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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래전 ‘이날’]은 1956년부터 2006년까지 매 십년 경향신문의 같은 날 보도를 살펴보는 코너입니다. 매일 업데이트 합니다.

20년전 오늘은 국보 1호 남대문이 숭례문으로, 보물 1호 동대문이 흥인지문으로 본래 이름을 되찾앗습니다. 사적 3호 수원성은 화성으로 불리게 됐습니다. 해인사의 판만대장경을 보관하던 경판고는 일제가 ‘창고 고(庫)’자를 써서 격하시켰다며 대장경판전(殿)으로 이름이 바뀌었습니다. 사적에서 지방문화재로 격하된 문화재도 있었습니다. 울산학성, 승주신성리성, 사천선진리성, 김해죽도성 등인데요. 일제가 임진왜란때 일본군이 세운 산성을 사적으로 정했기 때문입니다. 당시 ‘일제지정문화재 재평가사업’에 대한 경향신문 기사를 소개합니다

“이번 심의 결과는 일본이 자의로 정한 문화재를 ‘우리 눈’으로 재평가, 재조정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이번 작업은 일제가 지정한 문화재에서 일본 잔재를 청산하고 우리 문화유산을 주체적으로 자리매김하는 시도였다. 1933년 총독부령으로 발표된 조선보물고적명승천연기념물보존령을 토대로 1934년부터 1043년까지 8차례에 걸쳐 일제가 지정한 문화재체계는 지금까지 이름과 번호, 등급 설정 등 우리 문화재의 골격으로 그대로 유지돼왔다.

재평가작업은 광복50주년 역사바로세우기의 일환으로 결정돼 올해 초부터 추진돼왔다. 이번 작업은 일제지정문화재 503건을 대상으로 14개 분야 평가실무위원들이 지난 3월부터 8월까지 조사를 했다. (…) 이날 발표된 심의결과 중 남대문과 동대문의 명칭 환원은 각각 국보 1호, 보물 1호로 한국문화재를 대표한다는 점에서 상징적이다. 그동안 학계와 문화재 전문가들 사이에서 일제가 공식 지정한 남대문과 동대문은 예와 인을 숭상하고 흥하게 한다는 소중한 의미를 갖고 있음에도 단순한 지리적 방향을 뜻하는 보통명사를 굳이 공식 명칭으로 사용할 필요가 없다는 의견이 제시됐었다. (…)수원성곽은 화성이란 원래의 명칭에 담긴 뜻을 되살리게 됐다. 해인사대장경판고는 일제가 해인사경판전을 물품창고의 뜻으로 격하했기 때문에 판전으로 바뀌었다.

이번에 국보로 지정된 보물 6건 중 통도사대웅전은 특이한 구조와 정신적 배경이 국보로서의 가치를 지니고 있다고 평가됐다.(…) 이밖에 울산학성, 승주신성리성, 사천선진리성, 김해죽도성, 서생포성 등은 임진왜란때 일본군이 지은 산성들이란 이유로 사적에서 지방문화재로 바뀌었다”

2008년 화재로 중단된 숭례문 파수의식 재현행사가 8년 만에 재개된 지난 6월23일 서울 숭례문 광장 앞에서 개막을 알리는 교대의식이 열리고 있다. | 김정근기자

서울 4대문의 이름 중 남대문은 숭례문, 동대문은 흥인지문으로 본래 이름은 되찾았습니다. 그렇다면 북쪽 문과 서쪽 문은 어떻게 됐을까요? 북쪽 문은 숙청문이라고 불립니다. 흔히 ‘4대문’이라고 하지만 규모가 대문의 형식은 아니고 작은 문입니다. 숙청문은 중종 이후 ‘숙정문(肅靖門)’으로 바뀌었고 지금의 숙정문 목조 누각은 소실됐던 것을 1976년에 복원한 것입니다. 현재 문루에 걸린 ‘肅靖門’ 현판은 박정희 전 대통령이 썼습니다.

숙정문

숙정문은 종로 삼청동에 있는데요. 사람들이 위치를 잘 모르는 건 규모도 작을 뿐더러, 1968년 1월21일 남파공작원 김신조 등 북한군 31명이 청와대 인근까지 잠입했던 김신조 사건 이후 박정희 정권이 청와대 경비를 위해 일반인들의 접근을 금지시켰기 때문입니다. 숙정문은 2006년 일반에 다시 개방됐습니다.

돈의문(서대문) 옛모습 | 경향신문 자료사진

정동사거리에 세워진 ‘돈의문(서대문)터’ 비석 | 경향신문 자료사진

서대문은 ‘돈의문’으로 불렸습니다. 지금은 사라졌지만 광화문 네거리에서 서대문 방향으로 가는 ‘신문로’, ‘새문안길’ 등의 이름에 아직 흔적이 남아았습니다. 돈의문은 과거에 ‘신문(新門)’, ‘새문’으로도 불렸습니다. 돈의문은 1915년 일제가 경성도시개발계획으로 전차를 복선화하면서 강제로 헐렸습니다. 돈의문의 실제 위치는 서울 중구 정동 경향신문사 바로 앞 정동사거리 입니다.

동아일보 1926년 7월4일자

일제 때는 숭례문도 돈의문처럼 철거해야 한다는 주장도 나왔습니다. <동아일보> 1926년7월4일자 기사에는 “경성부 도시계획 사카이 기사는 현재 숭례문(崇禮門, 남대문)이 장래 복잡할 경성부의 교통에 큰 장애가 된다 하여 장차 기회를 보아 헐어버릴 계획을 세우고 그보다 먼저 적당한 시기에 초석(礎石)과 누각만 남기고 날개같이 옆에 붙은 석벽을 철훼하여 좌우 오칸씩 십칸의 도로를 확장하리라는데 이 이유는 경성은 남대문을 협(峽)하여 이곳을 중앙점으로 하고 남북을 발전할 소질을 띄고 있는 곳일 뿐더러 남대문을 중심으로 하고 장차 남북에서 여섯 갈래 길이 연락되어 경성의 교통 중심이 될 터인데 지금과 같이 그 문이 복판에 박혀 있어서는 도저히 발전할 여지가 없을 터이므로 차라리 무너버리는 것이 좋겠다 하여 이런 계획을 세우게 된 것이라는 바. 사카이 기사의 말을 들으면 남대문은 그 건축이 광화문과 같이 정화롭지 못할 뿐더러 고적물로 보존할 가치나 있으면 모르겠거니와 그렇지도 않은 물건을 어울리지 않고 교통상에도 장해가 되게 세워둘 필요가 없다고 하여 그런 계획을 세운 것이라 한다. 그러나 이것은 일개인의 의견으로 아직 구체화한 것은 아니라더라”라는 내용이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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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덕 기자 duk@kyunghyang.com>
원문보기
http://h2.khan.co.kr/20161128233800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