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1년 12월 6일, 일본 궁내청(宮內廳) 서릉부(書陵部)에 소장되어 있던 우리나라 고도서 150종 1,205책이 국내로 환수되었다. 이는 2010년 11월에 제18차 APEC 정상회의에서 前 이명박 대통령과 칸 나오토 일본 총리가 합의하고 양국 외무장관이 서명한 ‘도서에 관한 대한민국 정부와 일본국 정부 간의 협정’에 의거한 조치였다.

궁내청 소장 한국 고도서는 1998~2000년 해외전적조사연구회의 조사를 통해 그 존재가 알려지면서 국내 학계의 주목을 받기 시작했다. 그리고 2006년 9월 민간단체를 중심으로 ‘조선왕조 의궤 환수위원회’가 발족하여 궁내청 소장 의궤의 환수 운동이 추진되었다.

한국 정부도 2009년 5월부터 외교부, 문화재청 등 관계 부처가 긴밀히 협력하며 의궤를 비롯한 궁내청 소장 한국 도서의 반환 문제를 검토하였다. 이러한 노력의 결과로 2010년 8월 일본 칸 나오토 총리는 ‘일본이 통치하던 기간에 조선총독부를 경유해 반출돼서 일본 정부가 보관하고 있는 도서’의 반환 의사를 밝혔고, 이것이 양국 정상의 반환 합의로 이어지게 되었다.

환수된 한국 고도서는 반출 과정을 기준으로 볼 때, 크게 두 부류로 나누어진다. 하나는 조선총독부에서 ‘기증’ 형식으로 반출한 도서들이고, 다른 하나는 이토 히로부미가 대출 형식으로 가져간 책들이다.

조선총독부가 반출한 조선왕실 의궤(儀軌)

환수 도서들 중에서 ‘조선총독부기증(朝鮮總督府寄贈)’이라는 인장이 찍혀 있는 책은 의궤(儀軌) 80종 163책과 『증보문헌비고(增補文獻備考)』(2종 99책), 『대전회통(大典會通)』(1책) 등인데, 특히 주목되는 것은 의궤이다. 이 의궤들은 1910년 이후 조선총독부에서 관리하던 ‘규장각도서’의 일부로서, 1922년 5월에 조선총독부가 일본 궁내성(宮內省: 현재의 궁내청)에 기증하는 형식으로 반출되었다.

당시 의궤 반출은 궁내성의 요청으로 추진되었다. 1920년 9월 궁내청에서는 조선총독부에 공문을 보내 조선총독부에서 관리하는 고종·순종대 의궤 중 4부 이상 있는 것들을 1부씩 무상 양도해 줄 것을 요청했다. 궁내성에서 의궤 양도를 요청한 것은 ‘이왕공족실록(李王公族實錄)’ 편찬의 자료로 사용하기 위해서였다. 1910년 조선을 강제 병합한 일본은 조선왕실을 ‘이왕공가(李王公家)’, 고종을 ‘이태왕(李太王)’, 순종을 ‘이왕(李王)’으로 명명하고 ‘이왕직(李王職)’을 설치하여 왕실 사무를 담당하게 했다. 그리고 1919년부터 고종대 이후 조선왕실의 기록을 정리한 ‘이왕공족실록’ 편찬을 추진했는데, 이 임무를 담당한 곳이 바로 일본 왕가(王家)의 기록물을 관리하던 궁내성 도서료(圖書寮: 지금의 서릉부)였다.

조선왕실의 역사를 정리하는 데 있어서 왕실의 각종 행사 내역이 상세하게 기록된 의궤는 필수 자료였다. 이에 궁내성에서는 ‘이왕공족실록’ 편찬 초기부터 의궤를 중요 자료로 이용하였다. 당초 궁내성에서는 필요한 의궤를 조선총독부에서 대여하여 필사한 다음, 원본은 반납하고 사본(寫本)을 이용하였다. 그런데 의궤 내용을 일일이 필사하는데 물력과 시간이 많이 소요되자, 방법을 바꿔서 조선총독부에 고종·순종대 편찬 의궤의 무상 양도를 요청한 것이다. 다만 의궤는 조선총독부에서도 조선 통치를 위한 각종 제도 연구에 중요하게 이용되었으므로, 유일본은 제외하고 여러 건 소장되어 있는 의궤들만 양도 대상으로 삼았다. 이러한 요청에 따라 조선총독부에서는 소장 의궤를 검토하여 최종적으로 80종 163책을 선별해서 1922년 5월 29일에 궁내성으로 반출하였다.

이토 히로부미가 반출한 고도서

2011년에 환수된 궁내청 한국 고도서 중 66종 938책은 이토 히로부미가 반출한 책들이다. 이토 히로부미는 조선 통감으로 재직하던 1906년에서 1909년 사이에 고도서 77종 1,028책을 ‘대출’ 방식을 통해 일본으로 가져갔다. 이 책들은 이토 히로부미 사망 후 궁내성 도서료에서 보관해 왔으며, 이 중 11종 90책은 1965년 한입협정 때 반환되었고 그 나머지 책들이 2011년에 국내로 돌아온 것이다.

이토 히로부미의 반출 도서는 다시 두 부류로 나누어지는데, 하나는 원래 규장각도서에 속했던 책들로 33종 563책이며, 다른 하나는 통감부에서 수집한 책들로 33종 375책이다. 이 중 6종 28책은 국내에 없는 유일본으로 연구 자료 및 문화재로서의 가치가 큰 것으로 평가받고 있다. 또, 일부 자료들은 국내 소장본과 다른 판본이거나 국내에는 완질이 아닌 일부만 소장되어 있는 경우도 있다. 예를 들어, ‘영남인물고(嶺南人物考)’는 2011년에 환수된 7책과 기존에 규장각에 소장된 10책이 합해져야 완질이 이루어진다.

1911년 5월에 궁내성에서는 조선총독부에 공문을 보내 이토 히로부미의 ‘대출’ 도서를 완전히 양도해 달라고 요청하였다. 당시 궁내성은 양도 요청의 이유를 두 가지로 제시했는데, 첫째는 이왕공족실록 편찬의 참고자료가 된다는 점이고, 둘째는 일본 제실도서에 없는 책들을 보완할 수 있다는 점이었다. 이에 조선총독부는 24종 200책은 양도할 수 있지만 그 나머지는 조선총독부에도 필요한 서적이므로 반환해 줄 수 없다고 해서, 결국 반출된 지 100년이 넘은 2011년에야 국내로 돌아오게 되었다.

2011년 12월 일본 궁내청에서 환수된 한국 고도서들은 현재 국립 고궁박물관에 소장되어 있으며, 특별전시회 등을 통해 일반 대중들에게 공개되었다. 소중한 우리의 기록유산을 되찾아온 지금, 우리 앞에는 환수된 기록물을 이전보다 더 완벽하게 보존·관리 하며, 또 그 기록들을 이용한 다방면의 연구를 통해 우리 역사와 문화에 대한 이해를 풍부히 해야 하는 과제가 주어져 있다. 이러한 과제를 잘 수행했을 때 환수된 고도서들의 가치는 더욱 높아질 것이며, 또 아직도 많이 남아있는 해외 유출 문화재들을 되찾아오는 데에도 밑거름이 될 것이라고 생각한다.

글‧강문식(서울대학교 규장각한국학연구원)

출처:월간 문화재사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