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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뚝심으로 두드리다]국가무형문화재 제65호 백동연죽장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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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ntv |
등록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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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09.02]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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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 광해군 때 일본을 통해 담배가 처음 들어오면서 백동(白銅)과 대나무로 담뱃대를 만들기 시작했다. 그 후 백동을 금·은으로 도금하거나 입에 무는 부분을 옥으로 만들기도 하고 담뱃대에 무늬를 새겨 화려하게 장식하기도 하였다. 담뱃대는 형태에 따라 장죽(긴 것)과 곰방대(짧은 것), 장식이 화려한 연죽과 소박한 민죽으로 구분했다. 백동연죽은 입을 대는 물부리와 연기가 통과하는 설대, 그리고 담뱃잎을 넣고 불을 붙이는 대통으로 구성되는데, 대통은 오로지 망치와 정을 가지고 담금질과 두드리기를 거듭하며 반원 모양을 만들어 나간다. 귓가를 쨍쨍하게 울리는 망치 소리가 무한 반복돼야만 비로소 대통이 완성된다.
필터 담배 보급 후 1970년대부터 쇠락의 길을 걷게 된 담뱃대 제작은 ‘몇백 년 이어온 전통이 끊어져서는 안 된다’는 장인의 뚝심과 책임감으로 부활하게 됐다. 현재 백동연죽장은 한국 전통의 계승·발전과 더불어 전통에 기반을 둔 한국 공예품의 가치 재창출을 위해 황칠, 옻칠, 장신구 등 다양한 분야와 기술적인 융·복합을 시도하고 있다. 이는 한국 무형문화재의 예술적 가치를 알리는 또 하나의 기회가 될 것이다.
백동연죽의 예술적 가치
한국의 고대 장신구 공예품은 조형 기술 발달과 더불어 종교·문화적 요소가 적용되었다. 현대에 이르러 장신구 공예품은 사회 저변이 확대되면서 기존 생활 공예품의 역할은 물론 한국을 상징하는 표현 수단으로서의 중요성도 부각되고 있다. 그에 따라 점차 장신구 공예품 분야가 세분화되고 전문성이 가미돼, 작가만의 의도가 내재한 차별화된 작품을 제작하고 있다.
그러나 장신구 공예품은 가장 대중성을 띠고 있는 공예 분야임에도 불구하고 타 예술 분야와 달리 조형성이 부족하다는 인식과 현대화 작업의 어려움, 그리고 이에 기인한 소비자들의 외면으로 말미암아 대중적 호응을 받지 못하고 있다. 이러한 현상은 전통 장신구 공예품을 바라보는 시선이, 서구적인 측면과 형태적 조형성에 치중하면서 궁극적인 한국적 요소가 생략된 결과로 사료된다.
전통 방식 그대로 ‘백동연죽과 기술력’
1618년경 조선에 담배가 들어오고, 17세기 초 담뱃대가 보급되기 시작하면서 남원의 연죽은 전국에서 명성이 제일 높았으며, 400여 년이 지난 현재에도 남원 백동연죽은 그 맥을 이어오고 있다.
백동연죽은 대왕죽, 고달죽, 오동상감송학죽, 오동상감죽, 황금죽등 약 20여 종에 이르며, 전통 기술을 통해 100% 수작업에 기반을 두고 있다. 연죽장으로서 걷는 외길 인생은 작품의 예술적 완성으로 열매를 맺어, 대한민국 무형문화재의 가치를 드높이고 있다.
고대에는 재료가 완전 용융(溶融) 할 수 있는 단계까지 온도를 올리는 기술의 결여, 각 원소의 물리적 특성으로 인한 합금화의 어려움, 그리고 주조(鑄造) 후 빠른 냉각속도를 제어하지 못하는 기술력 때문에 귀금속과 공예품을 제작할 때 실패하는 경우가 많았다. 이로써 장신구와 공예품 표면의 형태를 미려(美麗)하게 완성하지 못하면서 작품에 조형적 요소를 적용하지 못하는 결과를 초래했다.
백동연죽 등과 같은 금속 장신구와 공예품의 표면 상태 및 기계적 성질은 금속 내 존재하는 원소의 종류, 크기, 형태, 분포, 양에 의해 주로 결정된다. 재료의 미세조직 형태는 주조의 응고 상태에 의해 대부분 결정되며, 이러한 주조기술의 이론적 메커니즘을 고려할 때 용탕(금속의 녹은 쇳물)의 주조온도, 주입온도, 유동성 등의 주조 조건은 작품 완성을 좌우하는 매우 중요한 요소임이 틀림없다.
따라서 백동연죽의 전통 주조방식을 통한 작품 완성은 가히 놀라울 따름이다. 백동연죽을 만들기 위해 금속을 녹이는 용해 작업은 전통방식 그대로다. 풍구(불을 피울 때 바람을 일으키는 기구)와 숯을 이용한 작은 가마의 용탕 온도는 기계적인 용광로 못지않다. 백동연죽 제작 시 니켈의 용해온도는 1600℃이지만 용해된 쇳물을 거푸집까지 이동하여 주입해야 하는 아주 짧은 시간에 용해 금속의 온도가 급격히 떨어지기 때문에 이를 고려하여 주조 온도는 약 1900℃까지 확보되어야 한다. 이를 담보하기 위해서는 숯의 화력과 더불어 산소를 발생시키는 풍구가 필요하다. 풍구에서 발생한 산소는 숯 온도의 최대 점을 배가시켜 백동연죽 제작을 위한 용해온도를 확보할 수 있다.
백동연죽장의 무형문화재로서 가치
유네스코는 ‘무형문화재란 살아있고 계속해서 생산되며 개인과 사회를 대표하면서 문화적 창의력과 영속성을 근간으로 한다’고 정의했다. 또한, 2001년에는 무형문화재를 ‘사람들에 의해 개발되고 개정되는 지식, 기술, 창의성 등의 습득 과정이자 사람들이 만드는 무형문화재 산물과 생존에 필요한 자연적, 사회적 맥락에서의 자원·공간 그리고 기타 면모들’이라고 넓은 의미를 부여하기도 했다.
무형문화재는 모든 전통적 형태로서, 한 문화의 핵심적인 요소이자 지역사회로부터 유래된 전통에 기초하고 있는 보존할 만한 것들이다. 이러한 무형의 문화재들은 대체로 구전 혹은 실제 기술로서 직접 전수된다. 그리고 시대를 거치면서 그 제작과정이 추가되거나 삭제되는 등 변화한다.
물론, 현재 전승을 통한 무형문화의 재현을 가장 중요하게 간주하고 있으나 위에서 살펴본 바와 같이 부분적으로는 제작자의 개성과 시대적인 사조, 지역의 특징 등이 반영될 수 있다. 남원의 백동연죽은 전통 기술 그대로 담뱃대 제작의 맥을 이어오고 있으며, 더불어 시대적 요인이 적절히 구현되는 실험적 접근을 하고 있다. 현대적 문화 환경과의 조화, 고유의 독창성 강화, 한국 전통문화, 미적 가치 추구 등이 그 시도이다. 이는 유네스코에서 정의한 무형문화재의 의미에 부합하는 전통 무형문화재의 가치 창출이라 할 수 있다.
글+사진‧임옥수(전주대학교 디자인학부 교수)
출처:월간 문화재사랑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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