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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박근령 전 육영재단 이사장 |
조선일보 보도에 따르면, 박지만 회장은 “최순실씨를 누나에게서 떼놓지 못한 게 후회가 된다”고 최근 주변 인사들에게 말했다. 그는 평소 “최순실을 조심해야 한다”며 누나에 대해 많은 걱정을 해왔으며 최씨와 관련한 세간의 우려를 누나에게 전할 기회조차 갖지 못해 안타까워했다고 한다.
청와대 공직기강비서관실 행정관으로 근무하다 ‘정윤회 문건 유출 사건’으로 구속 기소됐던 박관천 전 경정도 최근 언론 인터뷰에서 “박지만 회장이 ‘누나가 최순실ㆍ정윤회 이야기만 나오면 최면이 걸린다’고 토로했다”며 “회장이 제일 싫어하는 사람이 최순실, 정윤회”라고 말했다.
박근령 전 육영재단 이사장도 동생과 같은 입장이라고 한다.
필자는 박근령 전 이사장과 남편 신동욱 공화당 총재를 공적-사적으로 여러 차례 만나왔고 박 이사장의 인터뷰 기사를 《월간조선》에 두 차례 실은 적이 있다.
6년 전의 일이다. 2010년 이명박 정부의 세종시 수정안이 국회 본회의에서 부결된 날, 박 이사장을 서울 중구 신당동 박정희 대통령 사저(私邸)에서 만났다. 당시 인터뷰에서 박 이사장은 자신의 개인사와 대권을 꿈꾸고 있는 언니를 비롯한 가족사에 대한 비화(秘話)를 담담한 어조로 털어놓았다. 기사를 수정하는 과정에서 박 이사장은 최태민 일가에 대한 언급도 적잖게 했다.
기사는 《월간조선》 2010년 8월호를 통해 보도됐다. ‘최태민’ 관련 대목은 기사에서 빠졌다. 당시 박 이사장 부부와 박근혜 대통령 사이가 좋지 않았다. 박 대통령이 제부(弟夫)인 신동욱 씨를 명예훼손 혐의로 고소했던 것이다. 그러나 박 이사장은 ‘최태민 일가 언급’을 극도로 싫어하는 언니(박근혜)의 입장을 고려해 관련 대목을 삭제해달라고 했다. 당시 박 이사장은 “가족들 간에 소통이 안 되는 것은 사실이지만 그래도 언니나 동생에 대한 형제간의 정이 아직까지 마음 속에 남아 있다”고 했다.
박 이사장은 ‘아버지 돌아가시기 전에 이상한 예감 같은 것은 전혀 없었느냐’는 질문에 “당시 언니에게 어떤 분이 ‘한 번 뵐 거면 두 번 뵙고, 두 번 뵐 거면 세 번 봐라, 이런 말을 했다고 한다”며 ‘어떤 분’이 바로 최태민이었다고 밝혔다.
최근 대한민국을 뒤흔든 ‘최순실 사태’로 최태민 일가 내용이 매일 언론을 장식하고 있다. 박지만 회장조차 지인의 입을 통해 최씨 일가를 비판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더 이상 박근령 이사장의 과거 인터뷰 내용을 묵힐 수가 없다고 판단했다.
그때나 지금이나 박 이사장은 대한민국과 언니의 성공을 바라기는 마찬가지다. 과거 인터뷰 기사에서 빠진 내용을 보도하겠다고 남편 신동욱 공화당 총재에 알렸다. 그는 기자에게 이렇게 말했다.
“지금 최순실 게이트에서 국정농단까지 연일 관련 의혹이 쏟아지고 있다. 이미 오래 전부터 품어왔던 의혹이 진실로 밝혀지는 것을 보며 터질 게 터졌다고 본다. 아내(박근령)는 수십 년 동안 외롭게 진실을 알리려 해왔다. 외롭게 투쟁했던 것이다. 그런데 그런 얘기를 하면 할수록 거대한 최태민 일가에 의해 아내만 이상한 사람으로 여겨졌다. 세간에 ‘피보다 진한 물이 있다’는 얘기가 파다하다. 나는 ‘피는 물보다 진하다’는 것을 보여주고 싶다. 우리는 지금 흔들리고 있는 대한민국의 중심을 잡도록 노력할 것이며, 가족의 도리와 형제의 도리를 끝까지 지킬 것이다.
아내는 내게 최씨 일가에 대해 반드시 함구해야 한다고 얘기하고 있다. 나는 사적으로 박근혜 대통령과 처형ㆍ제부 관계이지만 공적으로 공화당 총재로 활동하는 정치인이다. 공화당은 박정희 대통령의 철학을 이어받은 정당이다. 지금 국민들은 분노와 허탈, 배신감에 휩싸여 있다. 공화당 총재로서 대한민국 현대사를 바로잡지 않으면 대한민국의 미래가 없다고 본다.
