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서 방류한 푸른바다거북 소식이 일본 나가사키에서 끊긴 까닭은 -

김기범 기자의 살아남아줘서 고마워(16)

지난해 10월 28일 부산에서 바다로 돌아가고 있는 푸른바다거북. | 해양수산부 국립해양생물자원관 제공

지난해 부산에서 방류된 푸른바다거북이 일본에서 소식이 끊긴 이유는 일본 어부의 오해에서 비롯된 ‘잘못된 선의’였습니다.

해양수산부 국립해양생물자원관은 지난해 12월 4일 방류한 거북의 GPS 정보를 확인해 보라는 연락을 받았습니다. 해수부와 해양생물자원관이 지난해 10월 28일 부산에서 방류한 푸른바다거북 2개체 중 한 개체의 GPS발신장치에 문제가 생겼을 수도 있는 상황이었습니다. 해양생물자원관 연구자들이 위성에서 보내오는 GPS 위치정보를 확인해보니 거북은 지난해 11월 말부터 일본 나가사키현 후쿠에지마섬 육상에 올라간 뒤 움직임이 확인되지 않고 있었습니다. 일본거북협회를 통해 확인한 푸른바다거북이 계속 육상에 머문 이유는 지난해 11월 23일 일본 어부가 나가사키현 해상에서 그물에 걸린 푸른바다거북을 발견하고는 거북을 풀어주면서 GPS발신장치를 제거한 탓이었습니다. 일련번호 152987인 이 푸른바다거북은 약 722㎞ 거리를 이동해 지난해 11월 20일 일본 나가사키현 해상에서 신호가 확인된 개체였습니다.

당시 발신장치를 제거한 어부가 일본거북협회에 연락을 했고, 일본거북협회가 해당 장치를 이용한 연구자를 찾는 과정에서 해양생물자원관 연구기반구축본부장을 지낸 뒤 현재 북태평양수산위원회 사무국장을 맡고 있는 문대연 박사에게 소식이 전해졌습니다. 문대연 박사가 해양생물자원관에 연락해 고유번호를 확인하면서 해당 발신장치가 부산에서 방류한 거북의 등에 부착돼 있던 것임이 확인된 것이지요.

푸른바다거북. | 해양수산부 국립해양생물자원관 제공

지난해 10월 28일 부산에서 방류한 푸른바다거북의 이동경로. | 해양수산부 국립해양생물자원관 제공

어부로서는 푸른바다거북을 불쌍히 여긴 행동이었겠지만 국내 처음으로 푸른바다거북 장기 추적조사를 실시하던 해양생물자원관 연구자들에겐 다소 허탈한 상황일 수밖에 없습니다. 기존 GPS발신장치의 1년여보다 2배 이상 긴 2년 4개월여가량 위치정보를 파악할 수 있는 고가의 장비를 부착해 바다로 돌낸 지 채 한달도 안 된 시점에 발생한 일이었기 때문입니다. 거북들에게 부착한 GPS발신장치는 대당 400만원가량으로 위치추적을 위한 위성사용료 역시 700만~800만원이 소요됩니다. 해양생물자원관에 따르면 다행히 GPS발신장치는 일본거북협회를 통해 회수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고 합니다. 다음에 바다로 돌아갈 푸른바다거북에게 부착하는 방식으로 재활용이 가능해지는 것이지요.

푸른바다거북. | 해양수산부 국립해양생물자원관 제공

푸른바다거북. | 해양수산부 국립해양생물자원관 제공

152987의 소식은 일본 어부의 ‘잘못된 선의’ 탓에 끊겨버렸지만 다행히 같은 날 방류된 152988의 소식은 꾸준히 해양생물자원관으로 전해지고 있습니다. 이 거북은 1207㎞를 이동해 방사한 지 정확히 한달 만인 지난해 11월 28일 일본 규슈 최남단 야쿠시마섬에 도착했습니다. 2월 현재까지도 계속 이 거북이 머물고 있는 야쿠시마는 푸른바다거북이 일본에서 가장 많이 상륙하는 섬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미야자키 하야오 감독의 애니메이션 영화 ‘원령공주’의 무대로도 유명한 이 섬은 1993년 유네스코 세계자연유산에 등록된 곳입니다. 거북 산란지인 섬 북부 연안의 모래톱 야쿠시마나가다하마는 2005년 람사르습지로 등록된 곳이기도 합니다.

푸른바다거북. | 해양수산부 국립해양생물자원관 제공

152987과 152988 두 거북은 각각 2014년 10월과 11월에 부산 송정과 거제 이수도 인근에서 구조된 개체들입니다. 구조된 후 시라이프 부산아쿠아리움에서 1년여 동안 건강을 회복한 뒤 방사되었고, 따로 이름을 붙이지는 않은 탓에 GPS의 고유번호가 이들의 일련번호가 되었습니다.

국내에서는 푸른바다거북을 방류하면서 위치추적연구를 실시한 것이 이번까지 모두 6차례 있었지만 아직까지 1년 이상 장기 추적한 사례는 없었다고 합니다. 사실 거북뿐 아니라 대부분의 야생동물은 방사 후 위치추적연구를 실시할 때 GPS발신장치의 배터리 한계로 인해 장기간 추적연구하는 것이 불가능한 경우가 많습니다. 배터리 수명이 1년 이상 지속되는 경우는 드물기 때문입니다. 위치추적장치가 아예 떨어져버리는 경우가 많은 것도 위치추적 연구의 어려운 부분 중 하나입니다.

