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덕수궁
조선 수도 한성의 면적은 약 16 Km² 인데
한성 안에 왕이 살던 공간인 궁궐 5개와
죽은 왕을 모신 왕가 사당인 종묘가 1개 있다.
궁궐과 종묘의 면적을 보면 다음과 같다.
경복궁 433,000 m²
창덕궁 479,000 m²
창경궁 217,000 m²
경운궁 180,000 m²
경희궁 200,000 m²
종 묘 186,000 m²
왕의 궁궐과 종묘 총면적이 대략 1.7 Km²이니
왕의 집과 사당이 도성 전체 면적의 10%가 넘는다.
산과 개천과 관청 등 거주할 수 없는 지역을 뺀
거주 가능 지역만 보면 약 20% 정도가
살아있는 왕과 죽은 왕들의 거처인 셈이다.
이 것이 왕조 국가의 수도인 한성의 실태이다.
수도의 5대 궁궐 중 경운궁은 종묘보다 작은데
유일하게 왕이 거주하려 지은 궁궐이 아니었다.
본래 세조가 큰아들 의경세자가 일찍 죽자
그가 남긴 가족들을 위해 세워준 집으로
수빈 한씨와 월산군과 자산군의 거처였다.
예종이 죽고 자산군(성종)이 임금이 된 후에
어머니와 동생은 경복궁으로 들어가고
첫째 아들인 월산대군이 이 곳에 거주했다.
성종의 아들인 연산군이 왕이 된 후
월산대군 부인이 이 곳에서 목매 죽으면서
남동생 박원종이 반정을 일으킨 연유가 되기도 했다.
왜란때 하성군(선조)이 도성을 버리고 도망가자
성난 민심이 경복궁 등 왕의 거처를 모두 불태웠고
돌아와 살 곳이 없어진 그가 이곳을 거처로 삼았다.
주변 민가의 땅을 흡수해 경운궁으로 만들었으나
본래 경운궁 터는 태조 이성계의 후비이고
방번과 방석의 어머니인 신덕왕후의 능역(陵域)이었다.
태조가 죽은 왕비를 못 잊어 경복궁에서 가까운
이 곳에 능침을 마련하고 "정릉"이라 이름 짓고
수시로 찾으며 그 옆에 자신의 능침도 마련해 뒀었다.
정릉이 있던 자리가 정동 4번지 일대라고 하니
오늘날 덕수궁 옆 영국 대사관과 성공회관 자리이고
능역은 덕수초등학교와 서울시의회까지 펼쳐있었다.
태조는 죽은 아내를 위해 동쪽에 흥천사도 지었는데
불가를 배척하고 유가를 숭상하던 유림이
중종 때 불가의 절이 도성에 있다고 불태웠다 전한다.
태종 이방원은 아버지 태조 이성계가 죽은 후
계모 신덕왕후를 평민으로 강등하고
그녀의 능을 지금의 성북구 정릉으로 옮긴다.
정릉이 있던 동네라 "정릉동"이라 불리었고
"정동"이라는 현재 동네이름으로 이어지고 있다.
경운궁이 정궁으로 사용된 것은 10년도 안 되는데
광해군이 창덕궁을 중건한 후 그리로 옮기면서
주변의 땅을 원 주인들에게 돌려주었기 때문이다.
광해군은 이복동생 영창대군의 모친인 인목대비를
축소된 이 곳에 유폐시키고 "서궁"이라 불렀는데
광해군을 몰아낸 능양군이 이 곳에서 왕으로 즉위한다.
300년간 버려져 있던 경운궁이 조선조 말에
명성왕후가 경복궁에서 일본 낭인에 의해 살해되면서
역사 중심에 나서고 조선의 끝을 보는 비운을 겪는다.
고종이 정동에 있는 러시아 공관에 피신해 있다가
신변의 안전을 위해 주변에 여러 외국 공사관이 있는
러시아 공관 아래 경운궁을 정궁으로 사용한 것이다.
