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뉴스투데이 광주전남취재본부 송덕만 기자]전남 고흥군(군수 박병종)이 윤봉길 의사가 작성했다는 '친필' 글귀 구입을 두고 가짜 논란이 일고 있다.

서울 양재동의 윤봉길의사기념관에 걸려 있는 장부출가생불환(丈夫出家生不還) 윤 의사 친필 액자. 윤 의사 생전의 친필을 모아 만들었다. ⓒ 출처 고흥뉴스

4일 고흥군과 <고흥뉴스>에 따르면 2015년 11월 고흥군이 윤봉길 의사 친필 글귀인 장부출가생불환(丈夫出家生不還)를 사들였다는 것.

장부출가생불환(丈夫出家生不還) “대장부는 집을 나가 뜻을 이루지 못하면 살아 돌아오지 않는다”는 뜻이다.

일제 강점기 윤봉길 의사가 중국 망명길에 오르면서 독립운동에 몸 바칠 각오로 자신에게 다짐했다는 글귀로 많이 알려져 있다.

서울 양재동의 윤봉길의사기념관 전시실에도 이 글귀가 걸려 있다. 지난해 '丈夫出家生不還' 이 글귀가 85년의 세월을 넘어 고흥에 ‘윤봉길 의사 친필’로 구입하면서 이 소식을 전해들은 윤 의사의 친족과 윤봉길의사기념사업회 관계자들은 펄쩍 뛰며 ‘위작’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윤 의사의 친조카인 윤주(매헌윤봉길의사기념사업회 부회장)씨는 “丈夫出家生不還” 이 글귀는 윤 의사의 정신을 기리기 위해 유족과 기념사업회 관계자들이 윤 의사의 친필을 집자(集字)해 만든 것이다"며 "윤 의사가 생전에 남긴 친필을 한 자 한 자 모아서 만들었다"며 언론에 기고한바 있다.

당시 윤주 부회장은 지난해 12월 한 언론매체에 기고한 글을 통해 "윤 의사 친필 위작이 시중에 10여점 나돌고 있다"며 "그중 일부는 상당한 수준의 서예가가 글씨체를 모방해 만들었다"고 상기시켰다.

윤 부회장은 "위작 소지자들은 그 글씨들이 윤 의사 고향인근 고물상, 중국 그리고 일본에서 나온 것처럼 출처를 제시했다"며 "위작 3점을 소지한 사람은 필자에게 필적 감정을 부탁하며 진품이라고 고증해 주면 1점을 준다고 회유하기도 했다"고 밝혔다.

이어 "또 한번은 중앙 일간지 기자가 윤 의사 글씨를 보도하기 위해 필자 사무실로 찾아온 적도 있다. 가까스로 보도 직전에 간신히 막았다"며 "친필의 진위는 쉽게 판별할 수 있다. 그러나 그 방법은 밝히지 않는다. 이를 밝히면 진위를 판별할 수 없을 만큼 정교하게 모방한 위작이 만들어지기 때문이다"고 설명했다.

고흥군이 5억원에 매입한 윤 의사의 '친필'. 기념사업회 관계자들은 위작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출처 고흥뉴스

윤 부회장은 "전남 고흥군은 ‘장부출가 생불환’이란 위작을 진품으로 알고 구입한 것으로 알고 있다"며 "위작의 유통을 경계해야 하며 위작에 현혹되는 일이 없어야 한다"고 한 매체에 밝혔다.

특히 윤봉길 의사는 조국독립에 몸 바칠 큰 뜻을 세우고 1930년 3월 6일 집을 떠나 중국 상하이로 망명했다. 윤 의사는 일제가 1932년 1월 28일 상해를 침공하자 2월 동생 남의에게 편지를 보냈다.

이 편지에서 윤 의사는 “상해사변을 간략히 기술하고 집을 떠날 때 각오한 장부출가생불환, 그 결심을 이번에 실행한다. 너에게 부탁하니 부모님을 공양하라. 효가 나라사랑의 근본이다”고 출가당시의 결심과 거사를 암시했다. 동생 남의는 부모와 상의해 편지를 소각했고 현재 그 봉투만 남아 있다.

여기에 윤봉길의사기념사업회 모 상임이사도 고흥군이 매입한 윤 의사의 친필에 대해 묻자 “그 친필은 존재하지 않는다. 가짜다”고 단언했다.

이런 가운데 고흥군은 윤 의사의 ‘친필’을 어떻게 믿고 매입했을까?

고흥군 문화관광과 임정모 계장은 “전문가의 감정을 통해 친필임을 검증 받았다"며 "기념사업회 관계자들에게 전화해 감정을 수차례 요청했지만 묵살당했다"며 "이분들에 대응이 진정 윤봉길 정신인지 묻고 싶다"고 주장했다.

그러면 윤봉길 의사의 글귀를 ‘친필’로 감정한 전문가는 누구일까요? 고흥군 관계자는 “감정을 위해 문화재 관련 단체에 용역을 주어 선정된 전문가들로 구성됐다”고만 할 뿐 “감정 전문가들의 명예가 훼손될 우려가 있어 이름을 밝히기 곤란하다”고 해명했다.

도대체 감정 전문가의 이름도 공개하지 못하면서 의혹이 꼬리를 물고 있는 가운데 고흥군은 윤 의사 글귀에 대해 진위 논란이 일자 이전에 감정한 전문가들에게 다시 재조사를 의뢰한 것으로 알려졌다. 부정 의혹이 있는 심판에게 다시 심판하라고 하는 격이다.

한편 이 ‘친필’의 소장자는 누구일까? 놀랍게도 진위 논란이 계속되고 있는 중국황실도자기 소장자와 동일 인물인 민종기 전 화순부군수로 알려졌다.

임 계장은 "고흥군은 지난해 11월 민 전 부군수에게서 김구, 윤봉길, 안중근, 한용운 등 애국지사의 친필과 족자 10점을 감정가 20억 원이었지만 10억에 매입했다"며 "그 중 윤봉길 의사의 ‘친필’ 매입가격은 5억원에 이른다"고 밝혔다. 

위작 논란에 대해 임 계장은 "광주 남구청으로 갈 것을 고흥군이 매입했다"며 "구입당시 윤봉길 기념사업회에 매매계약을 체결하기 위해 여러번 요청했지만, 거절당했다"며 기념사업회에 불만을 토로했다.

한편, 중국도자기에 이어 윤봉길 의사 친필 진위가 최대 이슈로 떠오른 가운데 가짜로 밝혀질 경우 고흥군이 전국적인 망신을 당할 위기에 처했다.

 

 

 

 출처:이슈투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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