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필(御筆) 현판, 나무에 새긴 임금님의 큰 글씨’ 전시회가 열린다. 문화재청 국립고궁박물관이 조선 시대 국왕의 친필이 담긴 현판을 3~22일 국립고궁박물관 2층에서 선보인다.
국립고궁박물관이 소장한 제14대 국왕 선조, 16대 인조, 19대 숙종, 21대 영조, 22대 정조, 23대 순조, 24대 헌종, 25대 철종, 26대 고종 등 아홉 임금의 친필을 새겨 만든 현판 15점이 공개된다.
왕의 친필로 만든 현판에는 대개 ‘御筆’이라고 새겨 넣어 누구든 그것이 국왕의 글씨임을 알게 했다. 어필을 보호하기 위해 현판에 문을 달거나 비단으로 씌우기도 했다.
조선 왕실에는 서예 실력이 뛰어난 왕들이 여럿 있었다. 임진왜란 당시 파병을 온 명나라 장수에게서 글씨를 요청받았다는 선조의 필체는 유려하다. 창덕궁 후원 영화당에 걸었던 ‘간취천심수(看取淺深愁)’ 현판이 전시된다. ‘내 마음의 근심은 가늠하기 어렵다’는 뜻이다.
숙종은 조선 후기 임금 가운데 가장 글씨를 잘 쓴 것으로 평가받는다. 경희궁 용비루에 걸었던 ‘교월여촉(皎月如燭)’, 즉 ‘달이 촛불처럼 밝다’는 의미의 현판은 살아 움직이는 듯 생동감 넘치는 숙종의 글씨를 잘 드러낸다.
영조는 어필 현판을 많이 제작케 하고 형태와 제작 방식에까지 관심을 기울였다. 어필 현판이 통치자로서 국왕의 권력과 존재감을 가시적으로 보여 주는 상징물이기도 했기 때문이다. 이번 전시에 나온 영조 어필 ‘건구고궁(乾九古宮)’ 현 판은 영조가 왕위에 오르기 전 기거한 창의궁 양성헌에 걸었던 것이다. 국립고궁박물관 최종덕 관장은 “조선 국왕의 어필 현판이라는 특색있는 소재를 통해 통치자라는 통상적 이미지 뒤에 가려져 있던 조선 시대 군주들의 예술가적 잠재력을 확인하는 동시에 국왕의 권위를 드러내는 수단이기도 했던 어필 현판의 상징적 기능을 새롭게 인식하는 기회가 될 것”이라고 밝혔다
출처:조선일보
http://news.chosun.com/site/data/html_dir/2016/05/03/2016050301962.html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