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재방송에 오신걸 환영합니다.

【진천=뉴시스】강신욱 기자 = 충북 진천군이 바람직한 장사문화와 군민의 장례 서비스 제공을 위해 2017년까지 진천읍 장관리에 장례종합타운을 준공하기로 하면서 진천군에 영면한 역사적 인물에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살아서 진천, 죽어서 용인'이란 의미로 '생거진천 사거용인(生居鎭川死居龍仁)'이란 말이 있지만, 장례종합타운이 조성되면 진천군은 이제 '사거진천(死居鎭川)'으로도 주목받을 것으로 보인다.

그렇다면 진천에 묘소가 있는 옛 인물은 누가 있을까.

◇가사문학 대가 정철

먼저 송강(松江) 정철(鄭澈·1536~1593)이 있다.

좌의정에 올랐고 '관동별곡', '사미인곡' 등 가사문학의 대가로 시조의 윤선도(尹善道·1587~1671)와 함께 한국 시가(詩歌) 사상의 쌍벽으로 일컬어지는 정철은 경기도 고양에 묻혔다가 1665년(조선 효종 6) 3월 송시열(宋時烈·1607~1689)이 터를 잡아준 진천군 문백면 봉죽리 지장산에 이장됐다. 올해가 진천에 뼈를 묻은 지 350주년이다.

송시열은 '송자대전(宋子大全)'에서 "공(송강)의 손자 양(瀁·1600~1668)이 신도비를 세우려 하면서 내가 일찍 선생의 문하에 있었다 하여 명(銘)을 부탁해 이를 감히 감당할 수 없으나 그렇다고 사양할 수도 없다"고 정철 신도비 비문을 지은 사연을 밝혔다.

정철의 현손(玄孫) 정천(鄭洊·1659~1724)은 스승인 송시열의 유배지까지 따라갔을 만큼 정철의 가계와 송시열의 인연은 깊었다.

정철의 묘소는 충북도 기념물 106호로, 1684년(숙종 10)에 건립된 신도비는 충북도 유형문화재 187호로 각각 지정됐다.

해마다 봄이면 묘소 근처 정송강사(鄭松江祠·충북도 기념물 9호)에서는 영일 정씨 문청공파 문중이 주최하고 사우보존회가 주관하는 제향이 봉행된다.

◇이순신과 함께한 이영남

국내 영화 사상 최다 관객이 본 '명량'이 그린 명량대첩 후 1년 2개월 만인 1598년 11월 19일(음력) 임진왜란(정유재란) 최후의 전투인 노량해전이 벌어졌다.

노량해전은 삼도수군통제사 이순신 장군이 도주하는 왜군을 끝까지 추격해 대승을 거뒀지만 왜군의 총탄에 맞아 전사했다. 노량해전에서 이순신과 함께 숨진 가리포첨사 이영남(李英男·1563~1598)은 진천군 덕산면 기전리 출신이다.

이영남은 적 함상에 뛰어 올라가 1검으로 3적을 베어 죽였고 적의 창을 빼앗아 1창으로 5적을 찔러 죽였다. 그가 유탄에 맞아 쓰러지자 부하들이 침몰 직전 적 함상에서 구했다.

'상산지(常山誌)'에는 "충무공(이순신)이 일찍이 시를 주어 말하기를 '북쪽으로 가서는 괴로움을 같이 하고 남쪽으로 와서는 생사를 함께 하자'고 했으니 두 공이 당일에 서로 뜻이 맞았음을 볼 수가 있다"고 했다.

이영남은 노량해전 이전부터 충무공을 보좌하며 10여 차례 해전에서 혁혁한 전과를 올렸고 명량해전 대승에도 힘을 보태 가리포첨사 겸 조방장으로 충무공과 운명을 함께했다.

당시 이영남을 모신 하인 일학이 1599년 봄 선산인 덕산면 기전리에 장군을 묻었고 장군의 애마(愛馬)를 묻은 용마총(龍馬塚)도 그 옆에 있다.

나라에서는 이영남을 선무원종공신 일등 병조판서에 추증했고 전남 완도군 고금면 충무사(사적 114호)에는 충무공과 함께 장군의 위패와 영정을 함께 모셨는가 하면 진천읍 삼수초등학교 앞에는 현충비를 세웠다.

묘소는 충북도 기념물 144호 지정됐고, 위로는 부모와 조부가 묻혔다. 묘소 앞에는 2009년 11월 11일 장군의 영정을 모신 사당 충용사(忠龍祠)가 건립됐다.

◇이몽학·이괄의 난 수습한 이시발

문신이면서도 임진왜란 이후 국방·군사 분야에 업적을 쌓은 벽오(碧梧) 이시발(李時發·1569~1626)도 진천에 묻혔다.

지금의 청주시 청원구 오창읍 장대리에서 태어난 이시발은 임진왜란이 일어나자 청주에서 의병을 일으킨 박춘무(朴春茂) 휘하에 들어가 종사관으로 활약했다.

1596년(선조 29)에는 이몽학의 난을 토벌하는 데 공을 세워 장악원장(掌樂院正·정3품)으로 승진했다.

1623년(광해군 15) 한성부판윤을 거쳐 형조판서에 올랐고 이듬해 이괄의 난을 수습했다.

사후 영의정에 추증됐고 시호는 충익(忠翼)이다.

묘소는 진천군 초평면 용정리 지전마을의 경주 이씨 묘역에 있다.

1610년 3월 이시발은 돌아가신 부친의 묘소를 청주시 오창읍 오근리 벌영산에서 청주시 옥산면 환희리 선산으로 이장하고 그해 4월 가족을 진천 초평으로 이주시켰다.

그의 묘소는 아들 이분이 1658년(효종 9)에 지금의 자리에 이장했다. 이시발 신도비는 충북도 유형문화재 142호로 지정됐다.

◇김홍도 스승 강세황

단원 김홍도(金弘道)의 스승이자 시·서예·회화에 모두 빼어나 '삼절(三絶)'로 불린 표암(豹菴) 강세황(姜世晃·1713~1791)도 진천에 영면했다.

강세황은 처가인 경기도 안산에 머물면서 후에 유명 화가로 이름을 떨친 김홍도와 신위 등에게 그림을 가르쳤다.

그의 그림은 남종화풍의 사의산수화(寫意山水畵)를 비롯해 진경산수화, 산수인물화, 풍속인물화, 사군자화 등에 이르기까지 모든 분야를 아우르며 진취적인 화풍을 보였다는 평을 얻고 있다.

70세에 직접 그린 자화상은 얼굴의 살결과 수염의 사실적인 정밀묘사, 눈동자의 기운, 생동하는 표현이 압권으로 1975년 보물 590호로 지정됐다.

60세인 1773년 영릉 참봉으로 벼슬길에 나갔고 1783년 한성부 최고 책임자인 판윤(정2품)에 올랐다.

강세황의 묘소는 문백면 도하리에 있고 2011년 충북도 문화재자료 83호로 지정됐다.

ksw64@newsi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