고종은 이 곳에서 대한제국을 선포하였으나
일제의 압력에 의해 퇴위된 후는
이 곳은 전황제가 거주하는 덕수궁으로 이름을 바꾼다.
태조가 이방원의 난으로 정종에게 왕위를 물려준 후
개성에 상왕으로 거주하던 궁의 이름이 덕수궁이니
왕위를 물려준 상왕의 장수를 기원하는 이름이다.
다만 조선의 첫 임금 태조와 조선의 끝을 보는 고종이
자신들의 의지를 거슬러 아들에게 왕위를 물려주고
거처하던 궁의 이름이 모두 덕수궁이니 참 얄궂다.
왕비였으나 죽은 후 강등되어 능이 파헤쳐진 신덕왕후
세자빈였다가 궁 밖으로 나와 살아야 했던 인수대비
왕비였다가 후궁으로 강등되어 유폐되어 살던 인목대비 등
왕가 여인들의 한이 유독이 많이 서린 곳이기도 하다.
어찌 여인들 뿐이랴!
동생 자산군이 왕이 된 후 월산대군이
목숨보전을 위해 몸을 사리고 숨죽이고 살던 곳이고
고종이 나라를 빼앗긴 한을 품고 떠난 곳이기도 하다.
궁이 지내온 세월이 참으로 파란만장이나
경운궁(慶運宮)의 본래 뜻은
경사스런 기운이 몰려있는 궁이라는 의미이다.
궁의 이름이 갖고 있는 뜻과 궁의 삶은 전혀 다르니
사람들이 좋은 이름으로 작명하려 하는 것이
얼마나 허망한지 경운궁이 일러주고 있는 셈이다.
어찌 보면 이 궁터는 땅의 삶만큼이나
그 위에 살던 이들의 삶의 굴곡이 유난히 많은 것 같다.
지금도 주변에 영국, 캐나다, 네델란드, 노르웨이 등
외국 대사관과 미국 대사관저가 위치해 있으니
이 곳에 거주하는 주인이 수시로 바뀌고 있는 곳이다.
덕수궁 돌담길을 연인이 함께 걸으면
반드시 헤어진다는 전설 같은 얘기도 회자되니
이 곳의 터에 얽힌 뒷얘기 또한 굴곡진 사연이 많다.
대법원과 가정법원이 강남으로 이전하기 전에
궁의 돌담길을 걸어 서울가정법원으로 갔기에
이 길을 걸으면 헤어진다는 말이 생겼다고 전한다.
고종은 이 곳에서 대한제국을 선포하고
제국의 법궁으로 정하면서 서방제국을 본 따
안에는 석조전을 짓고 바깥은 방사선 도로를 만든다.
서구문명을 받아들여 나라를 일으키고자 했으나
보여지는 형식만 갖추고 속은 비었으니
덕수궁은 제국의 끝날을 보는 현장 증인이 되었다.
일본이 찬탈한 후 조선 역사를 지우기 위해
크기를 반으로 줄이고 묘지에나 심는 잔디를 심고
미술관을 지어 공원으로 만든 게 지금까지 남아 있다.
그러나 덕수궁 바깥 고종이 만든 방사선 도로 주변은
오늘날 대한민국 수도 서울의 심장일 뿐만 아니라
대한민국의 금융과 서비스업의 중심이 되었다.
덕수궁의 파란만장한 삶의 굴곡이
궁터의 지세(地勢)나 지기(地氣)때문이라 말하겠지만
어찌 땅의 탓이랴 그 땅에 사는 사람이 원인일지니.
덕수궁의 부침을 살펴보면서
조선 역사의 부침을 만든 사람들의 삶 속으로
이제부터 들어가 보고자 한다.
사진 설명 :
1. 김홍도가 수도 한성을 그린 수선전도의
노란색 지역이 왕의 궁궐인데
경운궁은 이 당시 많이 축소되었다.
2. 덕수궁 주변 방사선 도로처럼
경제발전의 기가 사방으로 뻗쳐 나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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