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 새누리당을 비롯해 여야 원내 진출 정당들이 20대 총선 비례대표 명단 등을 발표하는 모습. 사진-뉴스1DB © News1 |
여야 정치권이 오는 4월13일 제20대 국회의원 선거의 비례대표 명단에 지난 19대와는 달리 문화예술계 인사를 단 한 명도 넣지 않아 비판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특히 정부의 주요 국정 기조에 '문화융성'이 포함돼 있는데도, 여당에서조차 문화예술계를 대변할 비례대표 인사가 없는 점은 문제가 있다는 지적이다.
25일 문화예술계에 따르면 여야 20대 총선의 비례대표 명단에 문화예술계 인사는 단 한 명도 포함되지 않았다. 특히 여야 모두 비례대표 앞 순위에 과학기술계 인사를 발탁했으며 당선가능권에 경제, 여성, 복지, 안보 등 분야의 인사들을 포진시켰다. 새누리당 비례대표 명단에 조훈현 프로바둑 기사 등 스포츠계 인사만 일부 포함됐을 뿐이다.
지난 19대 국회에서 여야 모두 문화예술계 인사를 비례대표에 포함한 것과는 대조적인 모습이다. 새누리당에선 문화정책을 담당했던 김장실 전 문화체육관광부 차관과 박창식 드라마제작사협회장을 비례대표로 발탁했고, 더불어민주당(당시 새정치민주연합)에선 도종환 시인을 뽑았다.
이로 인해 문학 연극 무용 등 분야를 가리지 않고 정치권의 문화예술에 관심을 두지 않는 행태를 꼬집는 목소리가 높다. 최원식 한국작가회의 이사장은 "비례대표에 문학예술인을 배려하지 않는 것은 현재 정치 수준을 상징한다고 본다"고 말했다. 또 정대경 한국연극협회 이사장은 "비례대표는 분야별 현장의 목소리를 국회에 전달하는 역할을 하는데, 문화예술계에서 비례대표가 아무도 없다는 것은 아쉬운 일"이라고 지적했다.
특히 여당에서조차 문화예술계 인사를 비례대표로 발탁하지 않은 점은 문제라는 비판도 나온다. 하철경 한국예술문화단체총연합회 회장은 "대통령께서 문화융성을 국정 기조로 삼고 열심히 일하고 계시는데 여당에서 엇박자를 내서 우려가 된다"며 "문화예술이라는 큰 틀에서 보면 상당히 아쉬운 상황"이라고 밝혔다.
김복희 한국무용협회 이사장도 "무용계를 잘 아는 창구가 없다는 것이 아쉽다"며 "'국회의원에게 개별적으로 찾아가는 단체로 지원금이 몰린다'는 소리가 떠도는 상황에서 순수하게 예술만 하는 사람들이 상처를 받고 있다"고 비판했다.
문정희 한국시인협회 대표는 "프랑스 파리에서 열리고 있는 도서전에 다녀왔는데, 프랑스 정부는 '문화의 힘은 책 속에 있다'는 의지와 정신을 실천으로 보여줬다"며 "비례대표에 여야 모두 문화예술인을 배정하지 않은 것은 한국사회가 갖고 있는 문화인식의 수준을 보여주는 것"이라고 꼬집었다.
19대 비례대표 당선 이후 이번 총선에서 충북 청주 흥덕구에 출마하는 도종환 의원은 "문화예술대표가 들어가야 한다고 생각하지만, 대표돼야 할 분야와 사람이 많아 여러 영역이 합쳐지면서 사정이 녹록지 않아 문화예술인 대표가 들어가지 못한 것 같다"고 말했다. 이동연 문화연대 집행위원장은 "정당별 총선 공약집을 살펴본 결과, 원내진출 정당 중에서 문화예술 정책을 발표한 정당은 정의당이 유일하다"고 했다.
박창욱 기자, 박정환 기자, 권영미 기자(cup@)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