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 경주뿐 아니라 여러 곳에서 유적지를 테마파크 만드는 것으로 이해하는 움직임이 있어요. 문화유산을 보러 오는 사람들 눈을 만족시키려는 것을 '문화재 활용'이라고 생각해선 곤란합니다. 문화유산은 한 시기를 살았던 사람들의 흔적과 역사인데 테마파크와 혼동하는 현실이 안타깝습니다."
이상해(68·성균관대 명예교수·사진) 문화재위원장은 30일 전화 인터뷰에서 현재 진행 중인 신라 왕경 핵심 유적 정비·복원사업에 대한 우려를 나타냈다. 그는 "'신라 왕경 핵심 유적 정비·복원사업'이라는 이름부터 잘못됐다. 유적을 어떻게 보호·관리할 것인가가 우선이 돼야 하고 연구·고증하는 가운데 복원 대상이 뭔지를 가려내야 하는데 '복원·정비'만 들고나온 것부터 굉장히 서두르는 것"이라고 했다.
"경주는 처음부터 거시적 측면에서의 장기 계획 없이 점과 점처럼 그때그때 필요한 곳을 파헤치는 형식으로 진행돼 왔어요. 과거의 모습이 어느 정도 파악됐을 때 어떻게 보존할 것인가 하는 연구 과정을 거쳐서 어떤 곳은 유구(遺構·옛 건축물의 자취) 그대로 보존하고, 어떤 곳은 일부 복원을 할지 여부를 큰 그림을 세워 판단하고 진행해야 합니다."
그는 "월정교가 현재 진행 중인 8대 사업 중 제일 처음 눈으로 확인된 사례인데 주변 경관보다 크고 어색한 건 사실"이라며 "첫 단추가 잘못 끼워졌다는 걸 아는 순간 여기서 멈춰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국건축역사학회장과 국제기념물유적협의회 한국위원장을 지낸 그는 문화재위원회 세계유산분과위원장도 맡고 있다. 그는 "유네스코 세계유산은 등재할 때의 모습 그대로 보존하는 것이 원칙이다. 경주역사유적지구도 지난 2000년 세계유산으로 등재할 때의 모습으로 보존하는 것이 원칙"이라며 "황룡사 터는 터 자체가 세계유산에 등재된 건데 건물이 세워진다면 '변형'된 걸로 세계유산위원 회에 보고해서 유네스코 세계유산위원회 심의를 거쳐야 한다. 등재된 대로 관리되지 않으면 최악의 경우 세계유산에서 해제될 수도 있다"고 경고했다.
이 위원장은 "문화재는 현 세대만의 것이 아니다. 우리가 지금 향유하고 있지만 다음 세대에 잘 전해줘야 할 의무가 있다"며 "문화재 복원이나 정비를 우리 세대에 다 끝내야 한다는 생각은 굉장히 위험하다"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