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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령왕릉의 송산리고분군은 세계문화유산으로 등재될 만큼 

역사적 보존 가치가 높습니다. 그런데 고분 내부를 

조사해봤더니 훼손이 심각한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무분별한 

공사와 잘못된 관리가 문젭니다. 송성환 기자의 단독보돕니다. 

 

[리포트]

 

올해 세계문화유산으로 등재가 결정된 백제역사유적지구.

  

그 중에서도 무령왕릉이 있는 공주 송산리 고분군은 

고분벽화와 묘지석, 부장품 등 다양한 유물이 발견돼 

역사적으로 가치가 높습니다.

  

하지만 이 고분군의 보존 상태를 연구한 내부용역 결과, 

내부의 훼손 상태가 심각한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사신도가 있는 송산리 6호분의 서쪽 벽.

  

일제강점기 촬영된 사진과 비교해보면 

사실상 흔적만 남은 채 사라졌습니다.

 

동벽의 청룡, 남벽의 주작, 북벽의 현무도 

모두 회칠이 벗겨져 윤곽도 확인할 수 없는 상탭니다.

  

채 100년도 안 돼 이렇게까지 심각하게 훼손이 된 건, 

마구잡이식으로 설치된 공조시설 때문.

  

공조시설이란 

고분 안의 온도와 습도 등을 조절하는 장치인데, 

사전 연구 없이 설치된 제습기 때문에 

점토로 칠한 벽화가 빠르게 벗겨지고 있는 겁니다.

 

제습기 대신 일정 습도와 온도를 유지할 수 있는 

항온 항습기도 설치해 봤지만, 

잦은 오작동과 인공적인 기류 변화로 

내부 환경은 더욱 나빠져 지금은 가동이 중단된 채 

방치돼 있습니다.

  

인터뷰: 문화재청 관계자

"내부 전체에 습기가 많다 보니까, 기계다 보니까 

고장이 자주 난다고 그러더라고요. 그래서 자주 멈추고 했다고 

얘기를 들었습니다."

  

벽화뿐만이 아닙니다.

  

봉분 모양을 맞춘다고 무리하게 쌓은 봉토 때문에 

고분에 무게가 더해져 

전통벽돌인 전돌이 파손되고 

이끼와 미생물까지 생겨났습니다.

  

상황이 이렇게 심각한데도 

고분군 보존을 위한 자문단이 구성된 것은 올 4월.

  

체계적인 예산 집행도 기대하기 힘든 상황입니다.

  

올해 송산리 고분군 관리 예산으로 편성된 예산은 

7억 원입니다.

 

그런데 이 탐방로 정비에 투입된 예산만 무려 2억 원.

지난해에도 3천8백만 원이 이 탐방로 공사에 쓰였습니다.

  

문화재 보존이라는 본질은 잊은 채 

세계문화유산 등재를 위한 

보여주기식 예산 편성만 한 게 아니냐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입니다.

  

인터뷰: 신성범 국회의원 / 새누리당

"내부 훼손 상태가 심해서 복원하는 데 얼마의 시간과 예산이 

들지도 잘 모르는 상황입니다. 문화재 당국은 

소중한 우리 문화유산을 보존하는 데 더 노력해야 합니다."

  

1971년 아무런 준비 없이 발굴된 탓에 

이미 한 번 크게 훼손된 송산리 고분군.

  

반세기 가까운 시간이 흘렀지만 

문화재 보존을 위한 노력은 여전히 제자리걸음입니다.

  

EBS 뉴스 송성환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