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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곳 조강 강가에 조강나루가 있다. 조강나루(祖江津, 祖江渡, 祖江浦라 부르기도 함)가 있는 월곶면 조강리에는 6·25한국전쟁으로 물길이 막히기 전에는 100여 호가 밀집해 사는 큰 마을이 있었고 한강하구의 수운과 물류의 중심지로 지역경제의 큰 버팀목 역할을 했었다. 그러나 지금 옛 조강의 모습이나 자취는 간 데 없다.
옛 고려시대의 조강나루는 개경(開京·松都)과 통하는 아주 중요한 수운과 물류의 중심지였고, 조선조에는 전라, 충청, 경상도 등 삼남지방의 세곡(稅穀)을 실은 수많은 조세운반선들이 서해를 지나 염하를 거쳐 한강을 거슬러 한양으로 올라가려면, 한강하구의 조강나루에 머물면서 물때를 맞추어야만 운항할 수 있었다. 이러한 특수한 지리적 환경과 입지 때문에 여기에는 조강원(祖江院)이라는 관영숙박업소도 있었다. 이 한 가지만 보아도 얼마나 많은 사람들과 배들이 왕래하였는지 옛 조강의 명성을 가늠할 수 있다.
조강은 조수의 영향을 가장 많이 받는 곳으로 밀물 때는 강물의 높이가 10m 이상 불어나고 썰물 때에는 봇물을 터놓은 듯 물살이 빠르다. 따라서 한강을 오르내리던 강선(江船)이나 조선(漕船)들은 물이 밀려들 때에는 한강을 거슬러 오르고, 밀려 내려올 때에는 바다를 향해 나갔다. 그래서 조금과 사리의 물때를 잘 모르고는 배를 안전하게 운행하기 힘들었고 조난의 위험을 감수해야만 했다.
이 위험을 토정(土亭) 이지함(1517년(중종12)~1578년(선조11))이 해결했다.
토정은 목은(牧隱) 이색의 후손으로 화담 서경덕에게 배웠고, 포천·아산현감을 지냈다. 이율곡의 벗으로 사후 이조판서에 추증되어 문강(文康)이라는 시호를 받은 사람으로 선조 조에 이인(異人)으로 알려져 있다. 기인 토정은 조강갯가에 움막을 짓고 생활하면서 조강에 수표(水標)를 세우고 달의 인력에 의해 하루 두 번 반복되는 조수간만의 차를 오랜 동안 측정하여 조강물참시각표(祖江潮汐時刻表)를 만들었다.
조강물참은 음력으로 매달 초하루에서 보름까지를 1주기로 하여 16일부터 그믐까지 되풀이된다는 것이다. 즉 조강의 조수는 1일에서 3일까지 3일간은 상오 5시에서 7시 사이(卯時:토끼)에 들고, 4일에서 6일까지 3일간은 7시에서 9시 사이(辰時:용)에, 7일에서 9일까지 3일간은 9시에서 11시 까지(巳時:뱀), 10일 하루는 11시에서 하오 1시 사이(午時:말)에, 11일에서 13일까지 3일간은 하오 1시에서 3시까지(未時:양)에, 14일에서 15일까지 2일간은 3시에서 5시까지 사이(申時:원숭이·잔나비)에 어김없이 밀물이 들어온다는 것이다. 이 시각을 사공들이 쉽게 외울 수 있도록 토정은 조강물참을 ‘축일조석시(逐日潮汐詩)’에 담아서 사공들이 즐겨 부르도록 했다. ‘삼토삼용수(三兎三龍水), 삼사일마시(三蛇一馬嘶), 양삼원역이(羊三猿亦二), 월흑복여사(月黑復如斯)’ 사흘은 토끼 때 /사흘은 용 때 /사흘은 뱀 때 /하루는 말 때이며/양 때도 세 번 잔나비 때도 두 번인데/달이 기운 후에도 이와 같다. 이 조강물참시각표가 제정되고 난 후 사공들은 마음 놓고 배를 운행할 수 있었고 안전한 조운으로 개인은 물론 국익과 인류에 큰 도움을 주었다.
이 얼마나 과학적이고 문화적이며 시적인가! 우주의 섭리를 꿰뚫어 보는 토정의 과학적인 두뇌와 기지에 새삼 감탄하지 않을 수 없다. 후일 영국, 미국, 불란서 해군이 이 조강물참시각표를 군사작전에 이용하였다고 하니 토정의 이 발견은 서구 선진국을 훨씬 앞선 것이 분명하다. 이와 같이 ‘조강물참’은 기전문화권(畿甸文化圈)만이 지닌 향토적 정체성이기 때문에 경기도는 보다 더 학문적인 조사를 거처 이를 무형문화재로 지정하여 기리 보존하는 것이 마땅하다고 생각한다. 오늘도 우리는 토정 이지함의 조강물참시각표을 표준으로 하여 제작한 달력을 쓰고 있지 않은가? 그리고 이 기회에 옛 조강나루터에 조강물참시각표를 기념물로 만들어 세울 것도 더불어 제안한다. 아마도 ‘평화누리길’이 한결 의미를 더 할 것이다.
류지만 경기향토문화연구소 연구위원
출처:중부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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