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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문물이 들어오던 개항장은 새로운 세계에 대한 개안(開眼)의 공간이자 신분질서가 무너지는 기회의 땅이었다. 바다는 꿈을 꾸게 했고 항구는 ‘인물’을 만들어 냈다. 1883년 인천이 개항하고 최초로 들어온 상선은 4월 13일 일본 기선 진서환(鎭西丸)과 범선 동복환(同福丸) 그리고 숙미환(宿彌丸)이었다. 이 3척의 배는 상품을 가득 적재하고 제물포항에 들어왔다.

▲현재의 칠통마당 모습

짐을 부리기 위해서 사람들이 필요했다. 짐꾼 까지 일본에서 데려 올 수는 없는 노릇이었다. 항구 부근의 사람들을 끌어 모아 일당을 주고 하역부로 고용했다. 이때부터 우리나라에 ‘부두 하역꾼’이란 직업이 생기기 시작했다. 초기에는 각기 무리를 짓는 ‘작당’을 하여 하역꾼이란 특수집단을 구성해 선주나 화주와 노임을 흥정했다. 이후 화주와의 분쟁, 하역집단끼리의 다툼 등이 생기면서 정부 기관인 화도진의 별장이 간섭하기 시작했다고 한다.

▲현재의 중부경찰서에서 인천여상까지 이어진 옛 칠통마당

제물포 항구의 하역장은 ‘칠통마당’이라 불렸다. 개항기 때부터 화물선에 실을 물건과 배에서 내려놓은 각종 화물들을 쌓아 놓았던 장소다. 주로 황해도 해주, 연백, 강화, 충남 서산, 당진 등지의 곡창 지대에서 옮겨 온 볏섬들을 잔뜩 쌓아 놓았다. 지금의 인천중부경찰서에서 인천여자상업고등학교에 이르는 선착장이 바로 그곳이다.
‘칠통’은 시내에서 이 마당으로 통하는 길이 7개여서 붙은 명칭이라거나, 인천항으로 미곡을 실어오던 경기·충청·황해도 연안의 항구가 7군데여서 부르던 지명이라거나 하는 설이 있으나 분명하지 않다. 오히려 물건을 어깨에 짊어지고 져 나는 통을 일컫는 ‘질통’에서 파생했을 가능성이 크다. 선착장에는 각종 화물을 나르는 다양한 질통들이 가득했을 것이다. “질통, 질통”하다가 “칠통”이 된 듯하다.

▲칠통마당은 개항기 때부터 화물선에 실을 물건과 배에서 내려놓은 각종 화물들을 쌓아 놓았던 장소다.

칠통마당은 언제나 북새통이었다. 쌀가마니를 비롯한 각종 화물 사이로 거간꾼과 뱃사람 그리고 선창의 하역부들이 분주하게 오갔으며 조그만 빈터에는 떡장수와 엿장수의 노점과 간이주점이 차려졌다.
인천항이 무역항으로서 성장하게 된 계기는 '축항'의 완공이었다. 물때와 상관없이 배들이 항구를 드나들 수 있게 갑문식 선거를 만들었다. 이 공사는 1911년 착공해 1918년 마무리되는 대공사였다. 축항 건설로 인해 칠통마당이 들어서게 되었다. 이후 이곳은 객주, 쌀 거간, 투기꾼, 막노동꾼, 목도꾼, 허드렛꾼, 지겟꾼, 노점상 등이 뒤섞여 하루하루 살아가는 삶의 현장이었다. 이들은 인천 토박이뿐만 아니라 이 전국 각지에서 몰려온 사람들이 대부분이었다.

그 시절 인천항에 기대며 살았던 그들의 애환을 담은 민요 ‘인천 아리랑’이 구전돼 불렸다. 이 노래는 인천 출신의 국문학자인 허경진 교수(연세대)가 미 하버드대 옌칭도서관에서 찾아내 국내에 소개했다.
인천 제물포 모두 살기 좋아도/왜인(倭人) 위세에 난 못 살겠네 흥//에구 대구 흥/단 둘이만 사자나/에구 대구 흥 성하로다 흥//아리랑 아라랑 아라리오/아라랑 알션 아라리아//산도 싫고 물도 싫고/누굴 바라고 여기 왔나//아리랑 아리랑 아라리오/아라랑 알션 아라리라//

원고 출처 : ‘시대의 길목’(유동현 저) 발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