JTBC | 고석승 | 입력 2015.12.01 21:39 | 수정 2015.12.01 23:32
[앵커]
역사의 얼굴이라 할 수 있는 문화재 관리,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을 겁니다. 그런데 최근 지자체들이 관리하는 문화재가 훼손되고 도난당하는 사례가 늘고 있습니다.
밀착카메라 고석승 기자가 문화재에 대한 부실한 관리 실태를 취재했습니다.
[기자]
경기도 안성의 한 공원입니다.
공원 한 켠에 넓적한 바위가 시선을 붙잡습니다.
선사시대 유물로 추정되는 만정리 고인돌입니다.
사람이 직접 판 것으로 보이는 구멍이 150여 개나 있어 역사적 가치가 높은 문화재입니다.
귀한 유물인 만큼 울타리를 쳐서 보호를 하고 있는 모습입니다.
그런데 조금 더 자세히 살펴보니 뭔가 어색해 보입니다.
우선 군데군데 페인트칠이 벗겨진 흔적이 보이고요. 한 가운데에는 땜질을 한 자국도 볼 수 있습니다. 그리고 결정적으로 이렇게 안이 텅 빈 것 같은 소리가 나는데요.
사실 이 고인돌은 진짜가 아닌 가짜 유물입니다.
8년 전 아파트 공사 현장에서 발견된 직후 고인돌이 흔적도 없이 사라지자 안성시가 진품이 있던 자리에 모조품을 만들어 놓은 겁니다.
안내문 어디에도 모조품이라는 설명이 없다 보니 관광객은 물론 인근 주민 상당수도 고인돌이 가짜라는 사실을 몰랐습니다.
[한현숙/경기 안성시 : 이게 돌이 아니에요? 그런데 차라리 (고인돌이) 없어졌으면 그냥 둘 일이지. 눈가림하려고 만드는 건 조금 그렇네요.]
경기도 안성의 또 다른 문화재, '죽산리석불입상'입니다.
높이 3미터가 넘는 고려 초기 불상으로 경기도 지정문화재로 등록돼 있습니다.
이곳 역시 관리가 제대로 안 되다 보니 안내문이 지워져 글자를 알아보기가 힘듭니다.
이곳은 경기도 수원의 화성입니다.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으로 지정되면서 그나마 관리가 잘 되고 있는 곳인데요.
이곳도 문제가 있기는 마찬가지입니다.
이렇게 성벽 곳곳이 금이 가거나 깨져 있는 상태이고요. 이쪽에는 아예 성곽이 조각나 있어서 손만 대도 쉽게 부서질 정도입니다.
동장대는 기둥 곳곳의 칠이 흉물스럽게 벗겨져 있습니다.
사람들이 지나다니는 출입문 안쪽은 상태가 더 심각합니다.
힘을 주지 않았는데도 벽이 쉽게 바스러지고 거미줄도 이곳저곳 눈에 띕니다.
쓰레기도 여기저기 버려져 있습니다.
[정숙빈/인천 검암동 : 무너진 데도 많고 칠 벗겨진 곳도 많고, 계속 관리를 잘해주셔야 더 많은 사람들이 볼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어요.]
해당 지자체는 어쩔 수 없다는 입장입니다.
[경기 수원시청 관계자 : (화성) 구간이 넓잖아요. 그래서 보수를 바로 할 수 있는 상황이 아니고 시급한 부분이라든지 용역을 통해서 결과에 따라 보수를 할 예정입니다.]
경기도 용인의 한 야산 중턱에 여러 기의 무덤이 조성돼 있습니다.
지난 2009년 사적 500호로 지정된 삼국 시대 신라 고분군입니다.
그런데 고분 안을 들여다볼 수 있게 설치된 유리덮개에 물방울이 맺혀 있습니다.
얼마 전 무덤 안에 물이 차 보수 공사를 벌였지만, 습기가 찬 겁니다.
고분군 진입로는 더 문제입니다.
제가 서 있는 이곳이 고분군으로 가는 유일한 길인데요. 보시다시피 바닥이 온통 진흙탕이라 발을 떼기가 어려운 상태입니다. 또 옆쪽으로는 양봉 시설이 있어서 벌에 쏘일 위험도 커 보입니다.
문화재 관리가 이토록 허술한 건 유물 보존에 대한 인식 부족 탓이 큽니다.
[이형구/선문대 석좌교수·전 문화재위원 : 자치단체의 인식이 아직은 부족하니까 문화재는 국가 관리가 우선이라고 생각해요. 국가가 관리하면서 중요성을 강조해주고 인력이라든가 재정을 (지자체에) 지원하는 방향으로 가야죠.]
문화재는 우리의 자랑이자 얼굴입니다.
더 아름답게 가꿔나가도 모자랄 얼굴에 스스로 먹칠을 하는 일은 더 이상 없어야 하지 않을까요.
출처:JTBC
http://media.daum.net/life/living/tips/newsview?newsId=201512012139179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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