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은 수없이 많은 계절이 바뀌면서 흘러온 시간만큼이나 세월을 견뎌온 역사의 흔적이 거리 곳곳마다 고스란히 남아있는 지역이 많다. 특히, 중구는 120여년이란 세월이 빚어낸 과거의 역사와 21세기 현재가 살아 숨 쉬며 조화롭게 공존하는 곳이다. ‘최초’의 의미를 담은 근대유적지를 비롯해 우리나라 근대사의 한 페이지를 장식하는 문화유적을 쉽게 만날 수 있는 이곳은 지역 자체가 곧 박물관과도 같다. 다시 피어난 인천의 가치를 근대건축물의 향기를 따라 두 발로 만나는 ‘타박타박 인천’여행에 동행했다.
근대와 현대를 문화로 잇다
우리나라 최초의 감리교회인 내리교회와 우리나라 최초의 서구식근대공원인 자유공원 그리고 짜장면, 쫄면 등 최초의 문화 발상지인 중구에는 1890년대 세워진 건물로 추정되는 일본식 건축물 찻집이 있다. ‘카페 팟알’이다. 이곳은 인천개항지문화지구에서는 최초 등록문화재로 일본계 용역회사 야마토쿠미 사무소였던 곳으로 5년 전 개인이 건물을 매입해 원형을 그대로 보존한 상태로 수리를 해서 카페로 운영하고 있다.
“다다미방이 아직도 있네~! 여기서 차를 마실 수 있어서 너무 좋네요. 그 옛날 건축물이 그대로 있다는 게 그저 신기하네요!” 방문객들은 2층에 마련된 문화공간을 구석구석 둘러보며 100여 년 전 과거로 돌아간 듯 설레는 표정들이다.
일제 강점기 때 화물운송에 관한 일을 했던 상점으로 해방 후에 동방운수주식회사 인천지점과 창고로 사용되었던 ‘인천아트플랫폼’. 때마침 펼쳐진 흥겨운 거리공연을 보면서 일행들은 다음 코스로 이동한다.
1892년 무역회사였던 하야시 상점 사무소와 창고건물 및 1941년 용역회사 아사히쿠미 사무소와 창고건물은 2013년 리모델링을 마치고 ‘한국근대문학관’으로 새롭게 태어났다.
“우리나라를 대표할 수 있는 한국근대문학관이 인천에 있어서 너무 자랑스럽다.”고 말하는 방문객은 전시장을 비롯해 문학관의 내부를 꼼꼼하게 살피며 흐뭇해한다.
중구 신포로31번 길 38. 지난 1월 문을 연 ‘관동갤러리’가 있는 곳이다. 관동은 개항기 때 일본사람들이 많이 살던 지역으로 길을 따라 걷다보면 일본식 목조 가옥을 쉽게 만날 수 있다. 갤러리는 관장인 일본인 아내와 사진작가인 남편이 뜻을 모아 건축물이 품고 있는 깊은 역사를 후손에게 물려주고 싶은 마음을 담았다. 그래서 어렵게 건축물의 원형을 그대로 유지하며 어렵게 복구했다.
“사람들과 함께 공유할 수 있는 공간으로 활용하고 싶어서 갤러리를 만들었습니다.”주인장의 말이다. 현재 이곳은 옛날 주택의 모습을 사진으로 감상할 수 있는 사진전이 열리고 있다. (7월3일까지. 금.토.일요일 10시~18시)
방문객들은 90년 전 지어진 건물의 1층과 2층을 둘러보면서 건물이 지닌 역사와 보강개조공사 및 일본식 주택의 특징 등을 보고 들으며 과거와 현재의 역사를 눈으로 느낀다.
싸리재와 배다리, 문물통로에서 문화 지구로
‘싸리재고개’의 역사는 점점 희미해지고 있다. 흔적들이 하나 둘 자취를 감춘다. 한창 잘 나가던 시절에는 거리에 내걸린 간판만으로도 싸리재임을 알 수 있었다. 하지만 언젠가부터 찾아볼 수 없는 지명이 되었다.
한때 배다리 철교를 지나 신포동을 이어주는 경동거리를 ‘싸리재’라고 불렀다. 인천이 개항장으로 활성화되면서 인천 최초의 항도 백화점, 포목점, 잡화점 등 다양한 상점들이 생겼고 그 시기에 서구 문물이 들어오는 통로 역할을 했다.
그 뒤안길에서 흐르는 그리움들을 커피에 담았다. 소화5년 1930년 지어진 개량형 한옥 ‘카페 싸리재’이다. 문밖에는 ‘싸리재’와 ‘경기의료기’라는 간판글씨가 또렷하게 보인다. 이곳은 골격인 뼈대와 흙벽을 그대로 보존하고 대문, 창문, 문틀, 벽돌 등 대부분을 재활용해서 리모델링한 문화공간이다.
주방 뒤 열린 문 사이로 보이는 안채는 어릴 적 뛰놀던 앞마당처럼 정겨움이 뭉개 뭉개 피어나게 한다. 바로 방문객들의 발걸음이 멈추는 곳이다. 어릴 적 흑백시절의 풍경이 되살아나기 때문일까? 작은 마당에서 사람들은 추억을 그린다.
카페 내부는 역사의 흔적들이 고스란히 느껴진다. 낡은 옛 대문을 눕혀놓은 탁자의 울림에 문고리가 풍경처럼 살짝 흔들린다. ‘어떻게 이렇게 그대로 유지했을까?’ 말없이 둘러보는 방문객들의 눈빛이 대신 말하는 듯하다.
배다리는 인천에서 태어나고 자란 어른들에게 학창시절의 옛 향수를 떠 올리게 하는 곳이다. 헌책방거리가 있는 배다리는 인천을 대표할 수 있는 소박함이 아직은 그대로 남아 있는 곳이기도 하다.
배다리 ‘스페이스 빔’은 ‘인천양조 주식회사’가 있던 건물을 활용한 문화공간이다. 인천 막걸리인 소성주가 시작된 곳으로 1927년부터 1996년까지 사용했다. 2007년부터 문화공간으로 재활용하고 있다.
김광수 씨(75, 남동구 간석동)는 “인천에서 오래 살았지만 미처 몰랐던 곳을 둘러보면서 과거의 역사와 현재가 잘 어우러져있는 느낌을 받았습니다. 잘 보존하고 유지하면서 새로운 문화를 만들어 가는 모습이 인상적이었어요. 날씨가 더워서 힘들었지만 의미 있는 답사를 할 수 있어서 좋았습니다.”라며 답사 소감을 말했다.
“맞아요. 무조건 허물고 다시 지을게 아니라 잘 복원하고 보존해서 활용했으면 좋겠어요. 역사가 있는 건물들이 새롭게 사용되는 것을 보니까 사람들의 숨은 노력도 느껴지고 인천사람으로서 자부심도 생깁니다. 더운 날씨지만 색다른 인천을 보면서 희망 있는 미래를 생각했습니다.” 구건서 씨(69, 부평구 부개동)는 이마의 땀을 닦으며 활짝 웃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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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천 양조회사가 있던 자리에 들어선 문화공간 '스페이스 빔'
요즘은 높고 크고 빠르고 첨단적인 것만을 발전이라고 여긴다. 하지만 오랜 역사와 함께 아름다움을 간직한 거리에서 건축물들을 돌아보며 인천의 가치와 창조가 새롭게 꽃피는 답사를 마쳤다.
인천시립박물관에서 운영하는 인천답사 프로그램‘타박타박 인천’은 오는 9월에 진행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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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영희 I-View기자 pyh606101@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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