바다에 서식하는 파충류인 바다거북은 전 세계 열대와 온대지역에 8종이 서식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서식지 파괴, 해양오염 등으로 인해 멸종위기에 처하면서 ‘멸종위기 야생동식물 국제거래에 관한 협약(CITES)’상의 보호종으로 등재돼 있는 동물이기도 합니다. 한국 근해에는 푸른바다거북, 붉은바다거북, 매부리거북, 장수거북 등 4종이 서식하고 있지요.

GPS 발신장치. | 해양수산부 국립해양생물자원관 제공

이번에 해양생물자원관이 거북들에게 부착한 GPS발신장치는 기존 발신장치와 달리 거북이 수면 위로 올라와 있을 때만 위성으로 45초 간 신호를 발신하도록 설정하는 것이 가능한 장치입니다. 이 장치의 배터리 수명은 이론적으로 860일가량 지속되는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기존 발신장치는 단순히 신호를 발신하는 간격만 조정하는 것이 가능했지요. 그로 인해 수명이 1년 정도뿐이었습니다. 해수부와 해양생물자원관은 앞으로도 꾸준히 푸른바다거북의 생태를 알아내기 위한 연구를 이어갈 계획입니다. 해수부 박승준 해양생태과장은 “앞으로 푸른바다거북의 인공위성 위치추적 연구를 지속적으로 추진해 한국 해역에 서식하는 푸른바다거북의 이동경로, 서식범위 및 생태특성을 밝히는 데 있어 중요한 기초 연구자료들을 확보할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지난해 9월 3일 충남 예산 황새공원에서 방사된 뒤 인근 전봇대 위에 올라가 있는 황새 모습. | 김기범기자

이번 푸른바다거북 사례는 사실 일본 어부의 잘못된 선의로 인해 벌어진 해프닝에 가깝습니다. 하지만 지난해 9월 충남 예산에서 방사한 황새의 사고사는 한국의 황새 연구기관과 일본에서 황새 사체를 발견한 공항 사이 소송으로 비화될 조짐입니다.

지난해 9월 3일 예산황새공원에서 방사된 황새 중 산황이라는 이름이 붙은 일련번호 K0008은 같은해 11월 25일 일본 가고시마현의 작은 섬인 와다마리쵸 오키노에라부 섬에 도착했습니다. 34시간 동안 무려 1077㎞를 쉬지 않고 비행한 것이었습니다. 하지만 산황이는 오키노에라부 섬에 도착한 지 며칠 지나지 않은 11월 26일 오키노에라부공항을 이륙하던 여객기의 오른쪽 날개 하강기류에 휘말려 바닥으로 추락했고, 한 시간쯤 후 사망했습니다. 안타까운 일이었지만 어쩔 수 없는 사고였기 때문에 후속조치만 잘 이뤄졌다면 황새의 죽음이 법정에까지 갈 일은 없었을지도 모릅니다.

하지만 산황이를 발견한 공항 직원은 산황이의 사체를 당국에 신고하지 않고 소각해버렸습니다. 이 직원은 산황이의 몸에 부착돼 있던 위성추적장치와 인식표인 가락지도 함께 소각해 버렸습니다. 예산군과 한국교원대 황새연구센터가 “사체를 무단으로 소각한 것은 천연기념물 무단 훼손을 금지하는 일본 문화재보호법을 위반한 것이고, 위성추적기와 인식표를 소각한 것은 재산손괴에 해당한다”며 일본 검찰에 고발장을 내려고 하는 이유입니다.

지난 9월3일 충남 예산군 황새공원 인근에서 방사된 황새 중 ‘한황이(A02)’가 날아가는 모습. | 예산군청 제공

당시 요미우리신문은 오키노에라부공항 관리사무소 측이 가고시마의 관제관으로부터 가고시마현을 출발해 오키노에라부섬으로 날아온 비행기가 “새와 접촉했을 우려가 있다”는 연락을 받았다고 보도했습니다. 이날 공항 활주로 옆에서는 지친 상태의 새가 확인됐으며 이 새는 곧 사망했다고 합니다. 바로 산황이였던 것이지요. 공항 관리사무소 직원은 이 새가 황새라는 사실을 모르는 채 와다마리쵸의 쓰레기소각시설로 운반해 소각해 버렸습니다. 황새에게 부착돼 있던 위치추적장치와 그 장치 내의 자료도 확보하지 못하게 된 셈입니다. 공항 관리사무소 측의 책임을 물을 수밖에 없는 상황인 셈입니다. 요미우리신문은 일본 문화청이 지난해 12월 16일 문화재보호법에 따른 멸실 신고를 내도록 가고시마현 교육위원회를 통해 와다마리쵸 교육위원회에 통보했다고 보도했습니다. 일본에서는 해외에서 날아온 황새 역시 특별천연기념물에 해당하기 때문에 황새가 죽었을 경우 정부에 신고를 하도록 돼있기 때문입니다.

예산군이 산황이라는 이름을 붙인 이 황새는 올해 태어난 수컷 유조로, 일본으로 건너가기 전에도 다른 황새들보다 비행거리가 긴 개체였습니다. 이 황새는 방사 후 한 달간 전북 고창 곰소만, 전남 장흥 장재도 등을 날아다니며 하루 최대 115㎞를 이동하기도 했다고 하네요.

산황이는 안타깝게도 사고로 목숨을 잃었지만 다른 황새들은, 그리고 야쿠시마로 간 푸른바다거북들은 부디 제각각의 수명을 다할 수 있으면 좋겠네요. 아울러 황새 연구자들과 푸른바다거북 연구자들의 위치추적연구도 앞으로는 사고없이 순조롭게 진행될 수 있기를 바라봅니다.

‘향이네’ 페이스북 페이지를 열었습니다. 업데이트되는 새로운 소식을 접하세요!(▶바로가기)

<김기범 기자 holjjak@kyunghyang.com>
출처:경향신문
http://h2.khan.co.kr/20160219070000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