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인도 최대 ‘칸헤리 석굴’ 근처
승려들, 몬순기후 피해 생활 추정
스투파 ‘하르미카’ 형상 잔존
“유물 보존 중요성 깨닫길” 

▲ 인도 뭄바이 시(市) 북쪽 외곽에 있는 산제이 간디 국립공원(Sanjay Gandhi National Park)에서 승려들이 몬순기후를 피해 생활했을 것으로 추정되는 석굴 7개가 발견됐다. 사진출처=The Times of India

불교 고승들이 수행 하던 석굴이 인도에서 무더기로 발견돼 학계의 주목을 받고 있다.

인도 영자 신문 ‘타임스 오브 인디아(The Times of India)’는 1월 17일(현지시간) “인도 뭄바이 시(市) 북쪽 외곽에 있는 산제이 간디 국립공원(Sanjay Gandhi National Park)에서 승려들이 몬순기후를 피해 생활했을 것으로 추정되는 석굴 7개가 발견됐다”고 보도했다.

이에 따르면 학계는 발견된 석굴들이 인도 석굴사원으로 유명한 ‘칸헤리(Kanheri) 석굴’보다 더 이른 시기인 기원전 1세기에서 기원후 5~6세기에 형성된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칸헤리 석굴 사원은 서인도 최대 석굴 불교사원으로 뭄바이 북쪽 간디 국립공원에 위치해 있다. 2∼8세기에 조성된 109개의 석굴에는 불상을 비롯한 조각들이 많이 있으며, 특히 석가모니 입상과 불탑 등이 뛰어나다.

발견된 7개의 석굴은 칸헤리 석굴사원에서 북서쪽 방향으로 인접한 곳에 있다.

이번 발굴은 뭄바이 대학교 고고학센터와 사타예대학 고대인도문화학과에 소속된 연구원 3명이 한 팀을 이뤄 실시했다. 조사단장을 맡은 수라이 판디트 사타예대학 고대인도문화학과장은 “새로 발견된 석굴은 인접한 칸헤리 석굴보다 오래되고, 더 단순한 형태를 띠고 있다. 또한 칸헤리 석굴은 물을 저장하는 물웅덩이가 발견됐던 것에 비해 이 석굴에선 물웅덩이가 부족한 것으로 나타났다”며 “이는 당시 승려들이 비가 많이 오던 몬순기후에서 생활했기 때문인 것으로 보여진다”고 말했다. 또한 “석굴에서는 기원전 1세기에 널리 보급됐을 것으로 추정되는 석기 도구들도 발견됐으며, 한 곳엔 스투파 위에 난간으로 둘러싼 사각형 구조물인 하르미카(harmika)의 형상이 남아있는 것으로 나타났다”고 덧붙였다.

판디트는 이번 발굴이 체계적 조사에 의한 결과라고 강조했다. 그는 “조사단은 발굴된 석굴 대부분이 수원지(水源池) 근처에 있는 것을 발견하고, 현장 조사 작업을 시작하기 전 3개월간 발굴지역 지형과 수(水)자원 등을 조사했다”며 “또한 인도 동부 비하르주(州)에 있는 불교성지인 라지기르(Rajgir)의 석굴에서 생활한 승려에 대해 묘사한 빨리어 원문도 참고했다”고 설명했다.

산제이 간디 국립공원으로부터 조사 허가를 받은 조사단은 2명의 보안원과 함께 2015년 2월 본격적인 발굴 작업에 착수했다. 조사단은 승려들이 수원지 주변에 형성된 석굴에서 생활한 것에 착안, 칸헤리 석굴 넘어 있는 폭포를 따라 올라가기로 결정했다. 20여분 도보 후, 울창한 선인장과 관목(灌木)숲을 지나 30분 정도 걷자 폭포에 도달했다.

판디트는 “폭포가 있는 쪽으로 따라 가보니 석굴이 5개가 보였다. 특히 부드러운 곡선으로 된 입구와 문기둥, 잘 수 있도록 마련된 돌 받침 등을 볼 때 이 석굴은 인간이 바위를 석굴로 활용한 것이 명백하다”며 “석굴을 발견한 우리는 흥분을 가라앉히고 추가 석굴이 있는지 확인하기 위해 더 가보기로 결정했다”고 말했다.

그러나 탐사 도중 판디트가 가파른 경사에서 균형을 잃고 넘어져 머리를 다치는 사고가 발생했다. 판디트는 “나를 제외한 나머지 멤버인 비나약 파라브 마라티매거진 편집장과 아카시 파와르 사타예대 불교학과 교수가 조사를 시작해 나머지 2개 석굴을 찾아냈다”며 “그 중 하나는 현대적 욕실타일이 장식돼 있었으며, 1990년대 봄베이 고등법원이 국립공원 안에 사는 힌두교 은둔 수행자들을 추방할 때까지 이곳에 살았던 것으로 보고 있다”고 덧붙였다.

판디트는 칸헤리 석굴 주제 박사논문을 썼으며, 지금도 뭄바이 국립공원에 대한 연구를 하고 있다. 2001~2002년 그는 6개의 석굴을 발견해 국립 인도 고고학 조사단(Archaeological Survey of India, ASI)에 보고했다. 이밖에 그는 최근 <돌에 관한 이야기(Stories in Stone)〉 란 저서를 통해 뭄바이에 있는 다양한 석굴을 소개했다.

인도 학계는 이번 석굴 발견으로 사람들이 유적 보존의 필요성을 깨닫길 기대하고 있다. 뭄바이 대학 벽화연구 센터 소장인 무그다 카르닉은 “칸헤리 석굴사원은 방문객들에게 그저 일상의 단조로움서 벗어나 머리를 식혀주는 장소로만 여겨진다”면서 “도시 주변에 고고학적 가치를 지니는 매우 중요한 유물과 유적들이 많지만 훼손위험에 처해있다. 이번 발굴로 인도인들이 문화보존 중요성을 깨닫는 계기가 되길 바란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