를 해서 왕실의 안녕을 기원하고 이렇게 만든 불화의 특징이 보이는데, 그 시대 다른 불화와 비교해서는 금의 사용이 많다는 특징이 있고요.]

20세기 초에 대부분 조성된 왕실 불화에는 누가, 언제 시주를 했고 어떤 발원을 담았는지 상세한 기록이 남아있습니다.

기록을 통해 왕실과 관련된 종친, 상궁들이 주요 발원자가 돼 많은 불상과 불화가 조성됐고 어려운 시대 여건속에서도 불교의 생명력이 꾸준히 이어져왔다는 사실을 알 수 있습니다.

또한 수국사와 흥천사의 불화에는 서울·경기 인근 지역에서 조성된 불화의 특징 가운데 하나로 한 불화 내에 여러 구역으로 나눠진 구도를 확인할 수 있습니다.

[인터뷰] 이분희/불교중앙박물관 팀장

[저희 박물관으로 오면서 처음으로 대중들에게 공개됐다는 의의가 있고요. 그리고 1907년에 대부분 조성된 작품이 수국사 불화들의 특징입니다. 화기에 정확하게 누가 시주를 했고, 어떤 기원을 하면서 시주를 했던 내용이 있어서...]

'서울지역 왕실발원 불화' 테마전은 오는 3월 31일까지 2달간 불교중앙박물관에서 일반 시민들에게 공개됩니다.

이번 전시는 조선 말기 왕실 불화를 통해 왕실 주도로 조성된 불교문화유산의 역사적 가치를 되새기고 당시 조선 왕실의 지극한 불심을 엿볼 수 있는 자리가 될 것으로 보입니다.

BBS 뉴스 류기완입니다.

영상취재=남창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