아내와 갈등을 겪더라도 반드시 이 상황을 정리해야 한다. 박정희 대통령 가문과 최태민 일가의 40년 흑막사(黑幕史)를 이제 끝내야 한다. 지금 나는 두렵기도 하고, 무섭기도 하다. 과거 나는 중국에서 살해위협까지 받았다. 한 술집에서 술을 마시다 누군가 탄 마약에 정신을 잃은 사이에 살해 당할 뻔했다. 나는 그 배후가 최순실 일가라고 강한 의구심을 갖고 있다. 진실이 밝혀지기를 바라는 국민의 지지를 받고 용기를 내 언론에 나의 입장을 밝히는 것이다.”
2010년 박 이사장이 밝힌 최태민 일가 관련 주요 내용을 간략하게 정리했다. 최태민 일가 관련 내용은 《월간조선》 2016년 12월호에서 집중 소개할 예정이다.
“언니는 (최태민에게) 속은 죄밖에 없다”
-박근혜 전 대표가 어머니 대신 퍼스트레이디 역할을 할 때 구국여성봉사단, 새마음봉사단을 운영하는 과정에서 김재규 당시 중앙정보부장이 조사를 하는 등 많은 문제점들이 지적된 바 있다.
“그 무렵 언니는 새마음봉사단을 운영하면서 효친 경로사상을 고취하는 운동을 벌였는데 그런 걸 이용해서 이권을 챙기려는 사람들이 있어 잡음이 생겼던 것 같다.”
-박 이사장이 최태민 목사의 존재를 알게 된 것은 언제인가.
“어머니가 살아계실 때, 최태민 목사라는 사람이 언니에게 좋은 이야기들을 들려주겠다고 하면서 만나기를 원했다. 하지만 어머니께서는 그 분을 만나지 못하도록 하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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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1969년 1월 청와대 뒤뜰에 눈이 쌓이자 박근혜ㆍ근령ㆍ지만 3남매가 눈사람 만들기를 하다 기념 사진을 찍었다. |
“한두 번 행사장에서 마주친 정도가 아닐까 생각한다.”
-그때가 정확히 언제인가.
“언니의 대학 재학 시절로 알고 있다. 프랑스 유학을 가기 전이다.”
-박근혜 전 대표는 최태민에 대해 ‘최 목사는 청와대 시절, 새마음 운동을 하면서 알게 된 사이로 1988년 기념사업회를 만들 때 내가 도움을 청해 몇 개월간 나를 도왔을 뿐 아무런 관계가 없다. 내가 아는 한도에서 지금까지 최 목사에 대한 의혹의 실체는 없다. 만약에 최 목사에게 문제가 있었으면 아버지 시대나 이후 정권에서 법적 조치를 받았을 것이다’라고 해명했다.
“언니는 (그 사람에게) 속은 죄밖에 없다.”
-언니는 최태민 목사의 실체를 정확히 모르고 있다고 보나.
“지금까지의 과정으로 봤을 때, 그런 면이 다분히 있다고 생각한다. 기품과 인격을 많이 닦은 사람은 상대를 대할 때, 상대를 의심하지 않고 내 마음 같으려니 해서 100% 믿는 경우가 많다.”
-박 이사장은 대학 졸업 후 언니의 개인비서 역할을 했다고 했는데 그때 최태민 목사의 실체를 전혀 몰랐나.
“당시만 해도 저는 언니를 도와주시는 훌륭한 분으로 알고 고맙게 생각했다. 제가 청와대 있을 때는 그 분을 만난 적이 없고 사진만 봤다. 그 후에는 여러 번 뵌 적이 있다. 최 목사가 그 당시 아현동에 위치한 새마음병원을 언니와 같이 운영하면서 오랫동안 관여했다.”
“아버지가 최 목사 문제로 친국, 언니가 괴로워해”
-박정희 대통령이 직접 나서서 자식 문제와 관련해 친국(親鞫)을 했다. 그 사실을 박 이사장은 언제 알았나.
“그 무렵 알게 됐다. 언니도 그 일로 굉장히 괴로워했다. 새마음봉사단을 운영하는 과정에서 많은 잡음과 투서가 정보기관이나 청와대로 들어왔다고 한다. 곳곳에서 잡음이 많이 일어나니까 아버지까지 확인하려고 나서신 거다.”
박정희 대통령 서거 후 근혜, 근령 두 자매는 신당동 사저에 잠시 거주하다 기업인들이 마련해준 성북동으로 거처를 옮겼다.
-성북동 생활은 신당동보다는 편했나.
“성북동으로 이사를 가면서 할 일이 태산 같았다. 신당동 사저는 워낙 좁아서 짐도 못 풀었지만 성북동에서는 짐을 정리할 공간이 생기다 보니 본격적으로 서류를 분류하는 작업을 했다. 총무처와 대학교 도서관학과에서 사람들이 나와서 같이 작업을 했다.”
“성북동 시절에도 언니가 최 목사 자주 만나”
-성북동 시절에도 최태민 목사가 박근혜 전 대표의 일에 관여했나.
“새마음봉사단 일과 관련해 거의 매일 의논을 한 걸로 안다. 그런데 육영재단 사건 때문에 후에 들은 구호를 보면 최태민 목사가 오해 받을 일들을 했다는 것이다. 전횡을 한다는 내용이었다.”
