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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진작가 김수남의 모습. © News1 |
"마누라는 1명인데, 장모님은 100명이나 된다." 2006년 57세로 타계한 사진작가 고 김수남을 지인들은 이렇게 설명했다. 동아일보 사진기자였던 그는 1970년대부터 "근대화 흐름 속에서 미신으로 치부되며 사라져 가는 사람들과 전통문화를 기록해야 한다"는 사명감에 한국의 굿을 찍었다.
굿은 매우 사적인 의식이다. '만신'으로 불리는 무당은 물론이고, 굿을 치르는 이들은 낯선 외부인을 극도로 꺼린다. 그 경계심은 김수남의 사람좋은 웃음 앞에 여지없이 녹아내렸다. 그는 친밀감을 형성하기 위해 주는 술마다 다 받아 마셨고, 굿판의 사람들을 웃는 그를 밀어내지 못했다. "장모님"하고 다가가 사진을 찍었다.
이런 노력이 쌓이며 그는 한국의 굿을 전통문화의 차원으로 끌어올렸다는 평가를 받았다. 방울과 부채 대신 카메라를 든 '사진 박수(남자 무당)'이라는 별칭도 얻었다. 그의 사진들은 '한국의 굿'이라는 20권의 사진집이 됐고, 이 책은 2005년 세계 최고의 '독일 프랑크푸르트 도서전'에서 세계에 소개되기도 했다. '한국의 굿'은 이후 굿을 연구하는 민속학자들에게 '성경'같은 책이 된다.
김수남은 한국의 굿을 거의 사진에 담았다고 여기자, 1985년 다니던 동아일보에 사표를 내고 프리랜서가 된다. 그때부터 시베리아에서부터 중국, 동남아시아까지 아시아 각 나라의 샤머니즘을 사진에 담았다. 그는 평소 "사진가는 현장에서 촬영하다 죽는 게 가장 행복한 것"이라고 했다.
그 말처럼 김수남은 2006년 2월 태국 치앙마이 오지에서 현지 샤머니즘을 촬영하다 뇌출혈로 세상을 떠났다. 정부는 그의 공로를 기려 옥관문화훈장을 추서했다. 이듬해 2007년 김수남의 1주기 서울 종로구 인사동에 전국의 만신들이 모였다. '아시아의 사진가' 이전에 '사진 박수'였던 그를 기리는 굿판을 벌이기 위해서였다.
"죽음이 곧 삶의 시작이고, 삶의 끝이 죽음인 것 같지만...죽음으로써...인생이 끝난다고 생각하는 민족은 굉장히 슬파하고요, 새로운 인생을 믿는...사람들은 아주 즐겁게 보내거든요. 근데 그 사이에 역시 굿이 있습니다. 죽음과 삶 사이 그 선을 긋는 그 선상에 무당들이 있음으로 해서...살아있는 사람들을 달래고 가는 이들을 잘 보내고 하는..."(김수남의 생전 방송 인터뷰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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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국립민속박물관 기획전시실에서 열리는 '김수남을 말하다' 전시 모습. © News1 |
2016년 김수남의 10주기를 맞아 국립민속박물관은 그를 회고하기 위한 '김수남을 말하다' 특별전을 오는 6일 기획전시실에서 개막한다. 김수남의 유족들이 그가 남긴 17만여점의 사진을 민속박물관에 기증했고, 민속박물관은 김수남의 10주기를 맞아 엄선한 100점을 특별전시를 통해 선보인다.
이번 전시에서는 그동안 큰 주목을 받았던 '한국의 굿' 사진들을 중심으로, 그가 보여주고자 하였던 삶과 죽음에 관한 이야기들을 풀어낸다. 이와 더불어 문화적 보편성을 확인할 수 있는 아시아의 여러 나라 사진들도 소개한다.
전시는 ‘삶의 시작’ ‘삶을 위한 기원’ ‘삶의 경계에 있는 사람들’ 등 총 3부로 구성됐다. 1부에서는 ‘죽음-슬픔-위로-작별-치유’의 과정들을 거치며 산자와 망자가 새로운 삶을 시작하는 과정을 접할 수 있다. 2부에서는 출산, 풍농풍어, 무사안녕, 무병장수 등 각자가 원하는 바를 이루고자 많은 사람이 모여들고, 풍성한 제물이 차려지는 한바탕 기원의 장을 만끽할 수 있다.
3부에서는 굿을 청하는 사람들과 함께 웃고, 즐기며, 슬퍼하면서 그들의 심정을 헤아려 주는 무당들의 인간적인 표정과 신명난 행위들을 마주할 수 있다. 전시와 관련해 다큐영화 상영, 전시 연계 강연회, 온라인 전시 개최 등 다양한 부대 행사들도 준비된다. 전시 기간 중 매주 수요일과 목요일 국립민속박물관 영상채널 스튜디오에서는 김수남 작가의 활동 내용과 사진 철학 등을 볼 수 있는 다큐멘터리 영화를 상영한다.
또 오는 5월6일 전시 연계 강연회를 개최하여 그와 함께 활동한 지인들로부터 깊이 있는 회고담을 들을 수 있는 자리도 마련된다. 이에 앞서 오는 11일부터는 네이버(NAVER)와 연계해 온라인 전시도 진행한다. 온라인 전시에서는 공간적 제약으로 전시용 도록에만 수록한 100점의 사진을 추가적으로 소개한다.
천진기 국립민속박물관장은 "이번 전시는 민속 문화를 담은 사진도 문화재의 반열에 오를 수 있다는 점을 보여준다"며 "일상을 살아가면서 무심코 지나치는 삶과 죽음에 관한 이야기들을 생각해 볼 수 있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전시는 6월6일까지 이어진다. 무료. 매주 화요일 휴관.
박창욱 기자(cup@)
출처:뉴스 1
http://news1.kr/articles/?2624819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