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은 대한민국 근현대사의 맨 앞에서 가장 치열하게 통과했다. 1883년 은둔의 조선이 세상을 향해 문을 연 개항의 현장이자, 60여년 뒤 터진 한국전쟁(6․25 전쟁)에서 반전의 계기가 된 상륙작전이 펼쳐진 곳이다. 그리고 다시 66여 년이 흘렀다. 그러나 한국전쟁은 종전이 아닌 휴전중이다. 곳곳에 남아있는 그날의 함성을 따라갔다.
맥아더가 살아있는 자유공원
“노병(老兵)은 결코 죽지 않는다. 다만 사라질 뿐이다.”
유엔군 총사령관인 맥아더(MacArthur,D.S.) 장군은 한국전쟁의 영웅답게 이 말을 남겼고 자신의 말대로 ‘죽지 않았다’. 오늘도 인천 자유공원 정상에 우뚝 서서 상륙작전이 펼쳐진 인천 앞바다를 바라보고 있다. 자유공원은 인천항 개항 당시 만국공원으로 불린 대한민국 최초의 근대식 공원이다. 자유공원으로 이름이 바뀌게 된 것도 1957년 맥아더의 동상을 세우면서부터다. 이곳에는 또한 한국과 미국이 1882년 체결한 한미수호통상조약 100주년을 기념해 1982년 세운 한미수교 100주년 기념탑이 하늘을 찌르듯이 솟구쳐 있다. 자유공원은 자유의 나라 미국과 인연이 깊은 곳이다.
맥아더 동상 뒤로 조금만 내려가면 인천상륙작전 이후 조국을 지키고자 나선 학도의용대를 기리는 기념탑이 있다. 3천여 명의 남녀학생들로 조직된 학도의용대 중 200여 명이 전장의 이슬로 사라졌다.
인천상륙작전 표지석, 그린(Green)-레드(Red)-블루(Blue) 비치
한편 총사령관 맥아더는 미합동참모본부 수뇌들의 우려에도 불구하고 1950년 9월15일 오전에 월미도 일대 녹색해안(Green Beach) 상륙작전을 성공시키고, 이어 오후에는 인천항 북반의 적색해안(Red Beach)에, 남쪽의 청색해안(Blue Beach)에 각각 부대를 상륙시켰다.
유엔군은 북한군의 별다른 저항을 받지 않고 다음날 서울로 진격했다. ‘그린-레드-블루해안’의 상륙지점에는 기념비가 세워져 있다. 인천상륙작전의 흔적은 이렇게 몇 개의 기념비 정도만 남았지만 당시 빗발치는 포격과 승리를 위한 한미 해병대의 함성소리가 들릴 듯한 곳이 있다. 바로 인천상륙작전기념관이다. 두 개의 전시관에는 한국전쟁 당시 남․북한 무기와 각종 전쟁 유물을 비롯해 상륙작전의 과정을 한 눈에 볼 수 있는 디오라마, 영상실이 있다. 야외전시장에는 당시 수륙양용장갑차, 함포, 전투기 등 전쟁 당시의 각종 실제 무기들이 전시돼 있다. 인천상륙작전기념관을 관람하고 나면 인근에 있는 인천시립박물관에 들러 5천년 한반도의 역사를 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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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호국의 달을 맞아 인천상륙작전기념관을 둘러보고 있는 관광객 | |
“그들이 있었기에…” 수봉공원
인천의 문화권은 크게 세 지역으로 나뉘는데 자유공원 일대의 개항문화권과 계양산을 중심으로 한 부평 일대의 계양문화권, 그리고 문학산을 중심으로 한 문학문화권이다. 이중 문학문화권이 한 눈에 내려다보이는 수봉공원에는 또다른 한국전쟁이 남긴 흔적을 만날 수 있다. 이곳에는 현충탑과 인천지구전적기념비, 재일학도의용군 참전기념비 등 호국의 정신을 기리는 기념비가 있다.
특히 전쟁으로 남북 분단이 되면서 고향을 가지 못하는 실향민이 명절에 제사를 지내는 망배단이 있다. 20m 높이의 현충탑은 당시 전사한 379명의 장병을 추모하기 위해 세워진 것으로 인천지역의 주요 정치인들이 중요한 일정이나 임무를 수행할 때 참배하는 곳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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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호국의 달을 맞아 인천상륙작전기념관을 찾은 어린이들 | |
지금까지 걸어온 한국전쟁의 흔적 위에는 포성 대신 아이들의 웃음소리가, 화약냄새 대신 꽃향기 물씬 풍기는 평화로운 공원이 들어서 있다. 앞으로도 전쟁은 그렇게 흔적으로만 남아있어야 한다. 누군가 말했다. ‘평화로 가는 길은 없다, 평화가 곧 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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