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미, 선비문화의 시발점

조선 성리학의 개조(開祖)라고 할 수 있는 야은 길재 선생. 학문을 연구하는 청렴한 선비정신에 의하여 조선 성리학이 퇴계학으로 완성되기까지 지역 출신 학자들의 큰 역할을 했다. 지금껏 남아 있는 금오서원, 동락서원, 선산향교, 인동향교 등의 교육기관 유적은 당시의 선비문화를 짐작하게 한다. 길재 선생의 호는 야은(冶隱) 또는 금오산인(金烏山人)이라고 했다. 나이 11세에 도리사에서 글을 읽고 쓰며 시 짓는 법을 이해했다는 그.

야은 길재 선생을 기리는 ‘채미정’은 금오산 자락에 위치해 있다. 이곳이야말로 구미의 뿌리를 언급하기에 제격인 곳이 아닐까. 깨끗하게 정비되어 있는 정자의 모습이 인상적이다. 때마다 봉사활동으로 구미문화를 지키고자 하는 자발적 움직임이 채미정의 보존을 이어오고 있는 것이다. 채미정은 금오산 도립공원 내에 있는 야은 길재 선생의 충절과 학덕을 기리기 위해 지은 정자로 옛 금오서원 터에 건립하였다. 고려가 멸망한 후, 두 임금을 섬길 수 없다며 벼슬에 나가지 않고 고향에서 은거 생활을 한 것을 중국의 백이 숙제가 고사리를 캐던 고사에 비유하여 이름을 지은 것이다. 구미의 선비문화를 공유하고 지켜가고자 하는 움직임은 구미시민 모두가 함께 한 ‘야은 길재 벽화마을’에서 한 번 더 빛을 발했다. 삼성전자 구미사업장과 구미시민이 자발적으로 참여한 벽화마을 초입에는 야은 길재 선생의 스토리텔링이 벽화로 펼쳐진다.

초등학교 건물에 그려져 있는 길재 선생의 충절과 정신은 행인의 발목을 잡고 마음에 깊은 메시지를 새긴다.

문화재청이 함께하는 역사 체험 현장

문화재청은 매년 겨울마다 (사)문화창작집단 [공터_다]와 함께 ‘금오산, 야은(冶隱)에게 길을 묻다’라는 주제로 다양한 역사 체험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 지역의 문화유산을 올바르게 인식함으로써 그 중요성과 가치를 홍보하는 것은 물론, ‘체험’을 기반으로 문화재와 대중이 친숙해질 수 있는 향유 기회를 마련하고 있는 것이다. 매해 프로그램을 정기적으로 운영하면서 문화유산이란 일회적으로 소비되는 것이 아닌 지속가능한 콘텐츠로 자리매김할 수 있다는 긍정적 효과를 기대하고 있다. 정기적으로 매해 진행되는 프로그램은 총 3개로 구성되어 있다. <누구냐? 넌 >의 경우 야은 길재 선생을 기리기 위해 지어진 ‘채미정(명승 제52호)’에서 문화해설사와 길재 선생은 물론 금오산과 문화재를 살펴본다. 뿐만 아니라 <나는 금오산인이다> 프로그램은 금오산 곳곳에서 지정한 미션을 수행하는 체험으로 구성돼 있어 흥미롭다. 이러한 구미의 선비문화는 들여다볼수록 신기하고 삶에 깊숙하게 자리잡고 있음을 알 수 있다.

Tip. 구미 속 숨은 역사 여행

도심 한복판, 타임머신을 탄 듯 ‘일선리 고택문화재마을’

남산과 전주한옥마을에 비하면 그 규모는 덜하지만 고택의 모양새는 모자람이 없는 일선리 고택문화재마을. 안동 인하댐 수몰 지역에 있던 안동 양반 전주 유씨들이 낙동강 굽이치는 일선리에 터를 잡고 살았던 것. 드문드문 남아 있는 고택들에는 사람이 살고 있어 다른 한옥마을과는 달리 내부를 슬쩍 들여다볼 수 있다. 500년의 세월이 그대로 옮겨져 있는 풍경이다.

글‧윤해원 사진‧안지섭


출처:월간 문화재사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