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주=국제뉴스) 김한정/김미란 기자 = 무형문화재 상주옹기장 ‘정대희’ 선생을 만나다

▲ 무형문화재 상주옹기장 ‘정대희’ 선생을 찾아가다. 사진제공-아트코리아방송

상주의 황옹을 만드는 도기소의 전통을 이어 6대 째 전통 방식으로 고조부 때부터 시작된 가업으로 상주와 보은 일원의 옹기공장에서 이어져 오다 상주 마을에 정착해 부친 때부터 옹기 업을 시작한 상주 옹기장 정대희 선생을 찾았다.

2007년에 무형문화재 25호 상주 옹기장으로 임명된 정학봉 옹의 6대 계승자인 아들 정대희씨가 우리를 반갑게 맞이한다.

▲ 무형문화재 상주옹기장 ‘정대희’ 선생을 찾아가다. 사진제공-아트코리아방송

이글거리는 불가마에 도자기 굽는 모습은 볼 수 없었지만 아트코리아방송 기자 일행은 차실로 들어가 정대희 선생이 빚은 물 항아리에서 그가 빚은 호사 다발에 그가 권하는 보이 차를 한 모금 마시며 그의 손끝에서 탄생한 수 백점의 작품들을 바라보고 있노라니 차 맛은 물론이요, 단비를 맞이한 풀잎처럼 피로에 지친 마음이 포근히 가라앉는다.

▲ 무형문화재 상주옹기장 ‘정대희’ 선생을 찾아가다. 사진제공-아트코리아방송

이곳 흑암리 일대에는 옹기 흙이 많이 나오며, 지역주민들은 이 마을의 부락 명을 옹기 굴 또는 질구리‘라고 부르기도 해 옛날 이곳이 상주옹기가 많이 생산되었음을 알게 한다.

상주지방 옹기제작과 관련해서『세종실록지리지(世宗實錄地理志)』 상주목조에 관내 ‘오사요리’라는 곳에 황옹을 만드는 도기소가 있었음이 기록되어 있다고 한다.

▲ 무형문화재 상주옹기장 ‘정대희’ 선생을 찾아가다. 사진제공-아트코리아방송

정대희의 옹기 업은 그의 고조부 때부터 시작된 가업으로 현재 6대째를 이어오고 있으며 전통적인 제작방법을 활용해 만들어진 각종 옹기는 지상 위에 노출된 6칸 전통 장작 가마인 연실요(連室窯)를 통해 세상 밖으로 나오게 된다.

제작품은 각종 항아리, 단지, 푼주, 자배기, 각종 반상기, 뚝배기 등 일상생활에서 쉽게 쓸 수 있는 생활용기명이 중심을 이루고, 옹기의 제작방식, 과정, 생산품의 종류나 조형성 등은 전통적인 옹기제작의 기본을 충실히 전승하고 있을 뿐만 아니라 상주지역 전통옹기의 맥을 현재에까지 잇고 있다는 점에서 그 의의가 있다고 하겠다.

▲ 무형문화재 상주옹기장 ‘정대희’ 선생을 찾아가다. 사진제공-아트코리아방송

정학봉 옹의 대를 이어받은 6대 정대희씨는 집안의 몇 대째를 이어서 옹기집안 끼리 혼인을 해 왔다며 옹기집안의 족보를 얘기 해 주었다.

▲ 무형문화재 상주옹기장 ‘정대희’ 선생을 찾아가다. 사진제공-아트코리아방송

또한 그는 아버지의 유업을 이어 받아 옹기장으로서 최고의 칭호를 받고야 말겠다‘고 포부를 얘기했다. 말하는 그의 표정에서 옹기에 대한 자부심과 혹독한 훈련을 통해 전해오는 옹기에 대한 애증에 관한 느낌이 듣고 있는 우리에게 전달되어 왔다.

▲ 무형문화재 상주옹기장 ‘정대희’ 선생을 찾아가다. 사진제공-아트코리아방송

지금은 옹기, 독 짓는 일 뿐만 아니라 옹기 차 도구 분야에도 심혈을 기울이고 있는 정대희씨는 많은 차인들로부터 호응을 얻고 있다.

▲ 무형문화재 상주옹기장 ‘정대희’ 선생을 찾아가다. 사진제공-아트코리아방송

흙으로 빚는 불의 혼

6대를 이어 흙으로 빚으며 고통과 시련 속에서 묵묵히 외길을 걸어 온 날들이 오십 년도 더 흘렀지만 채워지지 않는 허한 마음에 달을 벗 삼아 물레에 앉습니다.

세사를 초월하고자 마음을 비우고 해탈의 길을 찾아 떠나는 마음으로 물레를 잡은 손에 힘을 줍니다.

흙을 만지는 것을 천직으로 여기며 사발을 빚는 것은 두꺼비 같은 내 손에 정성을 다하는 염원, 그러나 사발은 화신의 품에서 태어나는 것이라, 사발의 숨소리를 듣고자 밤낮 칠일을 가마 속에서 불의 혼을 안고 태어나는 사발을 기다립니다.

두근거리는 가슴의 고동소리에 붉은 숨결이 넘ㅈ는 환희, 내 자식을 얻어 작명을 해 주고 시를 지어주며 새해동포 하는 심정으로 세상에 내어 보냅니다.

지혜와 보시로 몫을 다했으면 하는 바램입니다. 호사발에 가루차 격불하여 한 모금 머금고 나니 더 바랄것이 없습니다.

여보시게, 호사발! 동행의 먼 길, 같이 하길 소원하네.

정대희

▲ 무형문화재 상주옹기장 ‘정대희’ 선생을 찾아가다. 사진제공-아트코리아방송

好사발
          문청함

가마속 
정좌하고 합장하네.

톡톡
    탁탁
        활활

옷 벗은
好사발 자태들...

▲ 무형문화재 상주옹기장 ‘정대희’ 선생을 찾아가다. 사진제공-아트코리아방송

끽다거(喫茶去)
                  문청함

여보시게,
茶 한 잔 마시고 가세나

도공은 無心으로 흙을 빚고
혼을 불어 넣어 사발을 만들었다네

공작새 목구멍 색 사발에
가루차 격불하여 한 모금 머금으면
진향에 머리가 맑아지고
세상시름 모두 사라진다네

또 한 모금 머금으면
차의 오미(五味)에 도취되여
즐거움이 스스로 찾아온다네

마지막 한 모금 마시고 나면
몸과 마음이 날아 갈 듯하여
시(詩) 한수 저절로 읊조리게 된다네

흰 구름은 저리 한가롭고
개울물도 졸졸졸 노래 부르니
어깨 들썩이며 한바탕 춤도 추어 보세나

세상사 별거 있던가
굽이굽이 흘러가는 저 물도
가고는 돌아오지 못하니
우리 함께 허허 웃으며
천천히 쉬어 가세나

자,
한잔 더 하세나
이만 하면 되었지
더 무얼 바라겠는가!

※ 끽다거 : 차 한 잔 마시고 가세나