훈민정음 해례본 간송본 첫 장 사진자료. <자료제공=새누리당 이종배 의원실>

 

(서울=포커스뉴스) 간송 전형필(1906∼1962)이 1940년 발견해 세상에 알려진 '훈민정음 해례본 간송본'(국보 제 70호)은 현존하는 유일한 훈민정음 해례본인 만큼 역사적 가치가 높다.

 

한글창제 570돌을 맞이한 올해 '훈민정음 해례본 간송본'의 가치에 대해 과소평가됐다는 평가 또한 이어지고 있다. 지난 5월31일에는 시민단체 문화재제자리찾기, 우리문화지킴이, 국어문화실천협의회 등은 직접 국회에 찾아가 '훈민정음 해례본 국보 1호 지정'에 관한 청원신청을 하기도 했다.

 

이들은 "한글 창제의 의미와 해설을 담은 훈민정음 해례본이야말로 우리나라 국보 1호로 손색없는 문화유산"이라며 훈민정음에 대한 가치에 대해 재평가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하지만 여전히 해례본 간송본에 대해 풀리지 않는 의문이 남아 있다. 낙장된 서문 2장에 대한 의문이다. 바로 의도적인 훼손이냐 아니냐에 대한 해석 여부다.

 

현재 학계에서는 해례본 간송본 서문이 의도적으로 찢겨졌다는 해석이 가장 유력한 '학설'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박종덕 문학박사(전 건국대학교 국어국문학과 교수)가 2005년 발표한 논문 '훈민정음 해례본의 원형과 유출과정'에 따르면 "해례본 서문은 1939년 경북 안동의 서예가 이용준이 자신의 처가인 광산 김씨 종택 긍구당(肯構堂) 소장 장서인 '훈민정음 해례본'을 몰래 가져오는 도중 찢겨졌을 것이다"고 적시돼 있다.

 

 

1933년부터 1941년까지 이용준이 장인어른인 김응수에게 보낸 서신자료. 1941년도 서신(붉은색 표시)에는 이용준이 처가에서 보관중이던 책을 팔았던 부분에 대해 용서를 구하는 편지내용이 포함돼 있다. <자료출처= 박종덕 전 건국대학교 국어국문학과 교수의 2005년 발표 논문 '훈민정음 해례본의 원형과 유출과정'>

 

1941년 이용준이 장인어른 김응수에게 보낸 편지내용을 해례본을 몰래 가져왔다는 근거로 봤다. 편지에는 "책을 빼돌린 것에 대한 죄를 뉘우치며 용서를 구한다"는 내용이 담겨 있다.

 

또 1991년 긍구당 종손 김대중 씨의 "'글을 잘 쓴다'며 조부(김응수)에게 사랑받던 고모부(이용준)가 서재를 마음대로 드나들다 훈민정음 원본을 가져갔다"고 증언도 근거로 삼았다.

 

소유권 때문에 이용준이 서문 2장을 찢어야만 했다는 주장이다. 책 첫장에 찍는 긍구당의 장서인(藏書印)을 없애기 위해 서문 2장을 희생시킨 것이라고 강조했다.

 

논문에서 언급된 1991년 김대중 씨에 따르면 광산 김씨 종택 긍구당 장서에는 반드시 장서인을 찍는다. 김대중 씨는 "우리집 책에는 앞 첫 장에 꼭 장서인을 찍어 놓는다. 멀쩡한 책의 앞 장이 없다는 것은 책의 출처가 우리 집안이기에 장서인 부분을 뜯어놓은 것일 것이다"이라고 주장했다.

 

이같은 '학설'에 대해 간송미술문화재단 측은 "실질적으로 정확하게 파악할 수 있는 사람이 없다. 어떤 학설도 맞다고 말할 수 없기에 '이 설이 맞다', '저 설이 맞다'고 말할 수 없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