-(최태민 목사가) 성북동 집에 여러 차례 드나들었나.
“최 목사가 성북동으로 직접 오지는 않았으나 측근들을 통해 편지 등으로 연락을 취했다. 그리고 언니가 최 목사를 만나기 위해 제가 직접 차를 운전해 최 목사 측근의 집으로 동행한 적이 몇 번 있다.”
-1983년 이후 언니와 성북동 집에서 함께 살았나.
“성북동에 살다가 동생(박지만)이 결혼할 나이가 돼 언니와 저는 장충동으로 이사했다. 동생은 제대한 직후 ‘가족을 부양하는 가장으로서 사업해서 돈 벌어야 돼’라면서 사업을 하게 해달라고 요구했고, 언니는 밤낮으로 손님을 만났다. 이 와중에 우리는 어떻게 해야 하느냐 하고 물으니 ‘독립해서 살아야 한다’고 해서 동생은 중앙하이츠빌라로, 저는 미국으로 가게 됐다. 최 목사가 보기에 남동생은 큰 누나에게 사업체를 차려달라고 조르는 철없는 청년 정도로 비쳐진 것 같다.”
박 이사장은 1986년 4월 미국으로 떠나게 된다. 미국으로 떠나기 전만해도 박 이사장은 최태민 목사에 대해서는 ‘항상 언니를 도와주는 고마운 사람’이라는 식으로 긍정적으로 평가했다고 한다.
-미국으로 건너간 이유는 뭔가.
“미국에 가서 영어 공부를 하면서 돈도 좀 벌 수 있는 길을 찾아보려고 갔다.”
-미국에서 생활할 때 생활비는 어떻게 해결했나.
“언니가 보내주는 돈으로 살았는데, 돈이 얼마 되지 않아 학원비로 다 들어갔다. 틈나는 대로 책을 많이 읽었다. 재미있는 것은 코리아타운의 미장원에 가면 잡지 같은 게 한국보다 한 달이 늦게 배달됐는데 거기에 우리 기사가 심심치 않게 실렸다. 그런데 그 기사를 본 사람들은 저를 알아보지 못했다.”
최 목사 비리 폭로하는 탄원서 노태우 대통령에게 보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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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박근령 전 육영재단 이사장 |
“아는 분이 거의 없었다. 신경 쓰는 사람이 없으니 가고 싶은 곳을 자유롭게 갈 수 있고, 타인들의 시선에 신경 쓰지 않아도 됐다. 미국에서 가게를 하나 차리고 싶었는데 경제적 여력이 되지 못했다.”
-다시 귀국한 것이 1990년인가.
“그 무렵 비자와 영주권 갱신 등으로 귀국했다.”
-1990년 8월14일 박지만씨와 함께 최태민 목사 비리를 폭로하는 탄원서를 노태우 대통령 앞으로 쓴 걸로 알려졌다. 그 탄원서가 박근령 이사장 자필인지 여부가 논란이 있었다.
“당시 탄원서는 제가 자필로 직접 썼다. 동생도 최 목사 일을 심각하게 생각하고 속상해 했다. 동생이 제 아파트에 와서 ‘최 목사 때문에 큰 일’이라면서 걱정을 많이 했다. 최 목사 친인척이 육영재단에서 손을 떼기를 바랐고, 큰 누나가 잡음이 나지 않는 사람과 일하기를 바랐다.”
-탄원서 내용을 보면 최태민 목사 일가가 금전편취, 유가족에 대한 인격모독, 부모님에 대한 명예훼손 등 18가지 항목을 지적한 걸로 돼 있다.
“오래 전에 써서 기억이 잘 안 나지만, 정보기관이나 수사기관에서 알고 있는 내용이었다. 당시 육영재단의 비리를 잘 알고 있던 직원들은 ‘희대의 사기꾼 최태민은 물러가라’고 피켓을 들고 성토를 했다. 육영재단과 기념사업회에서 근무하던 사람들이 ‘이건 아니다. 큰일 났다’는 이야기를 하면서 하루 속히 언니가 그 사람들(최태민 일가)과 헤어져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래서 우리는 탄원서로 바로잡는 것이 가능할 것이라 생각했다.”
-탄원서에 (최씨 일가가) 육영사업, 문화재단, 추모사업에 개입해 회계장부를 조작해 많은 재산을 착취했고, 지금도 최태민 목사의 가족들이 강남 및 전국에 걸쳐 많은 부동산을 소유하고 있다고 밝혔는데 근거는 무엇인가.
“당시 육영재단에 근무하시는 분들이 최 목사 일가에 대한 많은 이야기들을 해주었다. 어떤 경로인지는 잘 모르지만 그 분들이 단기간 내에 부(富)를 축적한 것은 사실이다. 확실한 것은 언니를 만나기 직전 최태민 씨는 불광동 월세 집에 살았던 걸로 안다. 최 목사는 언니가 맡고 있는 여러 단체에 관여했다.”
-그때 탄원서를 노태우 대통령에게 어떻게 전달했나.
“정치권에 계신 분을 통해 전했다.”
[글=백승구 기자]
《월간조선》 2016년 12월호에서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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